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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또다시 시작된 김정은의 칼춤

주기적 숙청으로 권력 공고화하는 김정은…이번에는 황병서·김원홍 대상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 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9(Tue) 16:3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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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일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처형당한 지 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고모부로서 핵심 실세이던 장성택의 몰락은 북한 권력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충격을 던졌다.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해서라면 친인척도 무참히 살해하는 김정은 권력의 잔혹성을 생생하게 목도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막내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내세워준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장성택 처형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장성택 4주기를 맞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침묵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사형당한 인물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권력 내부에선 장성택 처형의 충격파가 여전하다는 게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의 전언이다. 고위 간부들은 저마다 몸조심에 나섰고, 김정은이나 경쟁세력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며 숨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고모부까지 무참히 처형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파리 목숨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암암리에 북한 노동당 간부와 군부 고위층 등에 퍼져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집권 2년 만에 고모부를 본보기식 처형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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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 해임, 김원홍은 이미 수감생활 중

 

올겨울 북한 권력 내부에서 가장 춥고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다. 이들의 신상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11월20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 자리에서다. 국정원은 “황병서와 김원홍 등 총정치국 장교들이 처벌받았다”고 보고했으나 구체적인 수위는 “파악 중”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시적인 근신 상황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황병서의 경우 김정은 권력 들어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해 온 인물인 데다 입지가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가 아들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던 시기에 황병서가 지지대 역할을 해 줬다는 점도 고려됐다. 김원홍의 경우 국가보위상으로 있던 올 초 김정은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일정기간 근신을 거쳐 총정치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한 차례 예방주사를 맞았고, 그 기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경우 철직(‘해임’의 북한식 표현) 조치에 이어 노동당에서 출당(黜黨)당하는 등 엄중한 징계조치를 받았다는 게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차수(대장 위의 계급) 계급장을 떼인 채 대좌(우리의 대령)급으로 혁명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다소 첩보가 엇갈리는 대목이 있지만, 간단치 않다는 것만은 일치한다. 김원홍 제1부국장은 수용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첩보가 우리 정보 당국에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된 이후 협동농장에서 농장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처벌 수준이 매우 심중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과 함께, “권력 복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황병서와 김원홍에 대한 검열과 처벌은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총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0월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심직위인 당 조직지도부장을 거머쥔 최룡해가 첫 타깃으로 황병서와 김원홍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맡은 조직지도부 61과의 조사결과 ‘규율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를 보고받은 김정은이 일벌백계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숙청에 가까운 무거운 조치를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위 혐의에 대해 소식통은 “돈을 받고 인사를 단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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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4년 만에 다시 권력암투

 

황병서와 김원홍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처벌 강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숙청 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북한군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를 담당하는 최고 실세였던 황병서에 이어 국가보위상을 지내며 공안통치의 핵심이던 김원홍까지 동반 몰락하면서, 힘이 다시 ‘빨치산’ 후손(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최룡해에게 쏠리게 됐기 때문이다. 2인자 자리를 황병서와 그 계파에게 내준 채 절치부심해 온 최룡해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기화로 아예 최룡해 일파의 권력 굳히기가 벌어지고, 추가조사 등을 통한 황병서·김원홍 죽이기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성택 처형의 악몽이 생생한 상황에서 4주기를 맞아 벌어진 권력암투란 점에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이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제거할 당시에도 북한은 11월 중순 장성택과 이용하 제1부부장 등 노동당 행정부 간부들을 전격 체포한 뒤 출당 조치했다. 북한에서 노동당 출당은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장성택은 국가보위성 재판을 통해 12월12일 사형 판결을 받았고, 같은 날 전격 처형되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김정은은 처형을 보름 앞두고 백두산이 있는 양강도 삼지연군을 방문했다. 당시 김정은을 수행한 이른바 ‘삼지연 8인 그룹’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당시 직책)은 그 중추 세력이었다. 김정은은 이달 초순 백두산에 올랐다는 게 관영매체(노동신문 12월9일자) 보도다. 이번엔 4년 전 백두산 방문 때 동행하지 않았던 최룡해 조직지도부장이 수행했다.

 

김정은의 백두산 구상이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평양에 돌아온 김정은은 12월11~12일 양일간 평양에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를 개최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기술적·실무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치른 대형 이벤트였다. 핵·미사일 등 이른바 국방공업 강화에 대한 자신의 업적을 치켜세우고 찬양·선전함으로써 체제결속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파워엘리트 내부에 균열이나 동요 조짐이 보이고, 권력 집중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면 또 다른 선택을 할 공산도 크다. 집권 6년 동안 김정은은 주기적인 숙청을 통해 절대충성을 유도하고 영원한 2인자가 없는 권력 파벌들 간의 견제를 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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