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 양춘방래(陽春方來)!
  • 한가경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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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경의 운세 일기예보]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은지 4일이 지났다. 양력 1월1일부터 새해가 시작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이 말은 옳지 않다. 무술년 개띠의 시작은 음력 1월1일부터다. 해마다 달라지지만 올해는 양력 2월16일부터가 진정한 무술년의 시작이다.

 

동양 역학에서 말하는 새해 첫날은 이와 또 다르다. 역리학적으로는 입춘(立春) 때부터로 본다. 왜 입춘이 기준점일까. 그것은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이기 때문이다. 입춘에 땅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나오면서 봄이 시작된다. 물상(物象)의 변화를 눈으로 보며 몸으로 체험할 수 있으므로 한 해가 바뀌는 시점으로 본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위치해 농사의 기준이 되는 시작점으로 1년 농사 계획을 세우는 날이다. 그래서 입춘의 ‘입’은 ‘들 입(入)’자(字)가 아니고 ‘세울 입(立)’자이다. 절기를 보아가며 어떤 농사 품목을 선택해 심을지, 얼마나 경작할지, 농사 인력은 어떻게 조달할지, 관개수는 어떻게 확보할지 등 농사계획을 보아가며 입안하는 때인 것이다.

 

2018년 새해 첫날 새벽 강릉 경포해변 수평선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동양 역학에서는 입춘 때를 새해로 인식

 

예컨대, 4월5일은 청명(淸明)으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때다. 그래서 이때를 나무를 옮겨 심는 식목일로 정했다. 이때부터 씨뿌리기가 시작된다. 상추ㆍ쑥갓ㆍ아욱ㆍ근대ㆍ치커리 등 채소들은 이때를 즈음해 씨를 뿌리면 적당하다. 고랑과 둑을 만들어 농사를 준비해야한다. ‘시도 때도 모르는 놈’이란 말이 있다. 원래 이 말은 때에 맞춰 농사를 짓도록 절기를 맞춰놓은 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주역파 또는 역경파는 기운이 음에서 양으로 바뀌는 첫날인 동지(冬至)부터 새해로 간주했다. 소수설인 것이다.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 동지를 기점으로 해 땅속에 따뜻한 기운이 번지기 시작한다. 동지는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과거엔 동지를 설 다음 경사스러운 명절로 여겼다.

 

그러나 다수설은 역시 그 따뜻한 기운이 실제 땅위로 올라오는 입춘부터를 새해로 본다. 사람과 동물은 제 때 밥 먹고, 제 때 잠들어야 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입춘부터 해가 바뀌는 것으로 감명해야 운세가 잘 들어맞는다고 한다. 인간은 때를 잘 알기가 힘들다. 만일 사람이 때를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보다 지혜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아가 역학적으로 때는 운세와 밀접하다. 그래서 ‘운 좋을 때는 귀인을 만나고 운 나쁠 때는 재수 없는 놈을 만난다’고 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상담한 여성 K씨(42). 그녀는 다른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불시에 흉운을 얻어맞아 코피 터지고 배신당해 가진 것 다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내가 지금 운이 나쁜 때구나’라고 깨달았다. 태어난 날, 즉 일간이 정(丁)화(火) 횃불이었다. 일간 화 오행이 목왕절 봄에 태어나고 팀을 이뤄 신왕한 사주였다. 횃불이 잘 타오르고 있는 형국이었다.

 

중국의 사주학(四柱學)은 지금처럼 네 기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섯 기둥인 때가 있었다. 태어난 연월일시 사주 네 기둥에다 임신된 달 기운을 합쳐 오주(五柱)라고 했다. 10개월 전 수태될 때 받은 기운도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본 것이다. 계산해보니 무더운 여름철에 수태됐던 K씨였다. 그렇다면 다섯 기둥 즉 오주로 볼 때는 더욱 불이 활활 타오르는 신왕 사주였다.

 

이런 경우, 사주의 조열한 열기를 차가운 오행으로 식혀줘야 한다. 그런데 사주 원국에 수(水), 즉 물이 뚜렷하지 않았다. 사주에 물이 없다면 큰 약점이 된다. 적수오건(滴水熬乾)이라고 해 심한 가뭄에 한 방울의 물도 없이 말라있다는 뜻이다. 화기(火氣)가 심히 왕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선 건강상으로 혈압이 높아 문제였다. 화 기운이 강한 사주는 고혈압 환자가 많은 데 K씨도 그랬다. 그녀는 장래 심장질환에도 유의해야 한다. 성격은 급하고 유시무종(有始無終)이다. 무슨 일이건 시작은 잘 하는 데 끈기 부족으로 끝이 흐지부지되기 쉽다. 감성이 풍부하고 순진하면서도 명랑 쾌활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낭만파·기분파여서 그 때 그 때 즉흥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성품이 불과 같아 한 번 성질이 나면 굉장하나 화가 풀리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로 잊어버린다. 풍류가적 기질이 있어 놀기도 좋아하고 대인관계가 사교적이고 원만한 편이다.

