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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도에 ‘포스트 차이나’ 해답이 있다

[‘포스트 차이나’ ① 인도] 국제무역 도시에서 ‘금융권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는 뭄바이를 가다

인도 뭄바이=송응철 기자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3(Wed) 13:00:00 |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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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적어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전까지는 그랬다. 갈등에 수반된 직·간접 보복 조치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충격에 빠졌다. 중국 시장의 한계를 마주한 국내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가 이어졌다. 자연스레 중국 시장을 대체할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단연 인도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약 13억 명)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6년 후인 2024년엔 인도가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인도에는 이미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삼성(델리)과 LG(델리), 현대자동차(첸나이) 등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인도 내에서는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IT(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한 인도에서 금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인도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뭄바이가 있다. 인도 전체 가계의 부(富) 가운데 40%가 집중된 ‘경제수도’이자, 인도 정부가 조성한 금융타운 ‘밴드라 컬라 콤플렉스(Bandra Kurla Complex·BKC)’가 위치한 곳이다. 세계적인 무역의 도시 뭄바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체된 국내 금융시장을 대체할 ‘금융권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몇 년 전, 국내에서 브릭스(BRICs) 펀드 상품이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신흥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4개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높은 수익성을 담보해 꽤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러시아 등의 경제 실적 저조에 이어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세도 주춤하면서 이 상품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하지만 브릭스 4개국(최근엔 남아공을 포함시켜 브릭스 5개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인도는 지금 현재도 고성장 중이다. 최근 수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 7%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견인할 에너지도 충분하다. 생산가능인구의 평균연령이 27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생산가능인구가 전부 생산인구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인도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 6.8%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금융은 인도 내에선 아직 생소한 산업분야다. 현지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 전체 인구 중 금융계좌를 보유한 인구 비율이 20% 이하에 불과하다. 향후 인도 금융시장이 발전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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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인도 수탁고 매년 200% 이상 상승

 

인도 정부 정책도 금융업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2014년 출범 직후부터 과감한 개혁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제조업 비중 확대를 위한 ‘컴, 메이크 인 인디아(Come, Make in India)’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외국계 제조업체들의 인도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자연스레 인도 내 금융니즈(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화폐 개혁까지 이뤄지면서 인도 금융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의 계기를 맞게 됐다. 2016년 11월 인도 정부는 기습적으로 전체 화폐 유통물량의 86%를 차지하는 500루피(약 8550원)와 1000루피의 기존 지폐 사용을 금지하고, 500루피와 2000루피 신권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지하자금이 양성화됐고, 갈 곳을 잃은 자금은 금융권으로 몰렸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도 금융시장은 매년 10%대의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전에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은 이런 금융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은 2006년 인도에 진출했다. 당시는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높아지던 시기다. 향후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서다. 그래서 당시 브릭스에 포함돼 성장성이 주목되던 인도에 베팅을 했다. 물론 미래에셋만 인도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앞다퉈 인도로 넘어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인도에서 철수하거나 현지합작법인으로 전환했다. 현지합작법인을 제외하면, 살아남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이 유일하다. 물론 그동안 미래에셋도 상당히 고전했다. 인도 내에선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가 생소해 영업활동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에 배타적인 현지 시장의 특성도 한 이유였다. 계속된 적자에도 미래에셋은 상품 경쟁력 확보에만 집중했다. ‘펀드는 수익률로 말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차츰 우수한 트랙레코드(운용실적)가 쌓이기 시작했다. 실제 미래에셋의 주요 상품인 ‘미래에셋이머징블루칩펀드’와 ‘미래에셋인디아오퍼튜니티펀드’는 2017년 말 현재 380%와 18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모두 현지 동일 유형 내 수익률 1위다. 높은 수익률이 나오자 현지 은행 및 증권사가 미래에셋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도 내 펀드 판매 창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Individual Financial Advisor)도 미래에셋 펀드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지 투자자금 유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말 1123억원이던 수탁고는 2017년 말 2조5691억원까지 늘어났다. 단순히 외형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인도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채권형 펀드 70%, 주식형 펀드 30%의 구조를 가지는 반면, 미래에셋은 주식형이 90%다. 주식형의 수수료가 채권형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규모의 수탁고라도 수익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적립식’ 비중이 55%에 달한다. 인도 내 최대 비중이다. 수수료가 꾸준히 들어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성장 기반도 탄탄하다. 현지 고객 수가 8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펀드 투자를 통해 자산이 증가하고, 그만큼 재투자를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또 기관투자가 등 대형 고객이 주를 이루지 않는 만큼, 리스크도 비교적 작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의 성공을 발판으로 인도 내 투자금융(IB)과 프라이빗에쿼티(PEF), 부동산 투자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도 내 ‘미니 미래에셋그룹’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래에셋은 현재 인도 당국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눈에 띈다. 성공적으로 현지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중에선 가장 빠른 1996년 뭄바이에 진출한 이후, 20여 년간 영업활동을 벌인 결과다. 물론 신한은행도 처음에는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대부분이었다. 현지 영업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당시는 국내 은행들의 인도 진출이 가시화되던 때였다. 신한은행은 인도 진출 국내 기업들을 두고 국내 은행들끼리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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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현지 대출 79% ‘현지화 성공적’

