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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폭력 방치는 또 다른 세월호 사건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2(Tue) 13:00:01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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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텀블러’라는 해외 사이트에 어린 여동생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왔다는 한국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자기 여동생을 성폭행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글이 몇 천 번이나 공유되고 만 명 가까이가 호응하는 무서운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글을 올리거나 이런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 중 상당수가 깜짝 놀랄 만큼 어리다는 사실도 보고되고 있다.

 

이런 막장스러운 청소년들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까? 소라넷에 이어 텀블러도 폐쇄하거나 차단하면 될까? 김정일이 남침을 못하는 게 ‘중2가 무서워서’라고 농담하면 끝날 일일까? 방치하다가 ‘재수 없게’ 걸린 특정 청소년 몇몇을 소년범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일까? 이런 청소년들이 십 년, 이십 년 이대로 자라 아무 두려움 없이 저지르는 언어적 범죄는?

 

근원적으론 시민사회의 건강성 회복, 공교육 바로세우기, 제대로 관계 맺는 법 가르치기 등등의 해법을 말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론 단속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알고 저질렀든 모르고 저질렀든 이런 유의 범죄는 엄중히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권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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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정작 해당 글의 내용으로부터 글을 올린 당사자를 유추해 신고하자 경찰이 얼버무렸다는 소식이 들렸다(여성신문 ‘경찰, ‘텀블러 여동생 성폭행 모의’ 신고받고 출동 안 했다’ 참조). 공권력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인 줄 모르거나 방치하면 그게 바로 ‘세월호’가 된다. 세월호는 결국 우리 사회의 총체적 직무유기가 낳은 끔찍한 결과라는 것을 이젠 다 알지 않나. 성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다는 보고는 한두 건이 아니다. 경찰은 억울할 수도 있다. 경찰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순찰을 돌고 신고를 하면 바로바로 출동한 덕분에, 벌어질 수도 있었던 많은 범죄가 미연에 방지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여성이 범죄자인 사건을 처리하던 속도와 비교했을 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일까. 텀블러 사건이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재도, 모 대학 총여학생회 후보였던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이버 성폭력이 고발되고 있는 상황이다.내버려두면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성에게 다수가 몰려들어 갖은 모욕을 해도 남성은 별 탈 없다는 인식이 통용되는 현실은 이미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성범죄는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음을 분명히 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 법과 제도, 공권력이 중요해진다. 보편타당한 인권보호의 잣대를 세우고 지키는 일이 민중의 지팡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폭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지니는 일, 지침을 제대로 세우고 소홀함이 없는 일이야말로, 경찰이 나서서 세상을 아주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호소를 하고 싶다. 나는 어릴 적에, 길을 잃어버리면 파출소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한 신뢰를 되찾는 길은 아마도 이런 사건 앞에 머리털이 쭈뼛 서는 인권감수성으로부터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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