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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씨, 37년 만에 명예졸업장 받다

12월16일 중앙대학교에서 명예졸업장 수여식 열려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6(Sat)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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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숨진 고(故) 백남기씨가 중앙대학교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백씨가 1980년 민주화운동으로 학교를 떠난 지 37년 만이다.

12월16일 오후 4시30분 중앙대학교 대학원 회의실에서 백씨의 명예졸업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명예졸업장 수여식에는 백씨의 유족을 포함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노웅래·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창수 중앙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참여연대와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도 자리에 함께 했다.

이번 명예 학위 수여 과정은 백씨의 민주화 운동 활동을 인정해달라는 각계각층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중앙대는 중앙대 민주동문회를 비롯해 가톨릭농민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에서 백씨에게 명예졸업장을 달라는 요청이 오자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명예학위 수여 승인위원회를 거쳐 지난 8월 총장의 최종 결재가 이뤄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고인은 가시는 날까지 한 평생 동안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평생을 불의와 맞서 싸우셨던 고인이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희생됐다”며 “저는 고인을 ‘백남기 농부 열사’로 불러드리고자 한다. 고인의 정의로운 정신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고인의 뜻을 받들어 저 역시 정책들을 촘촘하게 살펴나가고자 한다. 이런 정부의 노력들이 모여 노동자 삶을 개선하고, ‘백남기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오신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오늘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신 중앙대 관계자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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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과 함께 백씨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사회적으로 농민 보호에 기여했다는 내용의 공로패도 수여됐다. 아버지의 졸업장을 대신 받은 장녀 백도라지씨는 “아버지는 4학년 1학기까지 다니시다가 1980년 5월 17일 계엄군에게 끌려 나간 뒤 학교로 다시 돌아오시지 못했다. 학교 얘기를 종종 해주셨던 것을 보면 학교를 좋아하셨던 것 같다. 시위했던 얘기도 많이 해주셨는데, 암담한 시절이지만 중앙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뜻을 같이 하는 선후배들과 잘 지내셨나보다 생각했다”며 “40여년 만에 졸업장을 받으신 아버지께 이제 소감을 여쭤볼 수는 없지만, 학교라는 빡빡한 시스템 안에서 이례적으로 명예졸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사고를 당하신 순간부터 달려와 명예졸업을 추진해주신 민주동문회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1968년 중앙대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1971년 군대가 치안을 맡는 '위수령'에 항의하다 제적당했고, 1975년에는 유신헌법에 맞서 저항운동을 하다 두 번째 제적됐다. 1980년 '서울의 봄' 때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계엄군이 전국 치안을 장악해 민중탄압이 심했던 시기에 한강도하 투쟁을 감행하다 계엄군에 체포돼 고문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학교로부터 3차 제적되면서 퇴학처분을 받았다. 고문수사 끝에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군사법원으로 넘겨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3․1절 특별사면 된 뒤 고향인 보성으로 내려가 농업에 종사했고, 가톨릭농민회에서도 활동했다. 백씨는 5‧18 유공자였지만 살아남은 자는 말이 없다며 끝까지 보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쌀 수매가 21만 원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이후 의식불명으로 서울대병원에서 317일 간의 사투를 벌였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백씨의 사망이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정권이 바뀐 뒤인 지난 6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6일 광주 망월묘지 3묘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5‧18 구(舊) 묘역, 망월동 묘역으로 알려진 망월묘지 3묘원은 1980년 이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시민들이 처음 묻혔던 곳이다. 국립 5‧18민주묘지가 완공되면서 희생자들은 이장됐지만, 5‧18 정신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면서 이한열‧이철규 열사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가 숨진 이들이 안장됐다. 광주시와 5월 단체‧시민단체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5‧18 구묘지 안장 태스크포스는 백씨의 시신을 망월공원묘지에 안장하고 싶다는 유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광주시 등은 “백남기 농민이 그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온 만큼 안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후에도 경찰은 백씨의 사망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사과를 거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에야 사과는 이뤄졌다. 6월16일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이 백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 청장은 경찰과 공권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박종철, 이한열 열사에 이어 백씨를 언급하면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이제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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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명준(신문방송학과 69학번) 동문은 “백남기 농민으로 인해 광장이 열렸고, 촛불이 불타올랐다. 촛불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기 때문에 중앙대 의혈탑에도 이름을 새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백남기 농민의 저항 정신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 저도 의혈탑을 보고 4·19 정신을 느꼈던 것처럼, 중앙대의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의미를 의혈탑에 꼭 새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수 중앙대학교 총장은 “평생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겸손한 삶을 살았던 백남기 동문을 안타깝고 비통하게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백남기 동문을 비롯해 제적을 당한 동문들을 지켜내지 못했던 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인의 용기와 겸손, 성실함과 너그러움, 소통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랑스러운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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