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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공수처 법안 읽어봤을까?”

자유한국당, 공수처 법안 심의 거부…“반대할 논리적 이유 없기 때문”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0(Wed) 09: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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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줄임말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 70~80%가 신설을 찬성하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형 범죄사건에 집중해 수사하고 기소하는 특별조직이다. 물론 검사들의 비리도 전담해서 수사한다. 그래서 공수처 도입은 검찰개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왔다.

 

그런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수처 설치 법안을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홍 대표는 공수처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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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공수처, 그리고 1996년

 

홍 대표와 공수처가 국회에 등장한 때가 똑같다. 홍 대표가 국회에 초선의원으로 입성한 때가 1996년이었다. 15대 국회였다.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도 그 해다. 1996년 11월7일, 참여연대는 국회의원 151명과 시민 2만3000명의 서명을 받아 공수처 설치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부패방지법안’을 국회에 청원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 71명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동참했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거부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법무부와 검찰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공수처 부분은 빠지고 나머지만 통과됐다. 그게 지금의 부패방지법이다.

 

2004년엔 정부가 공수처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를 이끌던 때였다. 하지만 공수처의 책임자인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시민단체들도 지지하기 어려웠다. 청와대가 제출한 이 법안은 결국 2006년 6월,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다음 정부인 이명박 정부는 검찰을 수족처럼 부렸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여당도 검찰개혁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2009년과 2010년에 검찰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건설업자로부터 20여 년 동안 금품과 접대를 받아온 ‘스폰서 검사’ 사건, 사건 무마 청탁을 받은 후 고급 승용차를 받은 ‘그랜저 검사’ 사건이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정치인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검찰을 비난했다. 국회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렸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검찰개혁을 논의했다. 당연히 공수처가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검찰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결사반대했다. 시간만 지나면 잠잠해진다는 태도였다.

 

대통령 선거해인 2012년이 됐다. 검찰개혁은 모든 대선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이었다. 박근혜 당시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공수처’가 아니라 ‘상설특별검사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 후 입장을 바꾸었다. ‘상설’은 빼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절차만 마련하자는 것이다. 여당이었던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다. 법안 명칭은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법조문 그 어디에도 평상시에 활동하는 특별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건이 생기면 여야가 합의해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공수처도 아니고 상설특검도 아니다. 기자들은 관성적으로 ‘상설’특검법을 국회가 논의 중이라고 기사를 썼다. 이런 법은 만들어 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비판했지만, 야당도 막지 않았다. 국민을 속이는 여당과 대통령, 그것을 비판하지 않은 언론과 야당. 그렇게 해서 2014년 2월에 특검임명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그 해 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도, 다음 해 2015년 11월에 발생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과실치사죄를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도 여야 합의 실패로 무산되었다. 아무 쓸모없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이 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재차 공수처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 공수처 도입에 찬성하는 정당이 4개 정당이고 이들 각 정당의 의원들의 의석수는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더불어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민중당 2명). 참여연대 청원안도 국회에 있고,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이 낸 법안도 있다. 정부도 공수처 설치 법안을 다 준비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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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한 달 넘게 심의 자체 거부

 

그러나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법안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1월21일부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를 거부한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자유한국당은 심의 자체를 왜 거부하는 것일까? 그건 반대할 논리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논리적 이유라도 있으면 법안심의를 하면서 내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논쟁을 할 만한 논리가 없으니,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홍 대표는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돼 대통령의 ‘충견(忠犬)’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렇지만 법안을 보면 대통령은 공수처 책임자(공수처장)나 공수처 소속 검사의 임명에 관여할 통로가 전혀 없다. 인사권이 전혀 없고, 공수처를 지휘할 권한도 대통령에게 없는 법안들뿐이다. 법안내용을 보면서 토론을 시작하면 홍 대표의 주장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홍 대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가 공수처를 장악해 ‘좌파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소속 검사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다. 국회가 구성한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임명된 공수처장과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에서 공수처 검사들을 임명한다. 따라서 특정성향의 사람들로 다 채워질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이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특정 단체 소속 변호사가 장악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때도 수사능력과 경험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좌파의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홍 대표의 주장은 억지스럽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에 김성태 의원이 뽑혔다. 그런데 5년 전인 2012년 12월3일, 김 의원은 당시 이재오 의원 등과 함께 공수처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법안내용을 읽어본다면, 그리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5년 전에 자신이 한 행동을 돌아본다면 뭔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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