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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억울하게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다”

충주 성심맹아원 사건 고 김주희양 아버지 격정 토로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1(Thu) 13:0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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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9일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충주 성심맹아원 교사 강아무개씨(여·45)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유죄, 2심 무죄의 상반된 판결 속에서 대법원은 항소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정에서 선고를 듣고 있던 고 김주희양의 아버지 김종필씨(54)는 순간 오열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그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죄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많은 변호사들에게 상담을 받아보니 ‘유죄가 명백하고 무죄는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때문에 무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유죄 판결이 나면 지난 5년간의 싸움을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싸움은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김씨는 딸의 유골을 강에 뿌릴 때 “나쁜 사람들 처벌하고 오겠다”고 약속했으나 그것도 지킬 수 없게 됐다.

 

그는 여전히 주희의 죽음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치사’라고 항변한다.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1인 시위를 하며 주희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날부터 우리 부부는 말문을 닫았다. 우리가 힘없는 부모였기에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것이라 생각해 너무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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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투성이 죽음

 

김종필씨 가족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1남4녀의 자녀들과 행복하게 살았다. 이런 평화로운 일상도 주희가 사망하면서 한순간에 깨졌다. 그때부터 악몽과 같은 삶이 시작됐다. 김씨의 딸 중에 쌍둥이 미숙아인 우희·주희(당시 12세)는 태어날 당시 시각 1급과 뇌병변 4급 판정을 받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김씨는 2011년 11월 쌍둥이 딸을 충주 성심맹아원(천주교 청주교구 사회복지법인)에 입소시켰다.

 

김씨는 쌍둥이 자매가 “한방을 쓰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맹아원 측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 후 쌍둥이 딸은 맹아원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주말마다 김씨 부부가 수원 화성에 있는 집으로 데리고 왔다. 1년 후인 2012년 11월8일 오전 김씨 부부는 성심맹아원으로부터 “주희가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김씨는 멀쩡하던 딸이 갑자기 숨진 것에 대해 믿기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딸의 시신을 보려고 영안실을 찾아갔는데, 경찰관들이 먼저 와 있었다. “우리가 주희 부모다. 시신을 확인하러 왔다”고 하자 경찰관들은 이들을 영안실 밖 엘리베이터까지 끌어냈다고 한다. 김씨 부부는 경찰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직원에게 사정해 딸의 시신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주희의 시신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목, 등, 가슴, 귀밑, 하반신 골반 부분 등에 4~8cm가량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있었다. 목이 함몰되고 살갗이 벗겨지고 멍투성이였다. 숨지기 사흘 전 주희를 만났을 때는 없던 상처들이다.

 

맹아원 측의 대응도 이상했다. 시각장애인시설인 성심맹아원은 교사와 원생들이 함께 숙식하면서 3교대로 24시간 생활했다. 원생들은 4명이 같은 방을 사용하고, 담당교사 한 명이 8시간씩 교대로 아이들을 돌본다. 그런데 주희는 사망하던 날 방에 혼자 있었다. 생활지도교사인 강씨는 4시간30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

 

주희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11월8일 새벽 5시50분쯤이었다. 주희의 사망을 놓고 맹아원 관계자들의 말도 석연치 않았다. 처음에는 “자다가 사망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새벽에 혼자 방에 남아 음악을 듣다가 의자 팔걸이에 목이 끼여 사망했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주희 몸에 난 상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들려왔다. 김씨는 맹아원 측의 설명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의문의 연속이었다.

 

김씨에 따르면, 119 구급대를 부른 시간에 주희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정지된 상태였다. 맹아원 측은 이때까지도 경찰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사망 확인 후 안치실로 옮겨진 지 12시간40분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또 시신을 임의로 옮겨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주희 사망에 관계된 맹아원 관계자 5명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검찰은 2013년 5월 시설관계자 5명 전원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김씨는 검찰에 주희 시신에 대한 재부검을 강력 요청했다. 그런데 담당 검사는 재부검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회유를 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시신을 확인하겠다고 영안실로 왔다. 이 검사는 “내가 확인했으니 그만 보내주자. 책임지고 수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주희의 시신은 4개월간 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있다가 2012년 3월에야 장례를 치렀다.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강원도 영월군 동강에 뿌렸다.

