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Talk] 해외의 가상화폐 규제는 어떻게 이뤄질까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1 16: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래는 자유지만 ICO는 금지가 많아…중국은 전면 금지

 

너무 올랐다는 우려와 그럼에도 계속 오를 거라는 희망이 공존했던 12월 둘째 주. 가상화폐 시장은 말 그대로 장밋빛 일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12월10일 일요일 새벽, 부풀어 오르던 거품이 터졌습니다. 1비트코인 가격이 25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급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시간이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에 너나 할 것 없이 자금을 들고 뛰어들며 엄청난 붐이 일어나자 정부는 '규제'를 언급했습니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중심인 '가상화폐TF'가 거래금지까지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들이 내놓을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가상화폐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층위에서 시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부분을 어느 수준까지 규제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의 크기도 다릅니다. 거래소를 허가하느냐, 과세를 매기느냐, 투자금액에 제한을 두느냐, 아예 거래 자체를 금지해버리느냐 등 선택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 사진=Pixabay

 

법 만든 일본, 전면 금지시킨 중국

 

일단 ICO(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는 국내에서도 10월부터 금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모든 형태의 ICO를 완전히 금지했는데, 투자자가 사기와 시장 조작의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에 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관련법이 아직 존재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거래소 설립 자격이나 수익에 관한 과세 여부 등 여러 이슈가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1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 금액은 이처럼 '설마 문제야 생기겠어'라는 어설픈 믿음 속에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한다면 해외의 사례를 미리 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법이 만들어졌고 비트코인을 공식적인 결제 방법 중 하나로 인정한 곳입니다. 2014년 국회에서 비트코인에 관한 견해를 묻자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시작됐고 2017년 5월 가상화폐법이 시행됐습니다. 

 

일본의 제도적 특징 중 하나는 거래소입니다. 한 사건 때문입니다. 2013년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마운틴곡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마운트곡스는 도쿄 지방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당시 가치로 4억7400만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 75만 개(고객 소유)와 자사의 비트코인 10만 개가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해킹이냐 먹튀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이 사건 이후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거래소가 되려면 ▲다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서버 용량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범죄 수익 방지를 위한 고객 신원 확인 ▲자금세탁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거래소는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고 최저자본금을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은 잘 알려졌듯이 올해 9월 가상화폐 시장을 출렁이게 만든 엄격한 규제를 실시했습니다. 일단 ICO를 전면 금지했고 60개 거래소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중국 거래소인 BTCC를 포함해 주요 거래소가 폐쇄됐습니다. 자국 내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중단한 조치였습니다. 국민의 피해를 우려해서라는 대외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투기 방지와 더불어 중국 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이렇게 가상화폐 시장을 옥죄다보니 중국 내 채굴자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미국은 부분적으로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통해 제도권 내에서 가상화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강합니다. 그런데 기관 사이에 온도차가 있습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상장을 허용했습니다. CBOE에서는 12월10일부터 비트코인 거래가 시작됐고 CME에서는 12월18일부터 개시합니다. 

 

반면 또 다른 규제기관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를 규제대상으로 보고 ICO 및 거래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은 미 국세청(IRS)에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을 2014년에 요구한 적이 있는데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통화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했고 비트코인 거래로 생기는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12월10일 무섭게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선물거래에 대한 우려에 당국의 규제도입 소식까지 겹쳐 급락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ICO에는 강한 규제, 가상화폐 거래는 대부분 부분 규제

 

최근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은 러시아는 어떨까요. 러시아도 강한 규제국으로 통했는데 최근에는 푸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법을 제정해 정비 중입니다.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중심이 돼 논의하고 있는 이 법안은 내년 2월에 상정돼 7월부터 시행될 걸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ICO를 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는 러시아에서 금지한다"가 법의 핵심 내용입니다. 러시아 내 거래소 역시 허가제로 운영됩니다. ICO는 부분적 규제가 유력합니다. ICO로 획득하는 펀딩 금액의 총액을 제한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규제에는 채굴자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채굴자들이 중국 땅을 떠나 러시아로 향하는 경우가 많고 러시아 정부도 이들의 행렬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일단 라이센스를 발급받은 채굴자만 허가하는 방안이 논의됐는데 결정된 바는 없는 듯 합니다. 다만 채굴을 통해 얻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과세합니다.

 

영국이나 호주, 싱가포르, 스위스, 독일, 벨기에 등은 투자자의 피해가 있을 수 있는 ICO에 대해서는 금지하거나 강하게 규제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에서는 과세 이외에 특별한 규제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화폐로서는 적법하지 않지만 자산으로서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우리 금융당국이 내놓을 규제 방향은 어느 나라와 비슷할까요. 

 

© bitlegal.io 제공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