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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블록버스터 성적 ‘쪽박’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박’

위기감 커진 2017년 한국 영화 시장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5(Mon) 18:3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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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는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 여럿 탄생하는가 하면, 관객 수가 줄어들면서 ‘극장가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관객을 웃고 울린 화제작부터 극장가 주요 경향까지 올해 영화계를 돌아봤다.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 한 편뿐, 극장가 위기론 대두

 

극장가에 관객 수 정체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331개였던 극장 수는 20여 개 늘었지만, 오히려 전체 관객(12월20일 집계 기준)은 지난해에 비해 약 1200만 명 가까이 줄었다. 연 관람객 2억 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지난 2013년 이래 최저 기록이다. 한국영화로만 국한하면 관객 수 1억 명을 돌파했던 지난 2012년 이후 최저다. 개봉 편수가 474편으로 역대 최다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기록이다. 가장 큰 원인은 매년 극장가 대목으로 손꼽히는 여름 시즌의 부진이다. 올해 여름 텐트폴 영화(Tentpole movie·한 투자배급사의 라인업에서 흥행 성공 확률이 높아 다른 영화들의 손실도 채울 만한 작품) 중 천만 영화는 《택시운전사》가 유일하며, 이는 올해 전체 개봉작을 통틀어 유일한 천만 동원 기록이기도 하다.

 

멀티플렉스 CGV는 지난 11월 영화 산업 미디어 포럼을 열고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CGV 리서치센터가 꼽은 올해의 시장 축소 원인은 기대작들의 흥행 실패, 한국영화 관람객 감소, 핵심 고객인 2030층의 이탈이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관객의 일상적 SNS 활동이 뜻밖의 바이럴을 형성,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역시 개봉영화의 수명이 짧아지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군함도》 《브이아이피》 등 영화에 쏟아진 평점 테러는 초반 흥행의 발목을 잡았고, 두 영화는 모두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앞으로는 화제작이 극장을 거치지 않아도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얼마든지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시장의 변화를 예상케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애초에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Neflix) 제작 영화로, 감독의 의견에 따라 국내에서 예외적으로 극장 상영이 허용된 경우였다. 감독이 봉준호일 뿐 국적을 분류하자면 외국 영화지만, 《옥자》는 국내 시장에서 화제작 유통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화두를 던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옥자》는 멀티플렉스 상영 보이콧에도 전국에서 3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소재 측면에서 보면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관객의 부채의식을 건드리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토마스 크레취만, 그를 광주까지 데려간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는 “미안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흘리는 만복(송강호)의 모습을 통해 당시 광주를 잘 몰랐거나 그 시절 광주를 잊고 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부채의식, 즉 미안한 마음을 일깨운다.

 

9월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역사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내 320만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렸다. 비록 개봉 당시 각종 논란에 시달렸지만,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 노동자라는 ‘가려진 역사’를 소환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이 같은 경향은 12월28일 개봉하는 《1987》로도 이어진다. 1987년 6월 대한민국을 뜨거운 함성으로 달아오르게 했던 민주항쟁을 스크린에 소환하는 이 영화의 시도는,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모든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미 입소문을 통해 흥행 조짐이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장르도 마찬가지였다. 185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이 된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 나서 대선까지 나아갔던 당시 노무현 후보의 모습을 담는다. 당시 자료화면을 중심으로 기록을 재구성한 이 다큐는 2009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부터 10년간 한국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파헤친 다큐 《공범자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사실을 몰랐다는 부채의식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공분을 동시에 자아내며, MBC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흥행 보증수표 설경구와 《범죄도시》만 웃었다

 

화제의 인물과 영화를 하나씩만 꼽아야 한다면 단연 배우 설경구와 《범죄도시》다. 송강호, 최민식과 함께 ‘충무로 트로이카’로 불렸던 설경구는 범죄 액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과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오랜 흥행 부진에서 벗어나 건재를 알렸다. 특히 개봉 당시 감독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불한당》은 점차 열혈 관객들의 지지를 얻어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고, 재혼에 얽힌 개인사로 인해 오랜 기간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설경구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687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는 2004년 가리봉동에서 활동하던 조선족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한국 형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영화다. 범죄자들을 화끈하게 응징하는 정의로운 형사들의 이야기가 쾌감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이 영화로 마동석은 명실상부 흥행 배우가 됐다.

 

외국 영화 상황은 어땠을까. 수퍼히어로 영화는 올해도 외국 영화의 인기를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외화 관객 수 1위를 기록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새롭게 시작되는 리부트 시리즈임에도 불구, 725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과거 유행했던 장르와 스타일을 결합한 시도들도 눈에 띄었다. 《엑스맨》 시리즈의 스타 울버린(휴 잭맨)의 이야기를 우울한 서부극 분위기에 녹여낸 《로건》, 1970~80년대 복고 분위기가 물씬한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도 각각 200만, 48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오랜만에 일본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한 해이기도 했다. 1월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36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세운 것이 신호탄이었다. 순정만화 분위기가 물씬한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10월 개봉한 《토르》 등 상업영화들의 강세 속에서도 46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고, 같은 달 개봉한 판타지 로맨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관객 수 17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일본 영화의 상영 편수 점유율은 23.2%, 매출액 점유율은 3.9%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영 편수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매출액은 전년도(1.5%)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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