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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실종 아동 고준희양 어디로 사라졌나

5대 미스터리 분석…장기 미제 사건 될 수도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5(Mon) 16:0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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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양(5)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2017년 12월22일 현재 실종된 지 35일째다. 준희양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경찰에 따르면, 준희양은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의 한 빌라에서 의붓외할머니 김아무개씨(61)와 살았다. 김씨의 딸 이아무개씨(35)와 고양의 아버지 고아무개씨(36)는 지난 1월부터 동거하며 사실혼 상태로 살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동거 중이지만 법적 부부는 아닌 것이다.

 

이씨에게는 아들(6)이 있었는데 한 살 터울인 오빠와 준희양이 자주 다퉜다. 그러자 아버지와 계모는 완주군 봉동읍에서, 준희양은 의붓외할머니와 함께 전주에서 따로 살게 됐다.

 

고씨와 이씨는 평소 다툼이 잦았다. 지난 11월18일에도 심하게 다퉜다. 이씨는 어머니 김씨에게 전화해 “남편과 더는 못 살겠으니 나를 데리러 와 달라”고 했다. 김씨는 준희양을 집에 혼자 남겨둔 채 딸이 있는 봉동으로 향했고, 이씨와 외손자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준희양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씨와 이씨는 아이를 찾으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신고 당일 남편과 ‘다시 잘 지내자’는 연락을 주고받다가 딸이 사라진 것을 알고 부부가 인근 지구대를 찾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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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시점부터 신고까지 의문투성이

 

계모 이씨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별거 중인 아빠가 데리고 간 것 같아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정작 남편은 딸의 소재를 묻자 “아이를 데리고 간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준희양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헬기와 경찰견을 동원해 집 주변과 야산 등을 수색했지만 아이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수색 등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경찰은 2017년 12월15일부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실종 경보를 발령하고 준희양의 얼굴, 신체 특징 등이 실린 전단을 배포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뒤에도 소방 당국의 협조를 얻어 준희양 집에서 700m쯤 떨어진 아중저수지를 수중카메라까지 동원해 바닥까지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아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신고 보상금 500만원을 내걸고 제보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제보는 없는 상황이다.

 

고준희양의 실종은 의문투성이다. 실종 시점부터 신고까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준희양의 실종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 계모에 따르면, 준희양이 없어진 날은 ‘11월18일’이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들의 말이 다르다. 경찰이 준희양의 행적을 수소문했더니 대부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준희양이 주민들에게 목격된 지 꽤 됐다는 뜻이다. 주민들은 지난 여름 무렵에 본 것이 마지막이라고 기억했다.

 

경찰은 실종 추정일을 기준으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50일 치를 모두 검색했지만 준희양의 모습은 없었다. 이 때문에 실제 실종 시점은 그 이전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둘째, 신고 시점이다. 준희양이 지난 11월18일 없어졌다고 한다면 신고는 20일이 지난 후에 이뤄졌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했어도 아이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는데 소재 파악도 안 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보통의 부모 같으면 일단 아이의 소재를 먼저 파악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계모 이씨는 20일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남편한테 휴대전화 문자 한 번만 보냈더라도 아이가 아빠한테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20일 동안이나 가만있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셋째, 준희양의 상태에 대한 가족들의 엇갈린 진술이다. 경찰은 실종경보에는 준희양에 대해 ‘발달장애(자폐)를 앓고 있으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적었다가, 실종 전단지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준희양의 상태를 두고도 가족 간의 진술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당초 의붓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어 대화가 원활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이 말을 토대로 실종경보에 명시했으나 준희양의 친어머니쪽 사람들의 말은 달랐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언론을 통해 “애가 얼마나 똑똑했는지 모른다. 준희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전북대병원에서 ‘자폐증이 없다’는 진단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말도 잘한다. 아주 영리하고 아빠 전화번호도 또박또박 외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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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유괴 가능성 낮아

 

