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그들만의 요새, 미군기지 품은 평택시의 도시전략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3(Wed) 18:31:05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지난 7월 미8군 사령부 평택신청사 개관식이 열렸다. 오랜 논란을 뒤로 하고, 주한 미군기지가 서울 용산에 터를 잡은 지 70여년 만에 이곳을 떠나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미군이 떠나는 이태원에서도, 반대로 대규모 군부대를 맞아들여야하는 평택에서도 제각각의 이유로 기대와 걱정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만큼 주한미군은 우리나라에서 군사적인 이유 이상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집단인 것이다.

 

K-55 공군기지 앞 ‘송탄관광특구’는 ‘리틀 이태원’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마치 이태원의 어느 골목에 와 있는듯한 풍경이었다. 영어로 된 간판이 건물 벽면을 가득 메우고, 환전소와 번역사무소가 곳곳에 보였다. 미군을 위한 렌탈하우스를 취급하는 부동산도 눈에 띄었다. 이제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맞춤옷 전문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태원을 연상시키는 특징 중 하나였다. 미군기지는 마치 요새처럼 철저히 그들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언어와 의식주 문화로 주변 도시의 풍경을 모조리 바꾸어 놓는 막강한 권력자같았다. 

 

K-55%20%uBBF8%uACF5%uAD70%uAE30%uC9C0%20%uC55E%20%uC1A1%uD0C4%uAD00%uAD11%uD2B9%uAD6C%uC758%20%uACE8%uBAA9%uD48D%uACBD%A0%A9%20%uC0AC%uC9C4%3D%uAE40%uC9C0%uB098%20%uC81C%uACF5


한국전쟁 시절 설치된 평택시의 K-55 미공군기지는 주민들에게 크고 작은 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들었다던 일본 가전제품을 미군을 통해 중고로 살 수도 있었다. 젊은이들은 미군들이 즐겨듣던 팝송에 함께 열광했다고 한다. 미군기지 때문에 건축 고도제한을 감내해야 했고 소음과 환경오염에 시달렸지만, 미군이 도시가 발전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분위기인 듯했다. ‘송탄’이라는 지명이 두드러지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설명된다. 사실 송탄은 1995년 평택시에 통합되기전까지 ‘송탄시’란 이름의 어엿한 한 도시였다. 심지어 평택시보다 먼저 시로 승격됐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미군의 소비파워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K-6’라고도 불리는 ‘캠프 험프리스’는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비행장으로, 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용산기지의 미8군이 입주하는 새 보금자리가 이곳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최근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방한일정 중 첫 방문지로 낙점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곳은 미군의 해외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규모라고 한다. 기지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어 들어가 본 그곳은 말그대로 도시 속의 또 다른 도시였다. 학교, 병원, 워터파크, 방송국, 도서관, 체육관, 쇼핑몰, 영화관 등등, 그들만의 요새는 생각보다 화려하고 주변 세상으로부터 독립돼있었다. 

 

%uCEA0%uD504%20%uD5D8%uD504%uB9AC%uC2A4%28K-6%29%20%uB0B4%uC758%20%uC8FC%uD55C%uBBF8%uAD70%uC0AC%uB839%uBD80%20%uAC74%uBB3C%28%uC88C%29%uACFC%20%uBBF88%uAD70%20%uC0AC%uB839%uBD80%20%uC2E0%uCCAD%uC0AC%28%uC6B0%29%A0%A9%20%uC0AC%uC9C4%3D%uAE40%uC9C0%uB098%20%uC81C%uACF5


 

미군기지 새 둥지 틀 평택의 도시전략, 외국인과의 공존

 

군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군무원까지 약 4만 명이 머무르게 될 이 요새는 평택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과거에 이태원이나 송탄지역이 경험했던 것과는 달라야할 것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도시에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던 그 때는 미군기지로부터 나오는 소비력과 자원에 의존해 생존하기에 급급했다. 반면 오늘날 평택시의 도약전략에서는 미군기지 자체를 자원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활용하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평택의 고덕신도시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건설되는 도시다. 정식 명칭은 ‘고덕국제신도시’로, 외국인과 공존하고 발전하는 새로운 도시모델이란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물류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평택항을 보유한 점과 더불어, 대규모의 주한미군부대를 수용하게 된 평택시를 대표하는 신도시로서 상징적으로 적절한 포지셔닝이다.

 

신도시답게 조성되는 공원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는데, 1950년대부터 사용해온 미 공군의 탄약고를 그대로 남긴 한 공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원래 모두 허물고 주거지역으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살벌한 군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단지 오래된 공간을 보존한다는 목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전쟁 때부터 문신처럼 남아 있는 기지촌이란 딱지를 시민들 스스로 정화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이름으로 탈바꿈시키는 기회의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캠프 험프리스 인근의 안정리 일대는 노후되고 경제기반도 약해 재생사업이 시급한 지역이다. 미군기지와 나란히 있는 동네인만큼 미군들이 심심찮게 보이곤 했다. 주한미군 이전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이기도 할테다. 새로운 터전에서 미래를 꿈꾸는 고덕신도시와는 다르게, 이곳은 송탄관광특구나 이태원의 복사본이나 다를 게 없었다. 간판은 영어로 바뀌고 미군들의 취향에 맞는 음식과 이벤트로 치장될 것이었다.

