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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야, 동반자야? 삼성과 애플의 ‘마진 전쟁’

반도체 초호황으로 양사 마진 격차 1.5%p차로 좁혀져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15(Fri) 12:02:36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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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마진(margin)을 먹고 자란다. ‘마진 많이 남기기’는 곧 기업의 꿈이다. 올 한 해 꿈의 크기를 가장 극적으로 키운 기업은 삼성전자다.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 본격화한 반도체 초호황 덕택이다.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영업이익률은 사상 처음 50%를 넘겼다. 숙명의 라이벌 애플과의 마진 격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3분기 기준 애플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4.9%와 23.4%다. 격차는 역대 최저치다. 정확히 2년 전인 2015년 3분기, 애플은 28.4% 영업이익률로 14.3%에 그친 삼성전자를 2배 이상 앞서 있었다. 격차는 같은 해 4분기에 20.3%포인트까지 늘어났다. 상황은 갑자기 변했다. 지난해 2분기 두 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2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애플을 추월했다.

 

애플이 부진해서일까?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올해 3분기 애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순이익도 107억 달러(약 11조7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6조원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단지 삼성전자의 단기간 상승폭이 너무 컸을 뿐이다. 클라이맥스는 3분기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3분기에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을 거둬들였다. 덕분에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9조3000억원이나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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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로 반격 나선 애플, 삼성에도 호재

 

삼성전자가 가장 마진을 많이 남긴 분야는 메모리반도체, 그중에서도 D램이다. D램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사용된다. 애플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고성능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 좋은 D램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자연스레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자로 수요가 쏠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D램 사업 영업이익률은 62%를 기록했다. 2분기 59%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다. 1000원을 팔면 620원을 마진으로 남겼다는 뜻이다. 이 분위기는 4분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은 각각 10%와 1%씩 상승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1조9000억원으로 3분기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SP가 상승하면 당연히 마진도 커진다. 한화투자증권은 4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을 16조9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16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그럼 4분기에 삼성전자는 애플을 역전할 수 있을까? 역시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애플이 아이폰 발매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아이폰X’가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쥔 장(Jun Zhang) 로젠블래트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아이폰X가 11월3일 출시 이후 1500만 대 이상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는 애플에 막대한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며 “256GB 모델과 64GB 모델의 판매 비율이 2대 1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12GB V낸드 출시한 삼성, 애플도 잠재고객

 

아이폰X는 역대 애플 스마트폰 중 최고가다. 미국 현지 출고가는 기본형인 64GB 모델이 999달러다. 훨씬 많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진 256GB 모델의 가격은 1149달러에 달한다. 이 모델은 국내에서 155만7600원에 팔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아이폰X 64GB 모델 부품원가는 370.25달러 수준이다. 64GB와 256GB의 부품원가 격차는 출고가(150달러)보다 적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는 곧 애플이 남길 마진이 더 커질 거라는 걸 의미한다. 이언 포그(Ian Fogg) IHS마킷 연구원은 “아이폰X의 높아진 가격은 낮아진 출하량으로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걸 뜻한다”며 “만약 애플이 출하량을 늘리면 이익이 현저하게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IHS마킷은 삼성전자 갤럭시S8 64GB 모델의 부품원가를 302달러, 출고가를 약 720달러라고 봤다. 설명대로라면 똑같이 한 대를 판매해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남길 마진 격차가 크다. 사실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83.4%를 애플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비중은 12.9%에 그쳤다. 애플의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은 덕분이다. 아이폰X 256GB 모델 인기는 이 수치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자, 그렇다면 다시 묻자. 결국 애플이 삼성전자를 또 한 번 멀리 따돌리게 될까?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고 답하기는 곤란하다. 두 기업 간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폰X가 남길 마진 일부를 건네받게 된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X에 쓰이는 플렉시블 AMOLED를 6700만 대 공급하기 때문이다. 아이폰X가 많이 팔리면 삼성전자에도 이득이라는 뜻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인 1조8000억원에 이르리라 보고 있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8000억원) 성적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는 고스란히 삼성전자 마진에 포함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총아로 떠오른 낸드플래시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12월5일 차세대 모바일 기기용 512GB eUFS(embedded Universal Flash Storage)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48단 256GB V낸드 기반 제품보다 용량은 2배로 늘었는데 크기는 유지했다. 이에 따라 당장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9 라인업에 512GB 모델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히 노트북PC 수준 휴대폰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계속 보존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다운로드해 저장할 때 주로 활용된다. 낸드 수요가 늘어난 건 최근 콘텐츠 소비 흐름과 맞물려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사진·동영상 촬영과 이를 저장하는 경향이 늘어난 덕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12GB eUFS는 4K UHD(3840×2160) 모드로 10분짜리 동영상 130편을 촬영할 수 있다. 대용량이 각광받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 스마트폰의 가늠자인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서도 낸드 용량 증가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다시 애플이 등장한다. 아이폰X 액정 크기는 5.85인치로, 역대 애플 제품 중 가장 크다. 이 제품의 해상도는 1125×2436이고 인치당 픽셀(ppi)이 463ppi 수준이다. 대화면과 픽셀 향상은 고화질 동영상 시청 수요를 겨냥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에 더해 애플은 새 비즈니스 모델로 증강현실(AR)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어느 각도로 보나 막대한 데이터 저장 공간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512GB V낸드의 단골고객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면 두 기업을 추격하는 중국 제조업체들도 이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잠재고객층 규모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즉 삼성전자가 마진을 많이 남길 시장이라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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