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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사법부, 법원 신뢰도 낙제점

“법원 못 믿어” 국민 목소리에 귀 닫은 법원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0(Wed) 16:3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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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찍은 지 오래다. 판사는 헌법 103조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드물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다. 영장을 기각하면 ‘적폐 판사’로, 영장을 받아들이면 ‘영웅’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한다. 이미 국민들은 판사의 판결을 헌법·법률과 양심에 의한 심판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 문제와 ‘사법 무결점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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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뢰한다’ 29.8% 그쳐

 

201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42개국 중 39위(27%)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정도며, OECD 국가 평균은 54%로, 우리나라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주관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원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7.9%, ‘법원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29.8%에 그쳤다. 2015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형사 사법기관 조사에서도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24.2%에 불과했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법원의 판결에 집단 반발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매매시키고 나체 영상까지 찍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10대들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자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을 비판했고, 개 30마리를 묶어놓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한 혐의로 기소된 농장주가 무죄를 선고받자 동물보호단체들은 무죄 파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반대로 대한의사협회는 부주의로 분만 중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유죄를 선고받자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를 열고 8000여 명의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지난 8월23일 출소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면서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2015년 8월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인 문 대통령과 추 대표가 사법부의 권위에 정면으로 반(反)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의 대법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3억원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다른 6억원 부분은 유죄 8명, 무죄 5명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5명의 대법관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 307조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5명의 대법관들은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허용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형사재판 기본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소수의견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명제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그저 헛된 구호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비록 진범이 처벌을 면하더라도, 적어도 무고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고 법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의 판결은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일반 국민의 경우 억울함을 느껴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사법부의 판결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정의사법구현단, 사법정의국민연대, 관청피해자모임, 좋은사법세상 등 사법 피해자 단체들은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부패하고 썩은 집단이 검사와 판사”라면서 “법원장으로 퇴임한 한 변호사는 판사 근무 당시에는 오심이 5%쯤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변호사로 사건을 상담하다 보니 자신조차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30%에 이른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피고가 ‘전과자’일 경우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을지라도 같은 유형의 범죄 경력이 있을 경우 전과 기록이 유일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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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오심 비율 30% 이른다”

 

전관예우 문제는 사법 개혁의 핵심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은 항상 ‘업무량이 많다’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죽기 살기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검사들이 퇴직 후 전관예우를 통해 1~2년 사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깨트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막대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전관예우야말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중요한 사법 개혁 쟁점 중 하나다”면서 “전관예우의 출발은 대법원에 있다.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 1년 만에 30억원을 번다는 얘기도 있었다. 대법관 전관예우부터 없애야 하고, 대법관들은 절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금지와 관련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이다. 오히려 전관을 했다는 이유로 30억~40억원을 버는 자체가 극히 비정상이다. 그 자체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국민 사법 불신의 가장 핵심이다. 그 발본색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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