 

신한은행은 그해 뭄바이에 인도본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현지화 작업에 나섰다. 현지 기업금융전담역(Relationship Manager·RM)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 주변의 현지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2013년 말 1200만 달러이던 현지 기업 대출 규모는 2017년 말 6억4800만 달러로 54배나 증가했다. 전체 대출 가운데 현지 비중도 2017년 말 79%선까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은 2016년 국내 기업이 전혀 없는 아메바레드와 랑가레디 지역에 지점을 신설하고 현지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수익 다변화도 노리고 있다. 2016년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를 오픈해 외환거래 및 파생상품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예대마진에만 의존해서는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또 2018년부터 현지 기업을 넘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모바일앱을 이용한 디지털뱅킹과 24시간 이체 시스템 등 상품 개발에 주력해 왔다.

 

우리은행도 적극적인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7년 뉴델리에 사무소를 개소했지만, 1998년 IMF 사태로 철수했다. 그로부터 9여 년 후인 2007년 다시 뉴델리사무소를 신설한 뒤 2012년 첸나이지점으로 전환했다. 우리은행이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은 2017년이다. 구르가온과 뭄바이에 지점을 열고, 인도지역본부도 신설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은 인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말 1800만 달러이던 대출금은 2017년 말 63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매년 25~35%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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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현지법인·현지 금융사 인수로 승부

 

다만 우리은행은 현재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현지 기업에 대한 외환과 여신 지원을 통해 현지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한 신디론 참여 및 현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외환과 여신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특히, 비교적 늦은 인도 진출을 현지법인 전환과 현지 금융사 인수를 통해 만회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인도 내 지점 개설이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공격적인 지점 확대로 인도 내 영업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또 현지 여신전문금융사 인수도 검토 중이다. 여신전문금융업은 서민층에 소액을 대출해 주는 업종으로, 원금 회수율과 수익성이 높고, 무엇보다 향후 은행업 진출을 위한 영업 기반으로 활용도가 높다. 우리은행은 현지법인 전환과 현지 금융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지법인이 기업금융에, 여신전문금융사가 소매금융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도 인도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은행은 인도 금융의 중심인 뭄바이가 아닌 뉴델리나 첸나이, 구르가온 등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지 영업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을 선택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2008년 개소한 뉴델리사무소를 2015년 첸나이지점으로 전환하고, 현재 구르가온지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지점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전략적 파트너를 통한 지분투자 방식의 인도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현재 인도 진출 국내 기업과 주재원 및 교민들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는 현지 기업과 개인들까지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은행은 뉴델리지점을 통해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도에서의 본격적인 영업을 위해 2013년 뉴델리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는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2015년에야 인가를 받는 등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은행도 현재 인도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2016년 말 인도 금융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의지를 밝히고, 2017년 5월 인도 금융당국에서 구르가온지점 신설 예비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인도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의 과거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례 등을 문제 삼으면서 본인가 승인 시기는 계속 연기됐다. 국민은행은 현재 지점 전환 목표시기를 2018년 2분기로 재설정하고 인도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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