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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피독이 그린 밑그림에 칼군무 담당 손성득이 색 입혀

방탄소년단 성공신화의 숨은 조력자들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7(Wed) 19:3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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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 아이돌 그룹의 탄생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글로벌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굴하며 육성시켰던 장본인들. 그들의 어떤 특별함이 방탄소년단 같은 괴물 아이돌을 탄생시켰을까?

아마도 방시혁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2010년 MBC 《위대한 탄생》에서의 멘토 역할로 나왔을 때의 그 독한 모습일 게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방송이 필요에 의해 어느 일면만을 소비한 데서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아이돌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을 배출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의 방시혁은 또 다른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본래 방시혁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가요계에 입문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다. 우리에게는 박진영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의 히트곡들을 만들었던 걸로 더 알려졌던 인물. 하지만 방탄소년단을 준비하면서 방시혁은 프로듀서라는 직업적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만의 철학과 음악적 취향을 제대로 녹여낸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자신의 새로운 입지를 만들어왔다. 그는 그저 시류에 맞는 노래와 춤으로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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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방탄소년단의 철학·시스템 만들어

 

시키는 대로 연습하고 콘셉트에 맞춰 그저 춤을 추는 그런 연습생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선택과 결정에 참여해 열정을 갖고 동기부여를 하며 커나가는 시스템. 자율성을 주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좋아서 노력하지 못하면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시스템. 바로 이런 방시혁이 생각하는 시스템과 철학에 의해 탄생한 첫 번째 아이돌 그룹이 방탄소년단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국내의 흔한 연습생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아이돌 그룹과는 사뭇 다른 개성들을 갖게 됐다. 노래든 춤이든 기술적인 면만이 아니라 진정성이 녹아 있고, 그것이 무대와 영상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그룹이라는 점은 리얼리티 카메라 시대에 방탄소년단이 남다른 경쟁력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방시혁을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물론 본인은 그런 지칭이 온당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가 제시한 이런 남다른 철학과 시스템이 만들어낸 특별함을 방탄소년단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시혁이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에서 오롯이 대표의 위치로 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전체를 관장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준 인물이 바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수석 프로듀서 피독(본명 강효원)이다. 피독(Pdogg)은 프로듀서(Producer)와 어릴 때부터 그가 좋아했던 래퍼 스눕독(SnoopDogg)의 독(Dogg)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그만큼 피독이 가진 음악적 색깔이 힙합에 맞닿아 있다는 걸 드러내는 이름이다. 스물다섯 살에 방시혁 대표의 눈에 띄어 프로듀서의 길을 걷게 된 피독은 싱글 ‘2 쿨 4 스쿨(2 COOL 4 SKOOL)’부터 최근 발매된 앨범 ‘러브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까지, 방탄소년단의 모든 음반을 프로듀싱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방탄소년단 초창기 시절만 해도 ‘힙합 아이돌’이라는 포지셔닝은 낯설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프로듀싱한 방탄소년단의 정규 1집 ‘데인져(DANGER)’는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 니드 유(I NEED U)’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입지를 마련했고, 팬덤이 형성되면서 지금은 힙합 아이돌이라는 포지셔닝이 방탄소년단만의 매력적인 특색이 되었다.

 

방시혁 대표의 자율적인 시스템 속에서 피독의 프로듀싱 작업 역시 주로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이야기나 생각, 스타일 등을 끄집어내 음악적인 틀을 먼저 만들어내면 피독이 그것을 음악으로 구체화하는 작업 방식이다. 물론 정반대 방향으로 피독이 먼저 틀을 잡고 방탄소년단이 거기에 자신들의 생각을 투영해 완성시키기도 한다. 즉 피독은 방탄소년단과 음악적으로 서로 교감하고 그것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런 작업 방식은 자연스럽게 방탄소년단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팬들은 이런 점 때문에 피독을 방탄소년단의 ‘작은아버지’라 부르곤 한다.

 

 

차별화된 칼군무는 손성득 퍼포먼스 디렉터 작품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는 한계가 있다. 무대를 보고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 이 말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방시혁이 추구했던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색깔에는 퍼포먼스적 측면을 빼놓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글로벌한 인기를 얻게 된 데 가장 주효했던 것이 바로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동작으로 보여주는 음악적 쾌감은 만국 공통어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딱딱 맞아떨어져 돌아가는 칼군무가 시각적 즐거움의 차원을 넘어서는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었던 건 손성득 퍼포먼스 디렉터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가수들의 안무를 만들어왔던 손성득 디렉터는 방시혁을 만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지금껏 일궈온 개국공신이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낫 투데이》 《피 땀 눈물》 《DNA》의 안무를 만들었다. 그는 춤 동작만이 아니라 스타일과 표정, 제스처까지도 세세하게 연출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단지 안무가라 불리지 않고 퍼포먼스 디렉터라 불리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의 무대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의 군무가 돋보이는 건 단지 칼군무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다. 뭉쳐졌다가 흩어지는 그 군무의 동작들은 예술적으로 봐도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다. 절도 있게 맞아 돌아가는 동작과 그 집합이 만들어내는 미적인 느낌은 여타의 아이돌 그룹 퍼포먼스와 방탄소년단의 그것이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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