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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文 중국 방문은 관계 개선 첫 단추에 불과하다”

[인터뷰] 현대 중국 전문가 조영남 서울대 교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5(Fri) 09: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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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중(訪中) 일정을 두고 벌써부터 국내 언론의 평가가 비판적으로 흐르고 있다. 방문 일정 축소와 한중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결정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난징에서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이 직접 국빈 마중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홀대론’도 제기됐다.

지난 5월 탄핵정국 속에서 정권을 이양 받은 문재인 정부는 현재 복잡한 외교 현안에 직면한 형국이다. 미국, 중국, 일본, 북한 등 어느 국가 하나 만만하지 않고, 북핵, 사드, FTA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문 정부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인가. 현 시점에서 문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걸일까.

시사저널은 12월13일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52)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이 취임 뒤 첫 방중 일정을 떠난 날이었다. 현대 중국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영남 교수는 작년 9월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민음사) 3부작을 내기도 했다.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리던 조 교수를 어렵게 만나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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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12월12일) 중국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중국 분위기는 어땠나.

 

중국에서 12월13일은 난징 대학살을 추모하는 국가 기념일이다. 시진핑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난징을 방문하고, 전국적으로도 대규모의 추모 행사를 거행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통령의 방중 소식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에 불과하다. 

 

 

“文 방중 시기 최선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선택”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중국 공항에서의 영접을 둘러싸고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방중일정을 당초 4박5일로 예정했지만 최종적으로 3박4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시기에 대해 말이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국빈 방문하기에 아주 좋은 때는 아니다. 일본군에 의해 수십만 명이 학살당한 국가적 비극을 추모하는 기념일에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 오더라도 축제 분위기에서 방글방글 웃으면서 맞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를 배려하여 문 대통령도 주중 한국대사를 난징 추모식에 참석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우리로선 이번 방중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방중 시기를 놓고 많이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음에도 방중을 서두른 배경에는 두 가지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북핵 이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문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는 문제 인식,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만큼 해결이 절박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실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관계를 회복하자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이다. 동계올림픽 개최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이는 결코 도외시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북핵 위협 등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으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방중으로 인해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정상회담은 반드시 분명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외교 형식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중 양국이 만났을 때 논의할 의제는 사실상 정해져있다. 첫 번째는 북한문제다. 현재 상황에선 특히 북한의 핵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경제 문제다. 한중 FTA 협의나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문제, 무역 및 투자 확대가 주요 의제다. 세 번째는 지역 안보 문제다. 북중 관계, 한미일 군사협력 문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의제가 모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그래서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을 해결했는가 못했는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냈느냐 그렇지 못 했느냐 하는 식으로 이번 방중의 성패를 가늠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정상회담으로 당장의 한중관계 개선을 기대할 순 없단 얘긴가.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도 현재 상황에서 크게 바뀔 것은 없다. 애초에 사드 배치를 안 했으면 몰라도, 이제 와서 우리가 사드를 물릴 수는 없다. 우리로서 최선의 방법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용인하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미국이 주도하는 어떤 형식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해서도 반대해왔다. 중국이 그런 입장을 지금 갑자기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묵인하는 정도가 우리에게는 차선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쉽진 않다. 시진핑 정부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내부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시진핑은 현재 군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군의 지지를 얻기 위해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군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그래서 시진핑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의 영해·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밖에도 한국의 사드 배치를 묵인할 경우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우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

 

 

문재인 정부가 외교 문제와 관련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맺음에 있어 ‘고립무원’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문재인 정부가 처한 외교 현실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인데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 중국, 일본, 러시아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져온 문제다. 

이번 방중은 무슨 커다란 성과를 내자고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중 간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여 상호신뢰를 높이자는 것이다. 지난 보수 정부 9년 간 한중관계는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속 악화되어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그런 문제를 초래한 상황과 원인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 이번 방중의 방점이라고 본다. 신뢰 회복의 초석을 다지자는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방중 성과로서 충분하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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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한국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해결해가긴 어렵지만, 그래서 최소한 북핵 문제에서는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선, 북핵은 평화적인 해결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 다시 말해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우리의 입장을 대외에 분명히 밝히고 국제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 상호 신뢰를 다지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해내야 한다. 북한이 UN 안보리의 결의사항을 위반하면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동시에 북한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조건도 제시해야 한다. 제재와 압박은 대화를 위한 수단이다. 셋째, 주변국과의 협력 관계를 증진시켜 한국의 전체적인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 더 넓게는 아세안 국가까지 협력 대상에 포함시켜 우리의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여 체제 안정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한국이 활동할 공간은 넓지 않다. 그래도 우린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하고, 주변 국가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중국이 강도 높은 제재·압박을 가해주길 바란다는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시진핑 주석은 자국의 국익증진, 특히 주권, 안보, 발전과 같은 핵심 이익의 수호를 최우선 목표로 높고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여론도 신경을 쓰고 세계 질서 속에서 중국의 역할을 증진하는 문제도 긴 안목에서 바라본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하는 국가지만,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통치한다기보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체제로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외교 정책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다. 시진핑은 선거나 대중적 인기를 대비해야할 이유도 없다. 대부분의 외교 정책이 길게는 30여 년 전에 덩샤오핑에 의해, 짧게는 2009년 무렵부터 결정되었다. 따라서 예측이 가능하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정책은 일관되고 분명하다. UN안보리 제재 범위 내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다. 

"中 한반도 핵 위기,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했을 것"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과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악화라는 긴급한 상황이 발상하면서 이에 양국이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성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현재 북핵 문제를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소위 ‘10.31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사드배치로 인한 양국 갈등 국면을 이어가는 것보다 북핵에 대해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하여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현재의 북핵 문제가 더욱 악화되면 미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사드에 기존 입장을 조금 완화한 것이다. 이런 중국의 입장은 우리에게 나쁜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은 불가하다”는 말을 하는 배경엔 이런 맥락이 있다.​

 

 

송유관 중단 등 중국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기대해도 될까.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진 않는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참여한다 해도 ‘북한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준의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석유를 중단하거나 해상 봉쇄 등의 제재엔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중국 측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할 말은 하면서 대립각을 더욱 분명하게 세우라 주문한다. 하지만 이것이 북핵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럴 결우 북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한중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임으로써 우리의 활동 공간을 더욱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이런 주장이 ‘문재인 정부 흔들기’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반도 핵 위기,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생각보다 위험한 수준이라고 본다. 지난 9월에 일주일 동안 베이징에 머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았고, 한국을 방문한 여러 중국학자들도 만나 보았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미중 정부 간에 ‘북한 긴급 사태’ 문제를 논의한 것도 중국이 미북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반증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가 미국 본토까지 안정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실제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입장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할 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북한에게는 더 커다란 위기의식으로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공포감이 심리적 에스컬레이션(증대․escalation) 작용을 일으켜 결국 ‘의도하지 않은’ 군사적 충돌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국제 사회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일에 주의해야 한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 시점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을까. 이것이 남북한에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미국 내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국제사회의 반대나 피해 국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위험한 외교 정책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국내 여론과 지지가 악화되었을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혹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김정은도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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