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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정치도구로 전락한 역사교육, 정상화돼야”

[인터뷰] 11월 취임한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上)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4(Thu)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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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는 현실의 역사에 침묵해야 하는가. 역사학계의 오랜 화두인 이 질문에 대해 “역사가 학자들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하는 학자가 있다. 지난해 11월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61)다. 2012월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주제로 한 역사박물관이다. 

 

지난해까지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있어 ‘국정화 반대’의 선두에 섰던 이가 주 관장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 근현대사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교육부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집필진으로 활동해왔다. 시사저널이 2017년 12월27일 서울 광화문광장 동쪽 한켠에 자리잡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주진오 관장을 만났다. 그는 주어진 2년의 기간동안 “짧은 기간이지만 박물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취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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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을 축하드린다. 이명박 정부에 기획되고 박근혜 정부에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그동안 줄곧 ‘역사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그 동안 한국 역사학계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외면해왔다. 실제로, 제가 박물관장으로 취임한 후 이 박물관의 운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 대표적인 5개의 역사단체 관계자들을 모시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는데, 이곳에 처음 왔다는 분들이 많았다.

 

역사에 있어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누굴 편향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있어야 한다. 그럴 땐 역사학계의 통설과 중론이 기준이 돼야한다. 역사 전문가들의 판단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두고 역사학계 내부에서부터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역사박물관의 운영은 역사학계가 중심이 돼 꾸려가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균형잡힌 사관을 담기 위해 변화해갈 것이다. 우리 박물관의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일부 언론에선 주진오 관장님의 취임 자체를 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 논란 과정에서나, 평소 관장님이 보여주셨던 어떤 ‘성향’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저 스스로 늘 객관적이고 균형있는 역사를 추구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역사학자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 한 점 부끄럼 없다. 

 

저를 편향된 역사인식 속에 놓고 평가하는 것은 결국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 두 정권동안 일부 보수 세력들이 교육부 검인정 교과서를 두고 소위 ‘좌편향’됐다고 몰아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부당한 ‘몰이’란 것이 판명났다. 현재 정권 교체, 국정교과서 폐기 등이 모두 그 결과다. 저를 향해 제기되는 역사 편향 논란에 대해선, 지금까지 과연 누가 역사학계의 입장으로, 역사학계를 대변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또, 관장이 바뀌었다고 관장의 성향에 따라 박물관이 변해선 안 된다. 박물관의 변화는 학예사를 주축으로 한 내부 인력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학예사들은 그간 참 매우 제한적이었던 현실적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 박물관의 중요 활동 방향에 대해선 학예사의 자율적 판단과 외부 전문 인력에 맡길 것이다.

 

 

역사도 전문 인력에 맡겨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물론이다. 역사학자로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려되는 것은 역사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가운데 역사 전공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소설 등 역사콘텐츠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정작 이를 만드는 이들은 대부분 비전공자들이다. 이런 역사콘텐츠들의 내용은 과연 얼마나 역사적 사실에 근접한 것이며, 그 안에 담긴 역사의식은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 여기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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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재가 역사교육의 기준이 되는 현실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교육방송(EBS)의 역사 강의다. 지금의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EBS 수능 강의를 통해 역사 공부를 많이 한다. 교과서는 역사전문가들이 집필하고 검정의 과정을 거친 콘텐츠다. 반면, EBS 교재는 따로 검정을 거친 게 아니다. 그저 강의를 잘 하시는 분들을 위촉해 그들이 만든 교재일 뿐이다. 실제로 요즘 가장 영향력 있는 강사들 가운데엔 역사를 제대로 전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 그들이 만든 고재가 교과서보다 공신력을 얻고, 나아가 그들이 마치 역사학자인 것처럼 역사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역사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에 있어선 역사학계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맞다. 그런 점은 역사학계가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전문가들이 역사콘텐츠를 좌우하는 현상을 방치한 것에 대해선 역사학계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저는 1987년, 나이 만 서른에 교수가 됐다. 당시 학계에서 학자가 대중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분위기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면에 나서는 학자들은 드물었다. 

 

결국은 역사학자 본인이 자신의 지향성을 어디에 두냐에 달라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사학자는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을 위해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의다. TV에 얼굴도 많이 비추고 역사학계가 행동에 나설 때 앞에 많이 나서기도 했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사태때도 그랬다. 그러다보니 마치 보수세력의 대척점에 선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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