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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설해 복덕방처럼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인터뷰]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컵라면 재판으로 전락한 법원·법관의 혁명적인 증원이 해결책”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1(Thu) 11:28:5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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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994년 창립 후 법원, 검찰, 변호사 사회 등 사법 분야에 대한 감시를 꾸준해 펼쳐오고 있다. 이 중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개혁, 판결 감시 등 법원 개혁과 관련한 사안이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임지봉 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사법감시센터를 이끌면서 사법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혁파를 주장해 왔다. 지난 12월14일 서강대 하비에르관에서 만난 임 소장은 “사법 개혁의 근본적인 어젠다는 법관과 법원의 혁명적인 증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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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판사들 간의 관계는 수평적인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판사는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행정 관료가 아니다.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헌법 103조(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가 지켜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법부는 관료화돼 있다. 판사들의 관계가 수직적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상하의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판사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승진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에 대한 임명제청권, 법관 3000명과 법원공무원 1만5000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대법원장은 법관의 재임용 심사권, 근무지 지정권, 보직 지정권 등도 한 손에 다 쥐고 있다. 이 때문에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장의 의중에 따라 재판을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결국 헌법 103조가 규정하는 법관의 재판 독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이를 부추기고 있는 곳이 대법원장의 친위부대라고 할 수 있는 법원행정처다.”

 

 

법원행정처의 어떤 부분이 문제라는 것인가.

 

“대법원장이 모든 판사들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고, 그것을 철저하게 실행에 옮기는 친위부대가 법원행정처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의중을 전국의 개별 판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전달자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판사들을 평가해 보고하고 있다. 과거에 대법원장이 판사들을 옥죄는 데 손발 역할을 하던 곳이 법원행정처였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 판사들은 ‘판사 위의 판사’로 군림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은 이른바 ‘성골’로 통한다. 법원행정처 출신들은 나중에 법원으로 돌아갈 때도 중요한 보직에 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라든지, 대법원장 의중을 잘 헤아려야 하는 보직에 법원행정처 출신이 가는 것이다. 이후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이 되고, 대법관으로 제청이 되고, 법원행정처장이 되고, 정치적인 기류를 잘 타면 대법원장이 되는 식이다.”

 

 

사법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또 다른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지역법관제를 재운용해야 한다(2004년 도입된 지역법관제는 법관의 신청에 따라 순환근무를 하지 않고 특정 지방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1년 선재성 부장판사의 변호사법 위반·뇌물수수 사건, 2014년 장병우 법원장의 황제노역 사건을 거치면서 2014년 폐지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판사들은 2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긴다. 이렇게 운용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무지 지정권은 물론 대법원장이 가지고 있다. 대법원장의 근무지 지정권에 전국의 모든 판사들이 2년마다 노출돼 있다. 일선 판사들조차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역법관제를 재운용하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다.

 

2년마다 있는 근무지 이동은 경향 교류의 명분으로 이뤄지지만, 이는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사법행정에 불과하다. 지역법관과 지역유지들의 유착 문제는 철저한 감찰제도 도입과 지역사회 내의 감시와 견제 장치를 통해 해소하면 될 일이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사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 중에 대법관 증원안과 함께 상고허가제·상고법원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상고허가제는 2심 판결 중 허가된 일부 사건만 상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며, 상고법원제는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이 맡고 이외의 사건은 상고법원이란 별도 법원을 통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대법원이 소수의 사건만 선택해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사건 당사자들이 상고법원의 판단에 승복하겠는가? 대부분 재상고를 할 것이다.

재상고 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재상고를 막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재상고를 기각하는 것도 이미 4심 재판이 되는 것이다. 소송비용은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오나? 국민들에게서 나온다. 이는 일선 판사들을 위한 정책도, 국민들을 위한 정책도 아니다. 소수의 대법관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또한 상고법원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최고 법원이 되는 셈인데, 우리나라 최종심급의 법관들을 민주적 정당성 없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이는 위헌 소지가 있다.”

 

 

사법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시급한 사법 개혁의 어젠다는 법관 수의 혁명적 증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은 법원의 혁명적 증설에 있다고 본다. 현재 대부분의 재판은 3분 만에 이뤄진다. 이는 컵라면이 익는 시간에 불과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재판은 컵라면 재판이다. 재판 당사자는 억울하다며 할 말이 있는데 판사가 재판과는 무관한 일이니 말하지 말라고 자르고, 억울한데 하소연을 못하게 한다. 판사가 툭툭 자르고, 결심을 해 버린다. 그러니까 승복을 못하고 항소, 상고를 하는 것이다. 대법원에 1년 기준 4만 건의 사건이 폭주할 수밖에 없다. 사건 수는 많은데, 판사 수는 너무 적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


법원도 증설해야 한다. 법원을 복덕방처럼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신속하고 쉽게 법원의 사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판사 수가 늘어나면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이에 소극적인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 옹졸한 생각이고 국민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잘못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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