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빠지자 제약·바이오주도 동반 하락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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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공시→주가급등→계약해제 등 악제→주가급락’ 공식 재현되나

 

신라젠의 추락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시사저널은 12월6일 신라젠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고 보도했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신라젠 주가가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증권가의 시각을 심층 분석․보도했다.(신라젠 주가 ‘고공행진’ 주춤…거품 붕괴 신호탄인가 기사 참조

 

신라젠은 올해 코스닥의 최대어로 꼽혔다. 지난해 12월6일 상장 이후 1년여 만에 8배 가까이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종가는 1만2850원, 올해 12월6일 종가는 9만8300원이었다. 

 

특히 올해 8월 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8월24일 2만2000원이던 주가는 11월21일 장중 한때 15만2300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석 달 여 만에 주가가 592.27%나 올랐다. 이 회사가 현재 개발 중인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 사진=Pixabay

 

신라젠 주가 11월 고점 대비 45%나 감소

 

하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해 신라젠은 53억원의 매출과 46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 이래로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분기 기준으로 신라젠의 매출은 47억원과 37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 손실 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6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이 수조원대인 코스피의 한국타이어나 LG유플러스, 한화생명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주의 경우 산업 특성상 미래 가치가 많이 반영된다. 신약 개발이 성공했을 경우 소수 업체들이 독과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이 높다”면서도 “그 만큼 위험 부담도 높다. 거품이 꺼질 경우 개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라젠 주가는 11월21일(장중 15만2300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 중이다. 12월6일 보도 당시 주가는 9만8300원으로 정점 대비 35.46%나 하락했다. 12월14일 종가는 8만5400원으로 6거래일 만에 또 다시 13%나 하락했다. 그 동안 증권가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신라젠 거품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주 동반 하락에 거품 붕괴 우려  

 

더욱 우려스러운 사실은 최근 신라젠과 함께 동반 상승했던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8월24일 기준으로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바이로메드다. 올해 6월 이연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의 치료약물인 ‘VM202’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신라젠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 주가 역시 11월21일 최고점(장중 18만7000원)을 찍었다. 이후 주가가 계속하락하면서 12월14일 현재 14만6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18거래일 만에 주가가 20%나 감소한 것이다. 

 

실적 역시 좋지 못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폭이지만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3분기 기준 영업 이익률은 -119.98%로 전분기(60.86%)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밖에도 제넥신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이치엘비, 티슈진 등도 시점에 차이가 있지만, 신라젠 주가가 하락한 이후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제넥신의 경우 10월31일부터 11월20일까지 불과 14거래일 만에 주가가 4만2800원에서 6만4200원으로 50%나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12월14일 5만5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럼에도 이들 종목은 대부분 코스닥 시가총액이나 상승 순위에서 탑 10에 들고 있다는 점에서 ‘거품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 주간지 ‘더스쿠프’는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적으로 개발 중인 신약의 시장가치보다 200% 많은 시장가치를 부여한다. 시장 가치의 70~80%(임상 3사)를 반영하는 외국과 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임승원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 김원식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6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코스닥시장 상장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전문가들 “신약의 시장 가치 지나치게 부풀려졌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가 받은 시가총액이 16조원에 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수출 계약 사실이 연이어 공시되면서 두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수출 취소 사실이 잇달아 공시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개미투자자들 역시 큰 피해를 봤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더스쿠프에서 “미국 애널리스트들이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벨유에이션을 많이 주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성공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벨유에이션의 근거가 되는 신약의 시장 가치가 근거도 없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코스닥 상위 50개 종목의 80%가 제약·바이오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기업별로 기술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간암 치료약이나 폐암 치료약의 시장 규모도 다르다”며 “하지만 시장에선 모두 제약·바이오 업종이라고 똑같은 가치를 매기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옥석을 가릴 줄 아는 투자자들의 현명한 습관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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