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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思惟)하는 힘’ 일깨워주는 책을 한눈에

인문학 에세이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펴낸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7(Sun) 20:00:00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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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가장 고독할 때 책을 찾는다. 자신이 세상 속의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다시 책에 빠져들었던 것도 가장 고독할 때였다.” 지난해 인문학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를 펴내며 정치 평론집이 아닌 인문학 책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올해 또 한 권의 인문학 에세이를 펴냈다. 유씨는 고독한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독서를 하며 삶의 의미를 묻고 답을 찾아갔다. 그는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지나 이제 조금은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되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며 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을 소개한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를 내놓았다.

 

“한 시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우르르 몰려다녔다.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은 온통 서로 무리 지어 있다. (중략) 무리의 도덕과 나의 도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언제나 떠도는 유목민이어야 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은 그 무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그 경계 밖에서 세상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다.” 시사평론가로 방송과 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유씨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또한 최근 10년 동안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분류돼 방송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한 채 세상이 원하는 말을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나 자신과 불일치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와 불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그에게 인생의 좌표였다. 그래서 자신의 말과 글, 사는 모습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상과 불화하는 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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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할 때 가장 충만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

 

“언제까지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삶을 살 것인가. 내 삶의 주인은 나인데, 어째서 나 아닌 사람들이 내 삶을 결정짓는단 말인가.” 느닷없이 찾아온 고독의 시간, 유창선씨는 그동안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게 된다. 시대를 무기력하게 한탄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힘을 스스로 키우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후로 그는 몇 년 동안 수험생처럼 동네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책에 파묻혀 보낸 고독한 시간이었지만 진즉에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시공간을 초월해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2500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작가들도 하고 있었다. 삶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아, 나만이 아니었구나. 그들도 외로웠구나. 그럼에도 자신의 얼굴을 잃지 않았구나.”

 

유씨는 누구보다 고독했던 니체로부터 강한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니체의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지만, 병마와 고독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했던 니체의 말들은 가라앉았던 그의 내면을 일으켜 세웠다. “니체는 살아가는 데 고독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람은 고독할 때 가장 깨어 있고 충만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고독했을 시간에 그는 열정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펴냈다. 외롭다는 것은 생각만큼 나쁜 것이 아니다. 외로운 사람이 약한 것은 더욱 아니다.”

 

유씨는 삶에 대한 니체의 질문 중에 ‘어떻게 가장 무거운 것이 가장 가벼워질 수 있는가?’라는 대목을 들면서, 세상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는 게 너무 힘겨울 때 ‘이를 악물고’ 살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운명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지는 삶은 자유롭게 날 수 없는 삶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할 때 삶의 발걸음은 가벼워질 수 있고 비로소 새처럼 날 수 있다. 그래서 아모르파티(Amorfati), 고통과 실패까지도 사랑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사랑을 니체는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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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한나 아렌트 등의 책 12권 소개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에서 유창선씨가 다루고 있는 책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니체·한나 아렌트·미셸 푸코·카프카·움베르토 에코·롤랑 바르트 등의 저작들은 혼자서 독해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유씨는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넓고 깊게 읽어낸다. 유씨가 고른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유’(思惟)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유대인 학살이라는 인류사의 엄청난 비극에서부터 최순실 게이트까지, 사유하지 않을 때 얼마나 참혹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목격했다. 아렌트는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고 설파했다. 그러니까 사유는 비판이고 행동이다.”

 

유씨는 사유하는 힘을 일깨워주는 책을 만난 사람은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절망의 시대에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품격 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진리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사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유하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의 품격을 지키고, 누구도 존엄을 잃지 않고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운다. 혼자 고독 속에서 하는 사유는 결국 활동적인 삶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씨가 강조하는 싸움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런저런 욕망의 유혹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New Book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성공 창업의 비밀

이형석 지음│북오션 펴냄│1만8500원

 

국내 1호 창업 컨설턴트인 저자가 빅데이터를 통해 대한민국 창업의 현주소를 낱낱이 살펴본 책이다. 인기 업종인 편의점·치킨·커피전문점의 현황과 동향은 물론 세대별 소비패턴, 소비 트렌드에 맞춤한 창업 트렌드를 살펴봤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으로 어떤 산업이 뜰지, 아니면 반대로 사라질지를 분석했다.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지음│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펴냄│1만3500원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조성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느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책이다. 저자는 한양도성이야말로 역사와 문화의 천년고도인 서울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문화상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 한양도성 성곽길은 빌딩 숲 도시로 변신한 서울에서 시민들에게 삶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뛰어난 리더는 방황하지 않는다

정보철 지음│박하 펴냄│1만4000원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의 공통점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확신’이다. 유명 창업 컨설턴트인 저자는 책에서 리더십의 해답이 《중용》 《사기》 《장자》 《그리스인 조르바》 등 인문 고전에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저자가 강조하는 혼돈의 세계를 평정한 리더의 공통된 덕목이다. 

 

 

너를 놓는다

문숭철 지음│영인미디어 펴냄│332쪽│1만5000원

 

 

행복했던 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아내의 교모세포종. 그리고 점점 소멸하는 아내의 곁을 지킨 남편의 고독한 이야기. 1년여 투병 기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내를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쓴 일기를 한 편의 에세이로 엮어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아내의 영혼이 살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내가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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