넷째,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준희양은 지난 4월까지 어린이집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고준희양의 새엄마가 ‘서울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만 다니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 뒤부터 준희양이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준희양이 실종되기 7개월 전이다. 이 부분도 경찰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다섯째, 경찰은 준희양 실종 이후 친아버지 고씨와 계모 이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했다. 준희양의 실종 경위와 양육 과정, 건강 상태 등을 캐물었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제대로 가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희양과 함께 지낸 의붓외할머니 김씨에게도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심리적 불안정’을 들어 거부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거부하면 진행할 수 없다. 현재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조사를 거부하면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차 거짓말탐지기 조사 때와 달리 준희양의 친부와 계모도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가족들을 상대로 최면수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준희양의 실종 시점이 모호한 데다, 가족들의 진술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사기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실종 사건 전문가인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회장은 “부모가 실종신고를 했을 때 아이를 본 적이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있었다.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5월에 갑자기 그만둔 것도 석연치 않다. 의붓외할머니에 대해서는 설득을 해서라도 반드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보기엔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몇 개월 전으로 돌아가서 CCTV나 블랙박스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가전제품, 폐가구, 여행용 가방, 대형 박스, 쓰레기봉투 같은 것을 운반하고 그런 것이 건물 주변에서 나왔다면 이를 면밀히 추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준희양이 납치나 유괴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 경찰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준희양이 살던 빌라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고 확인됐다. 문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집 안으로 들어온 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동의 납치·유괴의 경우 범인들이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등 연락을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현재 준희양의 실종과 관련한 목격자나 행적을 알 수 있는 CCTV 등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거주지 인근을 샅샅이 뒤진 상태여서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준희양의 생사 확인은 물론 사건 자체가 장기 실종으로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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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가능성 높은 장기 실종

 

지금까지 장기 실종으로 분류된 사건 중에는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게 2004년 10월9일 천안 복자여고 1학년 박수진양(당시 16세) 사건이다. 박양은 이날 학교 교문을 나선 후 실종됐다.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가출에 무게를 뒀으나 실종 다음 날 오전 유흥가 밀집지역인 천안시 성정동 골목길에서 박양의 교복과 속옷, 휴대전화, 가방 등이 발견됐다.

 

이 물품들은 골목길 한쪽과 맨홀 뚜껑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물품이 놓인 형태로 봐서는 마구 버린 것이 아니라 마치 전시하듯,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발견된 옷가지들은 물에 젖은 흔적이 있었다. 브래지어와 팬티는 세탁을 한 것처럼 많이 젖어 있었고, 개천의 수초가 묻어 있었다. 블라우스는 손으로 비틀어 짠 형태로 놓여 있었다. 교복 조끼는 양쪽 어깨 부위에 흙이 묻어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본부’를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일대를 탐문하고, 유흥업소, 인근 산과 내천 등에 대해 수색을 벌였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신고 보상금까지 내걸었으나 결국 미제로 남고 말았다.

 

2014년 1월29일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여고생 이다현양(당시 18세)의 경우도 비슷하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이양은 이날 오후 친구를 만난다며 집을 나선 후 행방불명됐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이양을 찾기 시작했다. 이양의 행적을 수소문하다가 실종 당일 친구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청주에 있는 한 고시텔에 머물던 한아무개씨(당시 50세)와 만나기로 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 인력을 늘리고, 헬기까지 동원해 이양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수배 전단을 제작·배포했으나 4년째 접어든 지금까지도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력한 용의자인 한씨가 자살하면서 이양의 생사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다.

 

2004년 9월19일 경기도 광주시의 한 공터에서 놀던 우정선양(6)은 타고 놀던 자전거까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후 우양을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으나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었다. 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50대 남성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수사를 벌였으나, 혐의를 완강히 거부해 ‘증거불충분’으로 풀어줬다. 우양 실종 사건 수사는 답보상태에 있다. 추가 목격자나 제보가 끊긴 상태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 실종 가운데는 범죄 가능성이 큰 사건이 적지 않다. 사건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 범인 입장에서 보면 ‘완전범죄’가 되는 것이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이 사건들이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실종 아동 관련법’이 없었다. 지금은 실종 아동 법률에 의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돼 있다. 범죄 가능성이 큰 사건들이 장기 미제로 남은 것은 경찰이 단순 가출로 처리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생긴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또 “이영학 사건에서 보듯 계획적인 유인 납치의 경우 피해자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경찰이 가택수사를 하려면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12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18세 미만의 실종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영장의 ‘선 수색, 후 발부’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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