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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타임’의 시간은 거꾸로 갈까

메레디스의 ‘타임’ 인수에 개입한 ‘코흐 형제’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2(Tue) 1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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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움직이는 검은 손'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는 인물이 코흐 형제다.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 톱10에는 대부분 우리가 알만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제프 베조스, 마크 주커버그, 래리 앨리슨, 마이클 블룸버그 등 유명인들 속에서 낯선 이름의 두 명이 공동 8위에 자리 잡고 있다. 찰스 코흐(81)와 데이비드 코흐(76), 세계 부호 공동 8위에 오른 형제는 최근 언론계를 뒤흔들만한 일을 했다.

 

미디어기업인 미국의 메레디스는 11월26일 타임 인코퍼레이션을 28억 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절차는 내년 상반기에 완료된다. 메레디스에 합류하는 타임 인코퍼레이션은 창간 95주년이 된 시사주간지 타임 외에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포춘, 피플 등 유명 매거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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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흐 형제가 보유한 지분 6억5000만 달러

 

주목받는 건 타임(Time)이다. 지금도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세계 시사주간지를 대표하는 매체다. 전성기의 타임은 두말할 것 없이 전 세계에서 발행됐고 정치, 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들에게 영향을 줬다. 메레디스는 이번 인수를 위해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등에서 35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코흐 형제도 타임 인수에 참가했다. 2013년 이후 타임 인수를 계속 시도해 온 메레디스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 만에 성공했다. 이전에는 가격이 맞지 않아 결렬됐지만 코흐 형제가 투자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코흐 형제가 보유한 투자회사인 KED는 6억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대주주로 참여하는 셈이다.

 

코흐 형제는 드러나지 않은 미국의 거부지만, 동시에 미국 보수 정치계를 움직이는 큰손이다. 그들이 소유한 코흐 인더스트리는 에너지·섬유·제지·곡물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를 다룬다. 이 회사는 비상장 기업이기에 재산 규모가 추정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많다. 두 형제가 보유한 재산을 합치면 빌 게이츠를 능가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들은 워싱턴에서 인기인이다. 특히 민주당 정치인의 공격 대상으로 종종 등장한다. 공화당에는 화통하고 후한 정치 자금줄이지만 반대로 민주당에서는 눈엣가시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들이 단지 보수파의 자금줄이라고 공격받는 건 아니다.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2014년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들은 양심도 없고 미국인도 아니다. 코흐 형제는 미국을 자신들의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이라고 믿는 것 같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적대적 인수 시도는 자신들이 더 큰 부자가 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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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를 자기 식대로 바꾸는 검은 손

 

시사주간지 '뉴요커'의 베테랑 기자인 제인 메이어는 'Dark Money : The Hidden History of the Billionaires Behind the Rise of the Radical Right'라는 저서에서 현재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격차가 부유층들의 오랜 계획에 따라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흐 형제는 미국 사회를 자기 식대로 바꾸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군의 활약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흐 형제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의 부를 이용해 정치권을 압박한다. 지방 자치 단체부터 연방 정부까지 미 전역을 커버한다. 후원금을 무기로 쓰거나 외부 단체를 이용해 압박을 준다. 친(親)공화당 정치단체인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merican for Prosperity)’이나 ‘자유동반자(FP)’ 등은 코흐의 후원을 업고 정치권에 압박을 가해왔다.

 

또 다른 방법은 싱크탱크 및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미디어 및 대학을 통해 진지전을 펼친다. 코흐 형제가 만든 코흐 재단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등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를 지원했고 그들과 뜻을 함께했던 인재는 워싱턴으로 진출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시절에 인재 등용이 활발했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공공정책연구소(AEI)의 경우 코흐 형제가 후원하는 곳 중 하나인데 메이어 기자는 앞선 저서에서 "AEI는 표면적으로는 연구소지만 실제로는 석유, 천연 가스, 석탄 등 기업에 의한 환경오염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업의 세금 감면을 위해 일하는 단체다"고 설명했다.

 

티파티 운동은 코흐 형제를 주목받게 한 장면이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추구하는 '큰 정부'에 반대하는 일종의 시민 저항운동이었고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로 위력이 증명됐다. 당시 티파티 운동의 지원을 받은 탓에 공화당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다수 탄생했는데 이 운동과 의원들에게 자금을 댄 사람이 코흐 형제였다. 

 

코흐 형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반(反)자유무역 정책'이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그들의 생각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에도 그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코흐 네트워크의 산하 조직인 '번영을 위한 미국인'의 팀 필립스 회장은 "공화당의 상·하원은 좀 더 대담하고, 큰 일을 해야 한다"며 건강보험법 개정과 세제 개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부탁했다. 미 정치전문지 '더힐'은 코흐 형제가 2018년 중간 선거를 위해 4억 달러(약 4500억원)를 공화당에 지원한다고 전했다.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면 문화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이들이 타임의 지분을 가지게 됐다. 메레디스는 우려를 의식한 듯 "KED는 메레디스에 이사진을 보내지 않는다. 회사의 편집과 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동적 투자자라는 뜻이다. 인수된 회사의 경영진과 분기별 회의에서 재정적·전략적 문제를 논의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게 메레디스의 설명이다. 

 

그러나 코흐 형제가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할까라는 의문은 곳곳에서 제기된다. 에밀리 벨 컬럼비아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코흐 형제가 투자를 위해 인쇄용 잡지를 만드는 미디어 회사에 6억5000만 달러를 쓴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 수익만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은 미디어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가지는 차별점이다.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면 문화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더 넓은 문화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흐 형제는 과거에도 언론사를 인수하고 싶어 했다. 2013년 LA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 유력 신문들을 발행하는 트리뷴 컴퍼니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유력한 인수 후보였지만 포기했다. 시민단체가 반대 시위를 벌였고 기자들이 퇴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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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시장에 참여한 아버지와 아들

 

언론의 중요한 가치인 독립성은 그들이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 언론을 이용은 하되 언론의 비판에는 거세게 반격한다. 2012년 코흐 형제는 환경분야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인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ICN, InsideClimate News)'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사순을 공격하는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했다. 화석연료의 혜택을 입어 거부가 된 코흐 형제에게 이 온라인 매체는 눈엣가시였다.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는 2010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육상 원유 유출 사고로 꼽히는 미시간주 엔브리지 송유관 유출 사고를 심층 보도해왔고 201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코흐 형제의 아버지 역시 미디어를 활용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지금의 코흐 형제를 있게 한 것은 아버지인 프레드 코흐다. 프레드 코흐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반공’이다. 프레드는 1920년대 스탈린이 지배하던 소련에서 정유공장 건설에 참여했다가 실패했는데 당시의 쓰디 쓴 경험 탓에 반공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반공을 주제로 한 주간지를 260만 부나 발간해 미국 전역에 배포할 정도로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가 컸던 인물이다. 코흐 형제 속 이념과 경영의 오묘한 동거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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