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인물-정치] 홍준표, 무죄 판결로 꼬리표 떼고 날개 달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6 13:40
  • 호수 147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설·막말 쏟아내며 보수진영 ‘대부’ 꿈꾸는 홍준표

 

지난 12월22일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겐 정치 생명이 좌우되는 운명의 날이었다. 오후 2시30분 그를 향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직후, 당 대표실 안에선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대법원은 2015년 7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 대표에게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나를 둘러싼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보수우파의 중심이 되겠다.” 국회 대표실에서 선고를 지켜본 후 밝은 미소로 취재진 앞에 선 홍 대표는 ‘누명을 벗게 돼 다행’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은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선고로 홍 대표는 2년8개월여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찜찜한 꼬리표를 떼고 정치 행보에 한층 날개를 달게 됐다.

 

© 시사저널 박은숙

 

洪, 박근혜 탄핵 최대 수혜자 중 한 명

 

이날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막을 내린 ‘성완종 사건’은 2015년 이후 때마다 홍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좌우해 왔다. 2016년 9월 1심 유죄 판결 후 그는 향후 대선 가도는 물론, 정치 생명 자체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그는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그러나 2017년 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이에 힘입어 홍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그 무렵 보수진영 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홍 대표는 무주공산이 된 보수진영의 유일한 대안이자 구원투수로 등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친박 세력의 정치적 몰락 역시 홍 대표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그는 스스로 ‘유일한 보수 적자’임을 강조하며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을 흡수해 꾸준히 지지율을 올렸다. 홍 대표를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최대 수혜자로 꼽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된 직후 홍 대표는 스스로를 ‘유약한 좌파 정부 탄생을 막을 스트롱맨(Strong man)’이라고 표현했다. 대선 과정 내내 그는 가히 스트롱맨다운 거친 발언을 쉴 틈 없이 쏟아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문재인 후보 집권은 뇌물정권 2기’라고 규정했다. 같은 당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서도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연일 그의 막말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기에 바빴다.

 

막말로 인한 비난여론이 커질수록, 반대급부로 그를 향한 보수 지지층은 더욱 공고히 결집했다. 대선후보 비호감도가 올라갈수록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초 여론조사에서 1% 언저리 지지율로 순위권 밖을 맴돌던 그는 5개월 만에 최종 24% 지지율, 최종 2위로 선거를 마무리 지었다. 줄곧 자신의 발언은 막말이 아니라던 그의 주장과 달리, 홍 대표의 대선 가도에서 막말은 가장 효과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당협위원장 교체로 친박 및 반대 세력 물갈이

 

지난 7월 압도적 지지로 자유한국당 대표직을 단 홍 대표는 제1야당 수장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더욱 거세게 저격했다.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정부 정책과 행보에 대한 가장 날 선 비판은 대부분 그의 입을 통해 나왔다. 지난 정권 적폐 수사에 나선 검찰을 ‘현 정권의 충견’에 빗댔다.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행보에 대해선 ‘노조 앞세워 언론 장악하는 조폭정권’이라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적진뿐 아니라 진영 안으로도 망설임 없이 총질을 강행했다.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 혁신위원장을 비롯해 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측근 인사로 채워 당내 불평이 쏟아졌다. 최근엔 현역 의원을 포함한 전국 당협위원장 30%를 대폭 물갈이하면서 ‘사당화(私黨化)’ 논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물갈이 대상 중 서청원·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또다시 ‘친박 청산’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에게 당협위원장 자리 다수를 맡길 것을 예고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당내 친홍 체제를 새롭게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팎으로 거침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홍 대표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대선 이후 줄곧 20%를 밑도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 기세가 한창 높을 시기라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여기엔 대선 때부터 문제로 지적돼 온 홍 대표의 ‘확장성’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홍 대표는 지금보다 더욱 진하게 당색(黨色)을 친홍으로 채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친홍 체제를 구축해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당을 장기 집권한 친박계를 몰아내고 새로 짠 자유한국당이 과연 대선 이상의 반전을 일으킬지, 우물 안 개구리로 그칠지는 결국 ‘보수 적자’를 자처하는 홍 대표의 리더십에 달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