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 오히려 떨어질 수도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5 13:42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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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까 하는 데 쏠려 있다. 시장금리는 계속 상승할까? 우리 경제 환경을 보면 앞으로 금리 인상은 한두 차례에 그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장금리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3.8%로 201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들어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추경 편성으로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이다. 여기다가 12월에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월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p 인상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내년에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만큼 그렇게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는 않아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2.1%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을 이뤘던 2009년 74.4%보다 낮아졌는데도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서비스업 경기도 숙박음식업과 부동산임대업 중심으로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통계청에서 앞으로의 경기를 내다볼 수 있도록 작성해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경기 정점에 1~8개월 선행했다. 내년 상반기 어느 시점에 지금 회복되고 있는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다가 체감 물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1월까지 1.5% 상승에 그쳤다. 2018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고 있는 2%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금리는 기대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미리 반영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둔화될 경기와 물가를 보면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와 달리 미리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우리 경제는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돈이 남아돌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가계에 이어 기업마저 자금잉여 주체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써야 하는데, 앞으로는 저축한 돈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그 자금으로 가계나 기업에 대출해 주거나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그런데 가계에 이어 기업마저 저축하면, 보수적인 은행은 주식보다는 채권을 많이 살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낮아지고,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은행의 채권 매수는 금리를 더 낮출 것이다.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2016년 8월에 2.9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후, 올해 10월에는 3.50%까지 올라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금리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가계 대출금리 평균이 5.69%였다. 또한 앞서 살펴본 금리 결정 요인을 보면 현재의 금리 상승은 장기 하락 국면에서 일시적 상승일 수 있다. 멀리 내다보면 대출은 변동금리로, 예금은 고정금리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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