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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 아들에서 글로벌 기업 부사장으로

전중훤 HP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사장의 《고물상 아들 전중훤입니다》

조창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3(Sat) 11:0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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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작은 체구였지만, 그는 밝았다. 전북 익산 고물상의 아들로 태어나 글로벌 기업인 HP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세재정총괄본부장(부사장)에 오른 전중훤 대표에게는 일반인들에게 쉽게 찾을 수 없는 밝음과 자신감이 보였다. 그것이 스스로 ‘절망의 사막을 건너는 모든 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책 《고물상 아들 전중훤입니다》를 출간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였다.

 

그를 만나는 이들은 그 밝음의 근원이 궁금할 것이다. 보통은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코스를 밟아, 미국에서 MBA를 하고 돌아온 후 글로벌 기업에서 정식 코스로 성장해 임원이 됐을 거란 상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특수한 스펙 하나 없는 평범한 대졸자였다. 다행히 대학 졸업 후 영어에 관심이 많아 HP에 입사했지만, 업무 미숙과 실수로 5년 동안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는 저성과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마지막처럼 선택받은 곳은 회사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세무 부서였다. 역시 거기서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이곳에서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국세청 등 외부 기관과의 소통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당연히 이 업무를 더 잘 알기 위한 공부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평생 멘토가 된 본사 부사장 스티븐 쉬를 만나게 된다. 그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아무리 잘해도 부장 위로 올라가기 힘들다는 유리천장을 보기 좋게 돌파했다.

 

전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통도 잘하고 배려심이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 앞에서 손을 들지 않는다. 두려움에 차 있고, 지금껏 누구도 이 일에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길로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냈고 그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니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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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할지라도 손을 들고 도전해 보라”

 

학업과 실무를 연결하려는 전중훤 대표의 노력은 두 분야 모두에서 결과를 맺기 시작했다. 국제 잡지들에도 국제조세에 관련한 글을 기고했다. ‘코리아 꼬마 제임스’라는 애칭은 ‘국제조세 구루(Guru) 제임스’로 바뀌었다.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부사장급인 조세재정총괄본부장에 올랐고, HP그룹의 분사 과정을 통해 새롭게 론칭된 DXC 테크놀로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회사는 핀테크·클라우드·빅데이터·신재생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구체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GE·HP 등 제조물품을 팔던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는 대부분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 회사로 바뀌었던 노하우를 한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낙오자처럼 밀려 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전북 익산에서 고물상을 하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그는 세상의 지혜를 알아갔다. 처음에 고물을 직접 수집하는 일을 하시던 어머니는 전략을 세우면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물의 가치가 변화된다는 것을 알고, 판매시기를 조율하는 방법을 썼다. 특히 곤경에 빠진 이들이 고물장사를 통해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체득하도록 돕는 역할도 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절망을 버티는 법도 배웠다. 또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도 어머니에게서 배운 지혜다. “절망이 왔을 때 헤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보다 그 아픔이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인가 다가왔을 때, 무모할지라도 손을 들고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세상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확고함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 철학은 그 스스로가 실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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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사막을 건너는 이를 위한 따뜻한 위로

 

전중훤 대표가 기업의 리더가 되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나누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봉사를 갔다가 야구를 좋아하지만 장애로 인해 가지 못했던 아이를 위해 각계의 도움을 받아 야구장 관람을 하게 해 준 것도 그런 그의 자세를 보여준다. HP의 사회봉사 조직인 사회공헌위원회의 명예위원장으로 힘을 불어넣은 것도 전 대표의 어머니가 보여줬던 나누는 정신을 스스로 구현한 것이다. 전 대표는 글로벌 기업의 지사지만 같이 일하는 이들이 좀 더 클 수 있게 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때문에 직원들이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할 수 있게 10년 이상을 일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환경을 만든다고 말한다. 공자나 마윈이 연령대별로 필요한 가치를 말했듯이, 전 대표도 나이별로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30대 후반부터는 10년 이상의 선배를 만나고, 40대 후반에는 반대로 30대 후반의 후배를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저성장 시대가 되는데, 일자리는 저비용 국가로 옮겨가는 지금의 상황은 큰 위기라고 인식한다. 결국 한국은 경제 규모를 확대해 내수시장을 키우는 데도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 원동력은 지금의 자신처럼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 스스로가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을 후배 젊은이들이 맡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 있게 권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국제조세 전문가다. 이 일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국제 거래 형태에 대한 조세 문제를 사전에 점검·계획해 비즈니스 모델의 최적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당장 한국도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등과 FTA를 교섭하고 있지만, 이 분야를 조율해 줄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법률·회계 등 한 분야만 아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트렌드와 비즈니스 트렌드를 읽어내야만 가능하다. 전 대표는 회사뿐만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도 이 분야의 구루가 되고 있다. 전 대표의 이런 생각은 이미 많은 공감을 얻은 듯하다. 책의 후반에 써준 다양한 격려사들이 그런 것을 증명한다. 격려사에서 가장 많은 말은 그에게서 느끼는 긍정의 에너지와 손을 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New Book

 

마윈, 내가 본 미래

마윈·알리바바그룹(엮음) 지음│최지희 옮김│김영사 펴냄│1만6800원

 

“나는 세계 전자무역 플랫폼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것이다!” 플랫폼 혁명을 선도하며 아마존을 추격자로 전락시킨 마윈은 이렇게 공언한다. 그가 본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대한 설명서다. 2017년 11월11일, 하루 매출 28조3000억원, 1초당 25만 건 주문결제, 2016년 매출 대비 40% 상승으로 어느 정도는 증명하는 듯 보인다. 

 

 

인문통찰

김형묵 지음│메디치미디어 펴냄│1만5000원

 

 

저자는 35년 동안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후, 111권의 독서노트에 기록한 행정 전문가다. 현대 사회에서 다양하게 주어지는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가져야 할 인문학적 통찰을 가려 담아 다시 《인문통찰, 일을 성사시키는 리더의 지혜》로 정리했다. 문제 해결 능력의 열쇠인 ‘고안적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기본 소양에 집중했다. 

 

 

교양과 광기의 일기

백민석 지음│한겨레출판사 펴냄│1만3000원

 

 

작가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준다는 소설가 백민석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앞면에 일기를 쓰는 40대 중년 소설가인 ‘나’와 뒷면에 일기를 쓰는 광기 어린 한 10대 ‘소년’의 이야기가 모티브다. 하드코어 작가답지 않은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싶다면 그/그녀에 대한 글을 써라. 어떤 도시를 더 사랑하고 싶다면 그 도시에 대한 글을 써라”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상속 2018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성중 외 지음│현대문학 펴냄│1만5000원

 

 

한국 소설의 양대 권위를 가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이다. 김성중의 《상속》은 문학 아카데미에서 만난 세 사람(어린 선생, 기주, 진영)이 공유한 시간을 빌려 작가는 삶이란 하나의 개체로서 온전히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방식으로 유전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후보작인 김연수·김희선·최윤·김인숙의 소설들도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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