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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인물] 한반도 미래 짊어진 ‘문재인의 숙명’

‘박근혜 탄핵’ 정국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적폐청산·일자리 창출 여부 등에 성패 달려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6(Tue) 13:0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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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촛불의 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고,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2016년의 주인공이 촛불이었다면 2017년의 주인공은 촛불 속에서 태어난 정권의 주인공인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시사저널이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인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사저널 편집국 내 거의 대다수가 문 대통령을 1번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강렬한 염원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으로 정치판에 몸을 던졌지만, 이제는 ‘노무현의 유산’을 뛰어넘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게 됐다.

 

“제 어깨는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20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재인 대통령이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 이 길에 함께해 달라. 저의 신명을 바쳐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8년 전 5월은 문 대통령 일생에 가장 비통한 순간이었다. 2009년 5월23일 오전 11시, 문 대통령은 부산대학교 양산병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알렸다. 담담한 태도로 반평생을 함께한 동지이자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을 보냈지만, 그를 둘러싼 운명은 이날 이후 크게 소용돌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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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동지이자 친구’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을 말하는 데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1982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문 대통령의 첫인상에 대해 “정직하고 유능하며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그 당시 세속적 기준으로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사건도 많았고 승소율도 높았으며 돈도 꽤 잘 벌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과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와 동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정리하기로 약속했다.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때부터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 간판을 내걸고 지역의 시국 사건들을 도맡았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총선에서 당선되자 문 대통령은 “뒷일은 맡기고 정치권으로 가시라”며 자신은 지역에서 인권 변호사로 남았다. 대학 2년 후배인 김정숙 여사는 법대 축제 때 처음 만나 7년간의 연애 끝에 사법연수원 시절 결혼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과 연을 맺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다. 그는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포함해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 기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 등 노무현 정권의 굴곡을 모두 경험했다.

 

이때의 경험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정치엔 전혀 관여할 생각이 없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012년 대선에 나서게 됐다. 그는 대선 전인 2011년 내놓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노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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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패배 후 정치적 위기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다. 역대 대선 패배 후보 중 48.02%(1469만2632표)라는 최대 득표율을 얻었지만, 끝내 진영대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권력 의지가 약하다” “노무현의 복수 외 내세울 만한 시대정신이 없다” 등의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또 확장성의 한계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아무리 잘해도 높은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이른바 ‘문재인 필패론’이다.

 

문 대통령은 패배 이후 한동안 몸을 웅크렸다. 이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이 일자 2013년 정치에 다시 몸담았다. 2015년 2월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되면서 대권 재도전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당시 공동대표의 탈당 및 친노·비노 계파 간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한쪽에선 “다음 대선은 문재인으로 이길 수 없다”는 비관론이 여전했고, 다른 한쪽에선 “친문 패권 세력이 당을 점령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4·29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는 더욱 격렬한 퇴진 요구에 시달렸다. 당시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하고 인재영입 등 당 혁신 작업에 나섰다. 그는 흔들리는 당을 수습하기 위해 2016년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삼고초려 끝에 영입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전국을 누비며 선거활동에 매진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4·13 총선에서 승리했다. 애초 100석도 힘들 것이라던 전망을 뛰어넘어 총 123석을 꿰찼다. 문 대통령에 대한 위기론은 대세론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향했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정권 퇴진’ 촛불집회는 연인원 1000만 명을 넘기면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하나같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고, 정권에 줄을 댄 대기업 관계자들과 공무원, 청와대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대통령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결국 철창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 시민의 염원은 곧 시대정신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5월 ‘장미대선’에서 결국 문 대통령이 탄생됐다. 질곡의 세월을 거쳐 한 시대의 전환점에 서게 된 것이다. 8년 전 5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지만, 8년 뒤의 5월엔 그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격변의 시기에 정권을 얻은 문 대통령이 짊어진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최우선 과제는 ‘적폐청산’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촛불 시민의 첫 번째 요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쌓인 적폐를 끝내라는 것이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과 청와대의 개입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 문제, 이전 정권의 비리를 끝내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었다. 이런 요구를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은 집권 직후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취임하자마자 각종 적폐청산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한 과제

 

이전 정권에서 지지부진했던 개혁 작업도 문재인 정권의 과제다. 우선 오랜 적폐로 손꼽혀 온 검찰과 사법부, 국정원의 개혁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치적 수사와 판결로 비판을 받아온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문제도 차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 여부도 현 정권의 성패를 가를 척도 가운데 하나다.

 

외교·안보 문제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동맹관계인 미국은 보수적인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북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불안감을 극도로 높인 상황이다. 문 대통령에겐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닫혀 있는 북한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겨졌다.

 

나라 안팎의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고 나면, 남은 것은 상처의 봉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도 받들고 섬기겠다”는 말처럼 좌우로 극명하게 나뉜 국민 갈등을 봉합하는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는 19대 대선에 도전하면서 “더 이상 운명은 없다. 숙명이다”란 말을 되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승자로 2012년 대선을 치렀지만, 이번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뜻이다. 이는 곧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 계승’만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하는 사명이 주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적한 과제 앞에 선 문 대통령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 참여정부에서부터 정권과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은 한결같이 “어렵고 험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 정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대적 요구를 처리하는 데 있어 거센 반대와 비난, 방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염려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재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일할 때부터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항상 이야기를 듣고, 토론한 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성향은 다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현 시대는 문 대통령에게 적폐청산과 함께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일종의 ‘포스트 노무현’이다. 문재인에겐 노무현의 유산을 계승하되, 노무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런 일엔 그만 한 적임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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