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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기획부동산들이 다시 떴다

투기장 된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역 호가 오르고 매물 실종

성문재 이데일리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4(Thu) 09:30:01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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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월29일 서민 주거안정의 밑그림인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개발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수도권 40여 곳의 그린벨트를 풀어 총 16만 가구가 들어설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성남 금토·복정, 부천 괴안·원종, 남양주 진접2, 의왕 월암 등 그린벨트 해제 지역 9곳을 우선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지구지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신규 택지 개발이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나머지 30여 곳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도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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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보상 갈등, 개발 반대 외치는 원주민들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임대주택과 민간분양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야심 차게 공개했지만, 해당 지역은 불과 1~2주 만에 토지 보상을 둘러싼 갈등과 투기 세력의 등장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공개된 해제 대상지 9곳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2지구(총 면적 129만2000㎡) 주민들은 보상 가격에 불만을 품고 수용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땅주인들은 그동안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농사를 생업으로 살아왔는데, 이번에 수용되면 인접지역의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에 땅을 내줘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용할 경우 공시지가의 150% 정도가 수용금으로 나온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이곳 농지의 공시지가는 3.3㎡당 50만원대다. 농업지구가 해제된 인접지역 토지 거래가인 3.3㎡당 1000만원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79만9000㎡ 규모 구리 갈매역세권의 경우, 지난 11월 주민공람 이후 찬반투표에서 개발 ‘반대’가 찬성을 압도했다. 현재 공시지가(3.3㎡당 100만원대)가 최근 시가에 크게 미치기 못하기 때문이다. 농지는 공시지가의 4~5배, 도로변 대지는 10배 수준에 거래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나 강동구 고덕지구, 강일3·4지구 등에서 땅주인들이 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보상과 입주가 지연된 바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론에 맞설 카드로 그린벨트 해제 및 신규 택지 개발을 선택한 정부가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해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지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해제 지역 주변으로 또 다른 개발이 확산되면서 난개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주변 개발 압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향후 공공주택 개발이 가능한 그린벨트 지역에 대해서는 발표 이전부터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토지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계획 발표 직후 들썩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등 일부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의 경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땅값이 호가(부르는 값) 위주로 일주일 새 두 배 이상 뛰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2지구 내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농지는 3.3㎡당 시세가 100만원 선이다. 사업지 인근에 있는 1종 일반지구지역 땅값은 3.3㎡당 1000만원이 넘는다. 진접읍 B공인 대표는 “개발이 진행될 진접읍 내각·연평리 일대 그린벨트 지역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며 “일부 땅주인들은 택지지구 지정 이후 보상금을 고려해 호가를 주변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성남시 복정·금토지구에도 투기 바람이 거세다. 특히 ‘제3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주목받는 성남시  금토동 일대(58만3000㎡)는 토지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다. 성남시 금토동 그린벨트 내 밭은 지난 7월 3.3㎡당 1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도로가 붙어 있는 물건의 경우 2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부천시 원종동 그린벨트 내 밭도 지난 7월 3.3㎡당 7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는 두 배 이상 높은 150만원부터 흥정을 시작해야 한다. 그린벨트 인근에서 개발 가능한 땅은 이보다 훨씬 높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금토동 인근 T공인 관계자는 “판교창조경제밸리 조성 기대감에 그린벨트 인근에서 개발 가능한 땅은 1년 전보다 가격이 20~30% 올랐다”며 “투자 문의는 부쩍 늘었지만, 땅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이는 바람에 거래는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일부 택지 개발 예정지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도 포착됐다. 군포시 대야미·속달·둔대동 일대에 조성되는 군포 대야미지구의 경우, 이미 한 달 전부터 공인중개업소나 부동산 전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택지지구 지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알선 사례가 적지 않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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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제한 등 투기 방지 대책도 마련했어야”

 

그린벨트 내 임야를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도 다시 고개를 들며 토지 판촉에 나섰다. 이들은 토지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여러 필지로 쪼개 팔면서 비교적 소액 투자로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기획부동산들은 이미 발표된 경기도 성남·의왕·구리시 등은 물론이고, 아직 발표가 나오지 않은 수도권 인근 지역까지 “그린벨트 해제 발표가 나면 땅값이 몇 배, 몇 십 배는 오를 것”이라며 토지 투자를 부추긴다.

 

문제는 이들이 그린벨트 해제 근거로 내세우는 정보가 터무니없고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업자들은 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허위 직함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가 설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7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그린벨트 내 토지의 분할된 면적이 200㎡ 이상이어도 투기 목적 등으로 판단될 경우 필지 분할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조례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필지 분할을 금지하더라도 공유지분 투자 등을 통해 여전히 기획부동산의 토지 매매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발표와 함께 거래 제한 등 투기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했다”며 “지금부터라도 투기 관련 불법·탈법 행위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개발 예정지 내 토지 거래 허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발표된 공공주택지구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관계기관과 협조해 불법행위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며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주민공람일에 항공사진 촬영이 완료됐고 전문 경비업체를 통한 사업지구 관리용역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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