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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作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잔잔한 울림’

12월, 놓치기 아까운 국내외 다양성 영화 7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7(Sun) 17:30:01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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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가 연말 특수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영화는 12월14일 《강철비》 개봉을 시작으로 한 주씩 간격을 두고 《신과함께-죄와 벌》 《1987》까지 대작(大作)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접전을 벌이게 됐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에 이어지는 속편이자 시리즈의 여덟 번째 에피소드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휴 잭맨 주연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등 외화 공세도 만만치 않을 예정. 이토록 전쟁을 방불케 하는 12월 박스오피스의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각각의 매력으로 충만한 다양성 영화들 역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외적으로 상업영화만큼의 규모를 자랑하진 않지만,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다른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들이다. 극장에서 놓치기엔 하나같이 아까운 일곱 편의 다양성 영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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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12월7일 개봉)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여 잔잔한 호평을 받은 영화다. 서로 다른 개인이 뭉쳐 이룬 가족이라는 단위, 그 안의 관계들을 예리하게 바라보았던 《철원기행》(2016) 김대환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집단으로서의 가족과 그 안의 관계를 바라보되 다루는 결이 조금 다르다. 아직 법적으로는 묶이지 않은 오랜 커플이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결혼을 고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영(김새벽)과 수현(조현철)은 함께 서로의 부모가 살고 있는 인천과 삼척을 오가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집안 문제를 포함한 처지와 고민들을 나눈다.

 

《초행》에는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젊은 커플의 불안과 갈등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풍족하지 않은 경제적 배경과 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민은 오히려 두 사람의 말이 끊길 때 여백으로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한국 독립영화계의 스타이자 점차 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김새벽과 조현철, 두 젊은 배우가 즉흥 연기에 가까운 호흡을 주고받으며 완성한 ‘원 신 원 테이크’ 장면들로 채워진 형식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공기까지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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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12월14일 개봉)는 ‘모든 사람의 인생은 영화’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하는 영화다. 암 선고를 받은 시골 마을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은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부탁해 영화를 찍으려 한다. 주인공은 자기 자신, 시나리오도 자신이 직접 쓴 것으로 불쑥 내미는 급작스러운 제안이다. 그렇게 시작된 슬랩스틱 코미디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의 촬영 과정. 그 안에서 아들 스데반(오정환), 그리고 아들의 여자친구 예원(고원희)은 모금산이 살아온 삶을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흑백 화면으로 담아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찰리 채플린·버스터 키튼 등 위대한 코미디 배우들이 활약하던 무성영화의 향수를 물씬하게 전한다. 각자의 역사와 사연을 지닌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 ‘영화를 본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막연한 미래가 아닌, 어쩌면 곧 현실이 될지 모르는 죽음을 앞에 두고 담담하게 주변을 정리해 가는 중견배우 기주봉의 표정만으로도 매 장면 깊이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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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끝자락인 28일에 개봉하는 《나의 연기 워크샵》은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극 안에서는 연극 《사중주》를 본 뒤 ‘연기 워크샵’에 지원한 네 명의 배우들이 미래(김소희)에게 수업을 받는 과정이 펼쳐진다. 신체의 긴장을 푸는 것부터 관객과 교감하는 법,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방식까지 배우들의 몸으로 직접 표현되는 이 모든 내용은 배우들을 위한 연기 교본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실제로 이는 이 영화의 연출가이자 극단 연희단거리패 3기 출신인 안선경 감독이 운영한 연기 워크숍의 커리큘럼 중 일부이기도 하다. 어쩌면 살면서 우리 모두가 매일 조금씩은 경험하는 연기라는 행위 자체, 그것을 직업적 기술로 소화하는 배우라는 예술가들의 근본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이다.

 

외화 다양성 영화도 풍성한 차림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12월7일 개봉)는 오랜만에 찾아오는 중화권 감성 영화. 대륙에서는 《칠월과 안생》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는데, 이는 두 여주인공의 극 중 이름이다. 중국을 강타한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며, 칠월과 안생을 연기한 마사순과 주동우는 지난해 대만 금마장 시상식에서 53년 만에 공동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영화는 어린 시절 운명처럼 단짝으로 만나 첫사랑을 시작하고,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우정의 기로에 선 채 20대를 보내는 두 주인공의 우정을 진하게 그려 나간다. 배우들의 농밀한 감정선이 끝내 눈물을 부르는 영화이자, 모든 사람의 진정한 첫사랑은 ‘내 생애 제일 처음 사귄 단짝’이었음을 새삼 깨우쳐주는 작품이다. 12월14일 개봉하는 《세 번째 살인》은 국내에 이미 두터운 팬층을 지닌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이다. 살인을 자백한 미스미(야쿠쇼 고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자신만만했던 처음의 태도와 달리, 미스미의 진술 번복 앞에서 혼란을 겪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중년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고지가 양 끝에서 하나의 팽팽한 현을 당기듯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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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작 틈바구니, 작품성 돋보이는 다양성 영화들

 

지난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선보였던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은 12월21일 개봉한다. 미국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의 이야기다. 영화에는 사건이랄 것도 없다. 큰 변화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패터슨이 자신의 일상을 시로 써내려가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그 작은 설정 안에서 일상의 감각들, 시의 운율을 섬세하게 건져 올리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영상시가 된다. 12월28일 개봉하는 《고스트 스토리》는 케이시 애플렉·루미 마라 주연의 독특한 감성 로맨스다. 연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여자는 이사를 가고, 유령으로 돌아온 남자는 공간에 홀로 남겨진다. 국내 개봉에 앞서 ‘시간과 기억에 관한 시적 탐구’(할리우드 리포터), ‘사랑과 상실에 관한 아름다운 상상’(가디언) 등 외신으로부터 호평이 두루 쏟아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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