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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적폐청산’ 부메랑 맞은 통일부

통일부 정책혁신위 발표에 통일부 직원·외교안보 부처서 볼멘소리 나와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5(Fri) 11:00:00 |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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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적폐청산’의 부메랑을 맞았다. 2017년 12월28일 통일부 정책혁신위가 발표한 결과물을 놓고 부실 논란과 함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책혁신위는 이전 정부 통일부와 정부 정책추진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 발족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다. 9명의 위원회 민간 멤버들이 벌인 석 달간의 조사활동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주로 겨냥했고,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출입 기자를 대상으로 언론 브리핑 형태로 공개됐다.

 

발표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개성공단 폐쇄 조치와 관련한 대목이다. 위원회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5·24 대북제재 조치를 놓고 “법률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통치행위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2016년 2월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이틀 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위원회 측은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결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공단 가동 중단 결정은 위험선을 넘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대남위협에 대응해 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근로자와 업주·당국자 등 국민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됐다는 게 당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 군 당국은 국민들이 인질로 잡힐 경우에 대비한 군사작전 계획을 세울 정도로 긴박했다. 대통령 지시로 철수 대책안이 검토됐고 NSC에서 공단 전면중단 논의를 거쳤다. 이런 과정을 도외시한 채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공단 철수가 이뤄진 것처럼 위원회 측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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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개성공단 철수 관련 사실 왜곡”

 

공단에서의 한국 인력 철수 결정 과정에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의 판단이 중요했다. 위원회는 이런 당시 상황을 외면한 채 철수 사유가 마치 ‘임금 전용’ 문제 때문이었던 것처럼 몰아가는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원회 측은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미 북한 돈줄 차단을 위해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5·24조치뿐 아니라 유엔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 적극 동참하고 대북 현금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을 계승 내지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이후 수시로 “강력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북제재 공조에 나서고 있다. 또 대북 응징용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하는 등 안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2017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과 미사일 도발 드라이브를 되짚어보면 문재인 정부도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북 전문가는 “이미 법원에서도 합법적 조치라고 판단한 5·24조치까지 위원회가 불법 조치인 것처럼 주장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태영호 전 런던 주재 북한 공사의 망명 발표를 문제 삼은 것도 논란을 빚었다. 탈북자 문제를 정부가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던 관례와 어긋난다는 게 위원회 측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 내부도 아닌 중국 식당에서 10여 명의 종업원이 한꺼번에 탈북했는데 이 사안을 비공개로 처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당시 이곳을 드나들던 현지인들은 물론 우리 교민들 사이에도 탈북 사태는 소문이 번져가고 있었다. 종업원 탈북 사태는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가 이미 당시 상황을 담은 정보자료와 서버까지 뒤져 조사를 벌였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거론하지 못한 사안이다. 위원회 측의 무리수란 얘기다.

 

태영호 전 공사의 경우도 국내 언론 보도가 있었고, 런던은 물론 해외 유력 언론들이 이름까지 거론하며 한국행을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브리핑에서 한국 입국 사실을 확인해 준 사안을 문제 삼는 건 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원회는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 사태가 “총선을 나흘 앞둔 민감한 시점에 발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혁신위의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병사 탈북 사건도 문재인 정부가 철저히 숨겼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또 2000년 4월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를 총선 며칠 전 청와대와 통일부가 기획한 것도 ‘적폐’로 문제 삼아야 한다. 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비판에 몰두하다 문재인 정부 때리기까지 해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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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적폐청산 TF의 잇단 자충수

 

남북 당국 간 대화와 관련해 위원회는 국가안보실과 북한 국방위가 회담을 주도하면서 회담 운영체계가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통일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청와대와의 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해 온 상황에서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는 게 전직 당국자의 설명이다. 위원회의 지적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이 외교부를 제쳐두고 중국과의 외교 사안을 처리하거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외국과의 민감한 협상에 나섰다가 구설에 오른 것도 적폐청산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 같은 문제투성이 발표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항변 한마디 없이 꼬리를 내렸다. 정책혁신위 발표 직후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겸허히 받아들인다. 성찰과 반성을 통해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런 태도를 두고 통일부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나오며 술렁이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허술하고 편향된 외부 위원회의 주장에 정부 부처가 투항한 꼴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이전 정부 정책추진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현 통일부의 핵심 간부”라며 “그렇다면 통일부 고위층이 다 적폐집단이란 말이 된다”며 비판을 제기한다. 외부에선 “통일부가 이젠 영혼도 없어진 듯하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책혁신위는 북한의 핵 도발과 인권 문제를 제기한 통일교육을 두고도 “북한 실상 알리기 명목으로 안보교육이 확대됐다”며 문제 삼고 나섰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으로 대북 정책과 통일 문제에 접근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혁신위 멤버가 다양성이 결여돼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통일부 직원들뿐 아니라 대북 외교안보 부처 내부에서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모두 적폐로 간주해 여론몰이를 하면 어느 공직자가 대북 문제에 관여하려 하겠냐”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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