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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의 ‘애마’ 체어맨도 역사 속으로

현대차의 아슬란, 한국GM의 캡티바 등 단종으로 사라지는 자동차들

배동주 시사저널e. 기자 ㅣ ju@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22(Fri) 13:0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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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5개사 중 3개사가 올해 12월을 끝으로 4개 차종에 대한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생산 중단 4개 차종 중 3개 차종은 재고 소진 후 재생산 검토도 없는 완전 단종 절차를 밟는다. 신차 개발에 최소 6년,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할 때 회수불능을 뜻하는 단종은 완성차업체에 부담이다. 그럼에도 국내 완성차업체 3개사는 부담을 떠안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독립을 1년 앞둔 2014년에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으로 내놓은 ‘아슬란’을 완전 단종하기로 했다. 쌍용자동차도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 단종을 결정했다. 1997년 쌍용차가 체어맨을 출시한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GM은 올해 레저용 차량(RV) ‘캡티바’와 ‘올란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캡티바는 후속 모델 투입으로 인해 완전 단종된다.

 

완성차업체가 단종이란 부담을 떠안는 여러 이유 중에는 사실 판매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완전 단종이 결정된 아슬란과 체어맨, 캡티바는 총 2871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이 중 아슬란과 체어맨의 월평균 판매량은 40대 수준이다. 이들 세 개 차종이 올해 전체 승용차 내수시장 판매량(139만5242대)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0.2%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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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 G80-그랜저IG 사이 포지셔닝 실패

 

아슬란은 처음부터 위험했다. 현대차는 12월7일 아슬란 단종을 공식 발표했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단종설이 불거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아슬란 단종설은 지난해 6월1일 정점을 찍었다. 아슬란은 2015년 연간 판매량 8629대를 기록, 판매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87대에 그쳤다. 실제로 2016년 하반기 들어 아슬란 단종설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형 세단 ‘G80’(기존 DH제네시스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뒀고, 같은 해 11월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IG’ 출시 방침을 정하고 나서면서다. 제네시스 G80은 출시 이후 월평균 4134대씩 팔려 나갔다. 현대차 그랜저IG는 2016년 11~12월 총 1만8439대가 팔렸다.

 

아슬란은 G80과 그랜저IG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는 아슬란 부분변경 모델 개발에 착수, 지난 9월 시장에 내놓았지만 결국 12월 단종을 결정했다. 현대차가 제품 포지셔닝 실패로 단종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중형 세단 마르샤를 1세대로 단종했다. V6 2.5L 엔진을 탑재한 마르샤는 쏘나타와 그랜저를 잇는 고급 세단이었지만, 쏘나타의 인기로 2세대 모델 없이 단종됐다. 당시 현대차는 마르샤에 더했던 고급화 요소를 쏘나타로 넘겼다. 같은 방식으로 현대차는 아슬란을 단종하고 그랜저IG의 고급화를 재전개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슬란 단종으로 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물려받는 그랜저IG가 지나치게 젊은 이미지를 가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탓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의 최상위 트림이 추가될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차량 개발 여력 없는 쌍용차, ‘체어맨’ 단종

 

쌍용차도 플래그십 세단이면서 유일한 세단인 체어맨을 1997년 첫 출시 후 20년 만에 단종한다. 역시 판매량이 발목을 잡았다. 판매량이 적은 차량은 모델 유지만으로 비용을 소진한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승용차 내수시장에서 517대가 팔린 데 그친 체어맨을 올해 12월을 끝으로 완전 단종하고, 플래그십 자리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체어맨은 이름 그대로 ‘회장님 차’로 불리며 한때 우리나라 고급 세단을 대표했던 차였다. 국산차 중 처음으로 5L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최초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추가, 최초의 사륜구동 적용, 10개 에어백 최초 적용 등 국산 세단 시장의 역사를 모조리 새로 쓴 덕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쌍용차 체어맨을 애용해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이에 체어맨은 연간 판매량이 1만 대를 넘는 등 현대차 에쿠스와 판매 경쟁을 벌일 정도로 영향력을 지녔다. 지난 20년간 국내 누적 판매량은 14만1000여 대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팔렸던 2005년에는 1만5000대나 팔렸다. 그러나 2015년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내고 에쿠스를 ‘EQ900’으로 출시하면서 판매량이 주저앉았다. 체어맨은 상품성에서 도태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차와 인도 마힌드라로 주인이 바뀔 때도 체어맨은 자리를 지켰지만, 빠르게 변하는 고급차 시장을 따라가기는 버거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제네시스 EQ900 대비 선호도가 많이 떨어진 데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럭셔리 대형 세단 기술 경쟁에 동참하지 못해 회장님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일단 체어맨을 단종하고 SUV 전문 브랜드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일단 체어맨은 올해까지 생산하고 남은 재고 물량은 내년까지 소진하는 완전 단종 절차를 밟지만, 체어맨이 가진 브랜드 명맥은 남겨 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GM도 기존 중형 SUV ‘캡티바’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 상반기 후속 모델로 ‘에퀴녹스’를 들여온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노조와 만나 에퀴녹스를 수입 판매할 계획임을 공식화했다. 2006년 GM대우 ‘윈스톰’으로 출시됐던 캡티바는 11년 동안 완전변경 없이 부분변경만을 거치면서 제품 경쟁력을 잃었다. 캡티바는 1년 전보다 절반가량 판매량이 줄었다. 앞서 한국GM은 캡티바와 ‘올란도’ 단종설을 적극 부인했다. 한국GM은 지난 4월 “쉐보레 캡티바·올란도 생산 중단 및 제품 단종과 관련한 우려 섞인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유러피언 친환경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지난해 3월 새로 선보인 캡티바 신모델은 지속적인 고객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국GM은 올란도는 재고 소진 차원의 생산 중단일 뿐 완전 단종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내수시장의 중형 SU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수입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에퀴녹스가 실적 회복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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