 

그러나 K씨는 금(金)오행을 셋이나 갖고 있고 띠가 병진(丙辰)생 용띠여서 강한 금이 진(辰)중 계(癸)수 물방울을 만드는 금생수(金生水)가 가능했다. 이로 인해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아무튼 적수오건(滴水熬乾)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물이 필수였다. K씨에게 수 오행은 관성(官星). 관은 남자이니 속된 말로 남자 없이는 못사는 팔자이다. 대운을 보니 어릴 때부터 30년간 비가 내려 땅을 촉촉하게 적셔줘 반갑기 그지없다. 수 오행 대운에 물만난 고기처럼 활동적으로 생활하다 썩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문제의 시기는 34세부터 찾아온 화 오행 병술(丙戌) 대운. 비구름이 걷히고 세상이 가뭄으로 바뀌었다. 가뜩이나 조열한 땅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다시 뜨겁게 내려쬐니 영락없이 풍파가 일어난다. 병술 대운의 병화(火)는 내 것을 빼앗아 가는 경쟁자로 풀이되는 겁재(劫財)운. 이 대운에 다른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겨 이혼할 수 밖에 없었다.

 

허탈한 마음에 이리저리 방황하다 도움 안 되는 나쁜(?) 친구와 경마에 빠져 1억여원이라는 돈까지 허공에 날렸다. 지금은 생활고로 인해 주야로 일하느라 늘 잠도 모자라고 힘들다. 낮엔 무허가 성형시술일을 하고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알바’를 뛰고 있는 데 앞으로 미래가 궁금하다며 신세한탄을 했다.

 

44세부터 다시 금(金) 오행으로 대운이 바뀌고 흉한 운세가 지나가니 다행이었다. 그 때까지 시일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 운세가 흉하니 근신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된 것은 모든 풍파를 겪고 난 뒤였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까. 10년간 자신에게 흉하디 흉한 대운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방비했더라면 어찌됐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명(命)도 운(運)도 모르고 산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팔자인가 보다.

 

또 한 사람의 필자 상담고객 P씨(39)는 20대가 너무도 불운했던 여성이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철없던 20대초 흉한 운에 멋모르고 나다니다 나쁜 남자 만나 몸 뺏기고 원치 않는 임신까지 해 결혼을 했으나 몇 년 살지 못하고 파경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 성공적인 직장생활과 한부모이지만 자식 키우는 재미로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인생도 ‘운 좋을 때는 귀인을 만나고 운 나쁠 때는 재수 없는 놈 만난다’고 한 말 그대로였다.

 

2년 전 신생아작명을 의뢰하러 필자 사무실을 찾아왔던 L씨(36)가 최근 다시 방문했다. 당시 그는 필자에게 아가 이름을 받은 후 궁금하다며 자신의 진로를 물었다. 그는 남부러울 것 없이 좋은 운세였다. 그래서 필자는 “다 좋다. 직장을 나와 사업을 하거나 이직을 해도 되고, 직장에 그대로 있어도 직장운이 좋다”고 자문하고 “마음내키는 대로 선택하라”고 했다.

 

 

유방과 항우의 운명도 결국 운세의 차이

 

아닌게 아니라 그는 지난해 직장에서 쉽사리 승진을 했고, 동시에 뜻밖의 귀인도 자신 앞에 나타나 두둑한 사업투자 자금을 마련해주는 행운까지 안았다고 한다. 야심차게 창업을 추진중인 L씨가 법인 이름을 작명하러 와 소개한 내용이다. 옛말에 사람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성공한다고 했다. L씨는 때마침 달리는 말위에 앉아 주마가편(走馬加鞭)하며 힘차게 나아갈 때였다. 그리고 그 흐름에 순응하고 있을 뿐이었다.

 

“천하는 끝내 내 것이 아니었구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집안도 좋고 힘도 장사였다는 초나라 영웅 항우(項羽)는 한고조 유방(劉邦)을 이기지 못하고 시절인연을 한탄하며 오강에서 우미인과 자결로 최후를 맞는다. 유방은 시골 장터 술주정뱅이 출신이었지만 큰 포용력으로 장량, 한신 등 뛰어난 책사와 무사들을 가까이 둔 이였다. 쉽게 말해 유방은 운세가 좋았고, 항우는 때를 못 만난 것이었다.

 

‘겨울이 깊으면 봄도 멀지 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영국 시인 셸리의 시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골이 깊으면 정상은 높다. 자연의 이치는 어김없다. 운의 흐름과 섭리에 순응하는 사람이야말로 정직한 짐승처럼 현명하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양춘방래(陽春方來)! 묵은 것을 미련없이 보내고 따뜻한 희망의 봄을 맞자. 무술년 새해,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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