 

그 후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주희 시신을 화장한 지 사흘 후에 담당 검사가 같은 지청 내의 다른 검사로 바뀐 것이다. “책임지고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던 검사의 말은 무색해졌다. 교체된 검사는 가관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시신을 “화장했다”는 말을 듣고도 유족들에게 “부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재부검해 달라는 요구를 묵살하더니 화장한 후에야 부검하겠다는 말에 김씨 부부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담당 검사는 시신 대신 사진을 보고 부검을 했고, 사진 판독 결과 “급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김씨는 처음 사건을 맡았던 검사와 교체된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제출했던 증거는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들에 대한 ‘무혐의 결정문’을 보면 주희 담당 교사가 “잠을 잤다”고 한 것을 “양심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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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너무 억울했다. 주희의 죽음은 분명 의문투성이고 석연치 않은 의혹이 너무 많은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사고 당시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시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주희의 죽음과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 과정에서 주희 부모가 제시한 증거자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검에도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이로 인해 김씨의 아내는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다. 김씨는 재수사를 촉구하며 청와대·대검찰청·감사원 등에 진정서와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낮에는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저녁에는 거리·지하철·음식점 등을 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김씨가 받은 서명만 해도 10만 명이 넘었다.

 

김씨는 2014년 7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전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김씨가 낸 것은 모두 인용되지 않은 채 당시 야간당직자였던 생활지도교사 강씨에 대해서만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볼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강씨는 공소제기 명령이 내려져 재판에 회부됐고, 2015년 4월 청주지법 충주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관리부실로 원생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가 인정돼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강씨는 이것에 불복해 항소했다.

 

2016년 4월15일에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되지만 그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상고 기한을 하루 앞둔 4월21일 검찰이 상고를 결정했다. 1심과 2심에서 정반대 판결이 나온 상황이므로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다퉈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사건 발생 5년, 검찰이 상고한 지 1년7개월 만에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졌다.

 

 

“재판 과정 불공정했다” 주장

 

김씨는 재판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한다. 재판부가 피고인 측의 증인·증거·사실의견회신서·기일연장은 모두 받아주고, 피해자의 증인·증거·사실의견회신서·기일연기 등은 모두 불허한 채 재판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특수학교 내 기숙사에서 담당 교사가 규칙을 지키지 않고 앞 못 보는 어린 원생을 독방에 그것도 바퀴 달린 의자 위에 무릎을 꿇려 놓고 다른 방에 가서 알람시계를 맞춰 놓고 4시간이 넘도록 잠을 잤다. 그런데도 양심선언을 했다며 무죄를 받아내는 현실이 짐승에게나 있을 법한 약육강식의 법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반드시 주희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 가해자를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동학대 방지 단체와 천주교 신도들이 함께 나섰다. 최근에는 진실규명을 위한 첫 모임을 갖기도 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은순 전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우선 주희 부모님이 너무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후원 모임을 갖고 있다. 매달 정기적 만남을 통해 사건을 제대로 알고, 나누고, 실천해 나가면서 시민사회대책위를 구성해 진상규명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희 아버지는 포기를 모른다. 그는 또다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재심 통해 반드시 진상 밝히겠다”

고 김주희양 아버지 김종필씨 인터뷰

 

 

대법원 선고가 한 달이 지냈는데, 어떻게 지냈나.

 

“지금도 불합리한 판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 마음 챙길 시간도 없이 경기도청에서 운영하는 무료변호인 자문을 구하며 대처를 고심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가.

 

“주희의 죽음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명백하다. 대법원의 결과를 그대로 수긍할 수가 없다. 재심을 통해 반드시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내가 만난 변호사들의 70%는 재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고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자료들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보여줬는데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가해자 측의 증인·증거·사실의견회신서는 모두 수용해 줬지만, 피해자 측의 증인·증거·사실의견회신서는 1심, 2심, 대법원 상고까지 단 한 번도 수용해 주지 않았다. 권위 있는 대학병원 소아신경과, 신경과 전문의 의견서를 받아 제출했지만 모두 배척됐다. 오로지 가해자 측이 내세운 법의학 교수 한 사람의 의견만 법원이 받아들였다.”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고 들었다.

 

“주희가 죽고 난 후 어머니가 쓰러진 후 세상을 떠나셨다. 주희 큰언니는 동생이 사망한 지 2년쯤 될 무렵에 가출해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둘째 언니는 동생을 잃은 충격 때문에 가출을 반복하다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다. 주희의 쌍둥이 언니 우희는 앞을 못 보는 상태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불안정한 생활과 생활고 속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 사건을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이 분노했다. 당시 재판에는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천주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이분들 중에서 청원을 넣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조사하고 재심을 통해 진상을 밝혀 달라는 내용이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내 숨이 멎는 날까지 기필코 주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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