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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산과 김구, 그 역사의 데자뷰

독립 70주년 맞은 미얀마서 ‘독립운동 국제영화제’ 상영회 열려

이원혁 항일영상역사재단 이사장 (前 KBS PD) ㅣ | 승인 2018.01.02(Tue)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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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역사 바로알기’를 주제로 2016년 처음 막을 올린 ‘독립운동 국제영화제’가 어느덧 올해로 3회째를 맞게 됐다. 이 영화제는 재작년과 작년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을 비롯해 서울·인천·전주 등지에서 국내외의 다양한 독립운동 관련 영화를 소개하는 등 세계 유일의 독립운동 영화제로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항일영상역사재단이 주최하는 이 영화제가 올해에는 처음으로 해외에서 행사를 갖는다. 미얀마는 올해 독립 7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이 3년 전 광복(독립) 70주년을 맞았으므로, 우리보다 독립이 3년 늦은 셈이다. 이번 영화제는 대한민국의 독립정신을 해외에 전파하고, 식민지배라는 공통의 경험을 통해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에서 미얀마에서 상영회를 갖는다.

 

미얀마의 옛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독립기념일인 1월4일을 전후해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한국의 《밀정》·《귀향》과 미얀마의 《나바》, 베트남의 《예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독립운동사를 다룬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번 상영회의 특징은 아시아 독립운동사를 넘어 유럽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다. 미얀마의 독립을 이끌어낸 영웅인 아웅 산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미얀마 영화와 함께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사를 다룬 《마이클 콜린스》를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미얀마의 아웅 산과 아일랜드의 콜린스, 이 두 나라의 역사와 두 인물의 행적이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미얀마와 아일랜드는 모두 영국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끌어낸 인물은 아웅 산 장군(1915~47)과 마이클 콜린스(1890~1922)였다. 두 사람은 식민지 시대의 엘리트로서 반영(反英) 무력항쟁의 지도자였다. 두 사람은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하여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독립군을 조직하여 무장 항쟁을 펼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런던으로 건너가 당시 영국 총리들과 협상을 벌여 독립을 이끌어 낸 점도 닮았다. 독립 협정을 맺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반대파에 의해 암살된 점도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사람 모두 32년의 짧은 생을 살았다는 사실이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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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에 맞서 되찾은 나라에서 동족에게 살해된 세 사람

 

두 나라에 대한 영국의 식민통치 방식도 비슷했다. 영국은 불교국가인 미얀마에 기독교를 도입하여 종교 갈등을 일으킨다. 또 인도의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준 지배계층으로 활용하여 미얀마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영국은 가톨릭 신도가 대부분인 아일랜드에도 기독교를 전파시켜 분열정책을 폈다. 1921년 영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아일랜드 32개 주 가운데 기독교도가 많은 북아일랜드 6개 주가 자치지역에서 제외되었다.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IRA 내 강경파들은 이를 반역행위로 간주하고 1922년 8월에 협상대표인 콜린스를 살해했다. IRA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의 통일을 요구하는 반군사조직으로 콜린스가 창설했다. 아웅 산 장군도 영국과의 독립 협상 이후 기독교도가 많은 까친족·친족·까옌족 등 소수민족들과의 통합에 노력하던 중 1947년에 암살당했다.

 

독립 과정에서의 아웅 산과 콜린스에 대한 암살을 접하면서 우리는 이들과 데자뷰처럼 반복되는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다. 백범도 윤봉길·이봉창 등 한인애국단의 의거를 지휘하고 광복군을 조직했다. 아웅 산이나 콜린스와 마찬가지로 무력항쟁 노선을 일관되게 추구했다. 나라를 되찾았지만 동족에 의해 암살당한 점도 두 사람과 같다. 세 사람 모두 식민통치가 남긴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시대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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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진정한 해방을 얻을 수 있다”

 

과거 식민 지배를 경험한 많은 나라들이 오늘날 암울한 역사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인도·아일랜드·한국은 분단이 되었고, 스리랑카·필리핀·인도네시아·미얀마 등은 내전에 휘말렸다. 종교·민족·이념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식민지배가 청산되지 못한 결과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웅 산 피살이후 미얀마는 극심한 종교·민족 분규를 겪었고, 지금도 로힝야족 사태로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다. 북아일랜드를 영국령으로 남겨두고 독립한 아일랜드도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지난 30년 간 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독립 후 남북이 분단된 우리도 한국전쟁을 겪었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모든 것이 피식민의 역사가 할퀴고 떠난 후유증인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김구와 아웅 산, 그리고 콜린스가 암살당하지 않고 독립된 자신들의 조국을 이끌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꿈꾸었던 외세의 구속이나 억압이 없는 진정한 ‘해방’을 가져왔을까. 영국과 독립협약을 체결하고 귀국한 후, 아웅 산은 라디오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방은 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받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라야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당시 독립은 이루었지만, 한국·미얀마·아일랜드 세 나라 모두 ‘온전한 해방’을 받을만한 힘이 없었다. 온몸을 민족의 해방과 역사에 던진 지도자였건만, 그 지도자를 국민들이 단결하여 지켜주지 못했다. 제국주의가 뿌린 분열과 갈등이라는 ‘악의 씨앗’은 세 남자의 운명과 그들이 꿈꾼 세상을 앗아갔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식민 잔재를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에 답답함이 가슴을 누른다. 아직도 ‘해방’과 ‘독립’을 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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