[단독]울산에 건립된 우주선 체험관 '시스템 결함'…개관 차질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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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EBS​ 인기 캐릭터 '번개맨' 콘셉트 어린이 전용 영상관 준공

 

울산 울주군이 50억원을 들여 영남알프스웰컴센터에 건립한 어린이 전용 입체영상관이 시스템의 오류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열린 산악영화제에 맞춰 임시개관을 서두려다 시스템 불안정성에다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울주군은 영상관 시스템의 안정화작업 마무리 시기를 내년 1월 말로 잡고 있으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어린이 전용 '우주선 영상관'이어서 기술적 결함을 어떻게 극복할 지 걱정거리다. 

 

개관 이후에도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의 우주과학관에 비해 턱없이 비싼 입장료에다 단조로운 콘텐츠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웰컴센터에 있는 '번개맨 우주센터' 모습. ⓒ 박동욱 기자

 

 

50억원 투입, 번개맨 영상관 2개동 완공했지만…

울주군은 매년 국제산악영화제가 열리는 영남알프스웰컴센터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으로, EBS의 어린이 인기 프로그램인 '모여라 딩동댕'의 대표 캐릭터 '번개맨'을 콘셉트로 한 입체영상관을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사업비는 건물 건립에 22억5700만원, 콘텐츠 제작에 31억7000만원 등 모두 54억2700만원이나 투입됐다.

 

입체영상관은 지상 1층 연면적 970여㎡ 규모로, '번개맨 우주센터'와 '번개맨 미로(Maze)' 등 2개동으로 구성됐다.  

 

번개맨 우주센터의 경우 입장 어린이가 우주선 큐브를 타고 지구를 떠나 특정 행성에 도착한 뒤 번개 파워를 충전해 되돌아오는 상황극을 체험하는 시설이다. '번개맨 미로'는 일종의 우주선을 탈 수 있는 영상 체력단력실로, 번개신(神)으로부터 임무(미션)를 받아 여러 수준의 미로를  무사히 통과할 경우 보석을 확보할 수 있는 영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울주군은 당초 정식 개관일을 10월21일로 잡고, 산악영화제가 열리는 9월 말 임시 개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8월부터 진행된 심야 공사에도 외관 공사마저 늦춰되면서 임시개관 계획은 철회됐다.

 

문제는 외관 공사의 지체 뿐아니라 영상시스템의 연동에도 오류가 나타났다. 울주군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10일 준공식을 갖고, 최대한 개관일을 앞당기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 이외에도 '번개맨'이란 캐릭터만을 내세운 단조로운 콘텐츠를 갖고서, 접근성이 취약한 곳에 장기적으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흡입할 수 있는가도 큰 과제다.

 

울주군이 마련한 '영남알프스 입체영상관 관리운영계획'에 따르면, 운영팀은 인근 작천정별빛야영장과 연계한 별빛캠핑, 우주센터 격납고 내에 위치한 우주선에서 즐기는 1박 프로그램, 야외 광장에서 펼치는 번개맨 드론대회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체영상관이 들어선 영남알프스웰컴센터 주변은 40여개 모텔로 둘러싸여 있는 국내 최대의 모텔촌(村)으로, 자수정동굴나라 이외에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위락시설이나 음식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단순 콘텐츠에 접근성 취약…"애물단지 될라"

 

울주군이 책정해 놓은 이용료 또한 만만찮다. 만 3~15세 이하 소인 기준으로 번개맨 우주센터와 트레이닝센터가 각각 9000원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별도로 개인당 3000원씩 내야한다. 규모나 콘텐츠면에서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의 3~4D 영상관의 입장료(어린이 1500원, 어른 3000원)에 비해 훨씬 비싼 요금이다. 

 

이 때문에 호기심에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이 얼마나 재방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7월11일 열린 '입체영상관 관리운영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도 이같은 우 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용역을 맡은 (주)피디엠 코리아는 연 최대 수용가능 인원과 시설 가동률 등을 고려해 입체영상관의 목표 이용객을 연간 16만7000명으로 계획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 460명을 전제로 한 입장료 수익과 상품 매출 추산액은 약 11억8200만원이다. 용역업체는 인건비와 운영경비, 유지관리비 등 운영비용을 11억1900만원으로 추정, 연간 63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1년 뒤 방문객 수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남알프스웰컴센터 인근 등억마을 주민 김모씨는 "울주군에서 신불산 아래 작괘천을 따라 야영장을 비롯해 여러시설을 건립함으로써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비효율적인 곳에 큰 돈을 들여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개관 지연과 관련, "안전상의 문제가 아니라 영상물을 9개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선명도를 확보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예상보다 다소 긴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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