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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총공세, 한국영화 대작들이 몰려온다

분단국가 현실 판타지 《강철비》, 400억 대작 판타지 《신과함께》, 뜨거운 함성 가득한 《1987》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2(Fri) 16:3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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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12월 극장가는 단연 성수기였다. 2013년부터 해마다 12월에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20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한 해 전체 관객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흥행세를 잘 유지한다면 이듬해 1월까지 순조로운 흥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12월 극장가는 각 투자배급사의 총공세가 이뤄지곤 한다. 올 연말 극장가 역시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한국영화 대작 세 편이 각각 일주일 간격으로 나온다.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강철비》,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함께-죄와 벌》(《신과함께》),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뜨거운 함성을 담은 《1987》까지 각 영화의 시사점과 장르가 뚜렷하게 갈린다. 차례로 언론에 공개된 세 영화들은 쉬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각각의 강점과 매력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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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에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은 곽도원 © (주)NEW

 

 

최대의 성수기 연말 극장가는 이미 ‘전쟁터’

 

가장 먼저 관객을 찾는 영화는 14일 개봉한 《강철비》다. 《변호인》(2013)을 연출했던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그린다. 개성공단 행사장 초토화를 시작으로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현장에 있던 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는 현장에서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쿠데타 세력이 핵을 무기로 대한민국과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한반도의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그 사이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엄철우와 북한 1호가 남(南)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들과 접촉을 시도한다.

 

《쉬리》(1999)와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성공 이후, 남북 관계의 긴장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주인공들의 우정과 교감을 담을 때 더욱 대중적으로 통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형제》(2010),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공조》(2017) 등의 흥행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강철비》 역시 이 공식을 따른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북핵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기존의 분단 소재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북한이 핵을 무기로 내걸 수밖에 없는 명분, 그러면서 발생하는 체제 내 혼란, 2차 한국전쟁 위기 상황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입장까지 두루 그려낸다. 이것은 분단의 땅에서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타지다. “분단국가의 국민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니라 분단을 이용하려는 자들에 의해 고통받는다”는 극 중 대사는 이 영화의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강철비》보다 한 주 늦게 찾아오는 《신과함께》는 사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다. 원작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 영화는 작가가 연재한 저승편·이승편·신화편 중 몇 가지 모티브들을 추려 2부작으로 제작이 추진됐다. 이번 개봉작은 1편이며, 예정대로라면 속편은 내년 개봉 예정이다. 영화는 화재 현장에서 다른 사람을 살리고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차태현)이 그의 안내자이자 변호를 맡은 차사 셋과 함께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을 담았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망자, 귀인 김자홍’의 생전 모습들이 드러나는 한편, 자홍의 사연과 관련된 원귀를 쫓던 차사들의 대장 강림(하정우)은 이승의 질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인간사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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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에서 이덕춘 역을 맡은 김향기,소방관 자홍 역을 맡은 차태현, 해원맥 역을 맡은 주지훈(왼쪽부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의 존재는 이 영화의 강점인 동시에 핸디캡이다. 영화는 7개의 지옥, 망자를 안내하는 차사들 등 원작의 요소들을 그대로 가져왔으나,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결과물에 가깝다. 특히 웹툰의 인기 캐릭터였던 저승 변호사 진기한의 부재는 제작 단계부터 원작 팬들의 원성을 샀던 대목이다. 게다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원작 속 김자홍의 캐릭터와 사연이 달라지면서 영화의 골자는 가슴 끓는 사모곡으로 변모했다. 비록 원작과 달라진 부분들은 있지만, 스토리의 완성도 자체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기술력을 앞세운 화면 구현은 명확한 강점이다. 흥행에는 참패했으나, 한국 VFX 기술의 경이로운 발전을 목격할 수 있었던 《미스터 고》(2013)의 김용화 감독과 그가 수장으로 있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신작이니만큼 《신과함께》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면들로 가득 차 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구현된 일곱 개의 지옥도는 그 어디에서도 체험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에 전례 없던 제작비 400억원대 판타지 장르의 도전은 한국영화계 전체의 도전이기도 하므로, 이 영화의 흥행 결과에 유독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27일 개봉하는 《1987》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했던 1987년의 현장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영화다. 영화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까지를 다룬다. 그 가운데 고문치사 증거인멸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 대공수사처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종철의 부검을 밀어붙이는 최검사(하정우), 진실을 보도하려는 윤기자(이희준), 사건 축소의 피해자가 된 형사 조반장(박희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그의 조카이자 평범한 대학생 연희(김태리) 등 인물들의 사연이 촘촘하게 엮여든다.

 

《1987》은 시종 뜨거운 울분으로 관객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한다. 민주화를 향한 거대한 열망의 물결은, 상식을 지키고 양심의 시대를 원했던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이뤄졌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장준환 감독의 연출이 사려 깊다. 결국 이 영화는 당대를 온몸으로 겪었던 세대에겐 잊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이후 세대에게는 결코 교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시대정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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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연말 극장가, 따뜻한 감동 주는 한국영화 강세

 

역대 연말 극장가는 유독 따뜻한 감동이 있는 한국영화들이 강세였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이 가운데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과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 같은 ‘천만 영화’도 탄생했다. 히말라야 등반 도중 세상을 떠난 동료의 시신을 찾으려 산을 올랐던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히말라야》(2015)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액션 범죄 드라마 《마스터》와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로 잠시 주춤했던 이 양상은 올해 저마다의 뜨거움으로 무장한 세 편의 영화들로 인해 다시금 불이 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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