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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합창단 전통 비결?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마음”

[인터뷰] 110주년 맞은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이끌고 힌국 찾은 지휘자 뱅상 캐론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8(Mon)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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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를 환히 비추던 조명이 차츰 잦아들었다. 하얀 미사복 가운을 입은 24명의 소년들이 어둠 속에 묻혔다. 마침내 공연장이 짙은 어둠에 덮인 찰나, 무대 위에서 촛불 24개가 은은하게 켜졌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울려 퍼졌다. 한 소년의 높고 맑은 리드를 따라 소년들의 화음이 깔렸다. 12월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하 소년합창단)의 공연은 100분간의 레퍼토리 공연과 이어진 앵콜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빈소년합창단과 함께 세계 양대 소년합창단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파리의 보이소프라노 아카펠라합창단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올해도 한국을 찾았다. 소년합창단은 1953년 끌로뉴 국제평화회의와 1956년 파리 평화회의에서의 특별공연을 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외교사절의 역할을 수행하며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창단 110주년을 맞은 올해는 ‘평화와 사랑’을 테마로 공연을 올린다.

 

“Hello! 안뇽하쉐여오!”

“포토? 김치~ 김치~” “불고기!!!”

 

소년합창단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만난 소년들의 모습은 무대 위와 180도 달랐다.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적이고 경건했다면 대기실에서는 서로 장난치고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영락없는 10대 장난꾸러기 소년의 모습이었다. 한국에 도착한 뒤 강행군을 펼치며 공연을 이어간 지 열흘이 됐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안 피곤하다” “조금 추워도 괜찮다” “완전 재밌다”며 엄지를 들었다. 

 

소년합창단은 1907년 프랑스 파리의 가난한 어린이들로 조직됐다. 알프스 산맥의 타미에 수도원(the abbey of Tamie)를 방문했던 두 신학생이 빈곤층 아이들에게 종교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했다. 이후 아이들의 목소리만으로 각국의 민요와 팝, 크로스오버 등 다채롭고 폭 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차차 유명세를 얻었고 현재는 전문 합창단으로 운영 중이다. 

 

“소년합창단의 단원이 되려면 오디션을 봐야 한다. 오디션에서는 음악적 감각이 있는지, 목소리 톤이 어느 파트에 어울리는 지를 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년합창단이 부르게 될 음악에 대한 마음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소년합창단의 지휘자 뱅상 캐론(Vicent Caron)은 소년합창단의 입단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소년합창단원들은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음악전문학교’(이하 음악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된다. 8세부터 15세 사이 총 100여 명의 소년들로 짜여지는데 학생들은 최소 2년 동안 음악 중심의 수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소년들은 예비합창단에서 일정 기간 꾸준한 훈련을 거쳐야 순회 공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보이소프라노의 솔리스트들과 알토, 테너, 베이스가 선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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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합창단의 가장 큰 특징은 보이소프라노의 음색이다. 원래 소프라노는 여성의 영역이다. 하지만 남성들이 변성기를 거치기 전 일생에 딱 한 번 소년들만이 낼 수 있는 특별한 소프라노의 음색이 있다. 뱅상 캐론 지휘자는 “소년의 미성을 통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저희 합창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음악학교에선 음악에 대한 이론 수업과, 개인 레슨, 합창 연습 시간이 주된 커리큘럼이며,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도 소홀이 하지 않는다. 해외 투어를 가게 돼도 다른 과목의 공부와 숙제를 하는 시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투어 일정에 항상 숙제를 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소년합창단원들은 음악 학교에서 보내는 5~6년 동안 일반 학교의 교육 과정과는 다른 교육을 받는다. 공연을 위해 단원들과 여행을 하는 시간이 많고 다양한 학교 수업과 음악 수업, 그리고 사회적응 학습 등을 한다. 

 

2011년 이 학교에 들어와 현재 소년합창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알뱅 로베르(Alban Robert․14) 군은 “늘 친구들과 공통점을 찾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고, 각자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서로 돕는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가 하고 싶어' 이 학교에 들어왔다는 알뱅 군은 “내년 6월이면 졸업인데 떠날 때 슬플 것 같다”며 소년합창단 생활에 매우 만족했다.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을 졸업하는 나이는 15세 정도다. 졸업생 대부분은 작곡, 지휘, 악기 등 음악과 관련된 진로를 선택한다. 일반 학교로 진학해 음악 외의 진로를 걷는 아이들도 있다. 

 

단체 생활이 기본이기 때문에 소년합창단의 학생들은 엄격한 규율 아래 지도받는다. 음악학교 교사들은 세계투어공연에 함께 따라다니며 학생들이 수업과 공연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인솔한다. 12월17일 공연 뒤 대기실에서 만난 소년합창단 단원들은 무질서하게 떠들고 장난치다가도 인솔 교사의 한마디에 집중하고 교사 지시 사항에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지도 사항에 따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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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비슷한 또래의 소년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 형, 동생이 되어 가족처럼 챙기다 보니 그 끈끈함과 우정으로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었다.”

소년합창단이 110년이란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지휘자 뱅상 캐론은 “음악과 학업이 조화를 이루는 체계적인 교육 방식과 양보를 우선하는 기숙사의 공동체 생활 덕분”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존경심, 대화, 적응력, 결속력, 사랑 같은 단어는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어휘다. 캐론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매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저를 포함한 단원들은 ‘프로페셔널’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공연을 준비한다”며 “공연 준비 외에도 다른 교과목을 공부하기 위해 서로 돕고 사랑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소년합창단 단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공연 국가 중 하나다. 지휘자 캐론은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뜨거운 박수와 사랑 때문에 아이들이 공연을 마치고 더욱 뿌듯해한다”며 “한국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한국의 노래들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를 앞두고도 아이들이 갈비와 불고기 등 한국의 맛있는 음식들을 먹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고 한다. 서울 공연에서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 드라마 ‘대장금의 OST '오나라’ 등을 한국어로 불러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소년합창단은 12월18일 인천, 19일 경남 진주, 20일 경기 수원, 21일 경기 안성, 22일 광주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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