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부른 원인 한두가지가 아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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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장재, 늦은 화재 진압, 복잡한 건물 구조 등이 화마 원인으로 꼽혀

12월21일 오후 3시55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9층짜리 복합 스포츠시설 '두손스포리움'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2월22일 오전 현재까지 사망한 사람 29명, 다친 사람 29명 등 사상자가 총 58명으로 파악됐다. 

 

불길은 1층 주차장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발화 지점은 엇갈린다. 충북 소방본부는 “주차장 안의 차량에서 처음 불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반면 “차량이 아닌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일어났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나오는 상황이다. 

 

 

12월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차장의 불길은 2~3층 목욕탕과 4~7층 헬스장, 8층 레스토랑으로 삽시간에 옮겨 붙었다. 이 건물의 외벽은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지어졌다.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를 바른 뒤, 시멘트나 모르타르·페인트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건축술이다. 시공이 간단하고 공사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에 굉장히 취약하다. 2015년 1월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의정부시의 아파트 화재 때도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제천 화재도 마찬가지다. 



외장재, 늦은 진압, 건물 구조 등이 원인으로 꼽혀

 

화재를 빨리 진압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건물 앞에 서있는 차량들 때문에 지체됐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다리 차량 진입에 필요한 8m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사다리도 고장 나 수리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했다. 

 

게다가 건물의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설계됐다고 한다. 이 건물에 오래 근무했다는 A씨는 12월22일 중앙일보에 “화재를 알리는 비상 방송시설이 없었고, (2~3층의) 목욕탕 안에선 비상벨이 울려도 듣기 힘든 미로식으로 돼 있다”면서 “탕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화재가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밀려든 연기에 질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는 화재 전부터 “건물 구조가 좀 특이했다”는 의견이 올라와 있다. 

 

충북 소방본부는 화재의 주원인으로 목욕탕에서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통유리로 돼 있어 외부와 차단돼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탕 비상구는 목욕 바구니를 놓는 철제 선반으로 가려져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12월22일 오전 9시30분부터 사고 현장 합동 감식에 나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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