 

%uACE0%uB355%uAD6D%uC81C%uC2E0%uB3C4%uC2DC%20%uD64D%uBCF4%uAD00%20%uB0B4%uC5D0%20%uC788%uB294%20%uC2E0%uB3C4%uC2DC%uBAA8%uD615.%20%uC0AC%uC9C4%uC0C1%20%uC6B0%uCE21%20%uC704%20%uC9C0%uC810%uC5D0%20%uBBF8%uAD70%uD0C4%uC57D%uACE0%uB97C%20%uC874%uCE58%uD55C%20%uBB38%uD654%uACF5%uC6D0%uC774%20%uC788%uB2E4.%A0%A9%20%uC0AC%uC9C4%3D%uAE40%uC9C0%uB098%20%uC81C%uACF5


 

미군과의 동거, 평택의 새로운 기회될까

 

평택시에서는 2013년부터 이 지역을 대상으로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데, 2014년에 개관한 ‘팽성예술창작공간’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가 공간디자인 총감독을 맡아 옛 보건소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지역주민들이 소소하게 만든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공방과 영화관, 마을전시관과 같은 예술공간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군들을 포함해서 모든 지역주민들의 교류와 화합을 꿈꾼다는 이 공간은 문화예술이 그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말한다.

 

싫으나 좋으나, 주한미군과 평택시민의 동거는 시작됐다. 미군기지의 확대이전은 평택시에 기회가 될까 아니면 또 다시 종속의 역사를 반복하는 일이 될까. 그것은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달려 있다. 조금 더 평택시민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uD3C9%uD0DD%uC2DC%20%uC548%uC815%uB9AC%uC758%20%uB9C8%uC744%uC7AC%uC0DD%20%uD504%uB85C%uC81D%uD2B8%20%uAC70%uC810%uC778%20%uD33D%uC131%uC608%uC220%uCC3D%uC791%uACF5%uAC04.%20%uC544%uD2B8%uCEA0%uD504%uB77C%uACE0%uB3C4%20%uBD88%uB9B0%uB2E4.%A0%A9%20%uC0AC%uC9C4%3D%uAE40%uC9C0%uB098%20%uC81C%uACF5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사회 2018.11.19 Mon
‘성소수자 해군 성폭행’ 무죄…“재판부가 가해자다” 거센 반발
사회 2018.11.19 Mon
추락사한 인천 중학생, 학교의 사전조치는 없었다
Health > LIFE 2018.11.19 Mon
20∼30대 4명 중 1명, ‘고혈압 전(前)단계’
정치 > 경제 2018.11.19 Mon
예스맨 홍남기 ‘경제 원톱’, 친문맨 김수현 ‘히든 원톱’
정치 > 경제 2018.11.19 Mon
김수현·김기식 몸만 풀어도 ‘벌벌’ 떠는 재계
경제 2018.11.19 Mon
“저소득층 할인 못 받은 통신요금만 700억대”
경제 2018.11.19 Mon
“알뜰폰 고사시키는 이통3사의 탐욕 막아야”
OPINION 2018.11.19 Mon
[한강로에서] 정치의 중심에서 막말을 외치다
정치 > 경제 2018.11.19 Mon
[단독] 망가진 국가회계 시스템, 6년간 결산 오류 65조원
정치 > 경제 2018.11.19 월
[못믿을 국가회계] 국가부채의 숨은 1인치
정치 > 경제 2018.11.19 월
[못믿을 국가회계] 국가재무제표 이대론 안 된다
사회 2018.11.18 일
[단독] ‘댓글수사 방해’ 서천호 “똥 싼 사람은 활개치고…”
사회 2018.11.18 일
경찰의 자신감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부인이 맞다”
LIFE > Culture 2018.11.18 일
임란 포로에서 일본 민중의 성녀가 된 ‘조선 소녀’
LIFE > Culture 2018.11.18 일
[New Book] 《조선, 철학의 왕국》 外
LIFE > 연재 > Sports > 이영미의 생생토크 2018.11.18 일
[인터뷰] KLPGA 평정한 ‘대세녀’ 프로골퍼 이정은
갤러리 > 만평 2018.11.17 토
[시사TOON] 이언주, 2020 총선 입시 준비
LIFE > Culture 2018.11.17 토
[인터뷰] ‘입금 전후가 다른 배우’ 소지섭의 원맨쇼
LIFE > 연재 > Health > 유재욱의 생활건강 2018.11.17 토
다리 떨고, 한숨 쉬고…나쁜 습관도 약에 쓸 때가 있다
LIFE > Culture 2018.11.17 토
방탄소년단과 일본 우익의 충돌 어떻게 봐야 할까
LIFE > Sports 2018.11.17 토
外人 승부사 힐만 SK 감독의 ‘화려한 외출’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