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공석' 초대 국립亞문화전당장 안 뽑나 못 뽑나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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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5차례나 선임 '무산'…전당 운영 활성화 의지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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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문화전당)은 광주를 아시아문화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핵심거점이다. 지난 2015년 11월25일 공식 개관했으나 지금까지 수장을 뽑지 못해 2년이 넘도록 전당장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부가 최근 공석인 초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공모에 나섰으나 또 다시 무산됐다. 2년 동안 무려 다섯 차례나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전당장 선임이 무산되면서 문화전당의 정상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역에선 연이은 문화전당장 선임 실패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며 실망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지역사회 안팎에선 박근혜정부가 안 뽑았다면 현 문재인정부는 안 뽑는 것이 아니라 못 뽑는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실시한 5차 공모에서도 적격자가 없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으며, 과열된 지역 여론을 고려해 문화전당장 선임 절차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초 5차 공모를 낸지 4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문화전당은 당분간 방선규 전당장 직무대리체제로 운영된다. 옛 전남도청 복원문제를 비롯한 전당 관련 현안 과제들은 직무대리체제에서 문체부와 협의해 처리하게 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 ACC제공

 

 

 

文정부마저 '적임자가 없다'만 되풀이…정상화 차질 우려 

 

전당장 선임절차는 인사혁신처에서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후보를 압축, 문화부에 해당자를 통보하면 문화부 장관이 적격자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부처가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이번 5차 공모에선 최소 20명에서 26명이 공모에 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화부가 '적격자 없음'으로 4차례 무산시킨 전당장 공모에서 응모자가 한 자릿수였던 점에 비하면 이례적이었다. 

 

인사혁신처는 이 가운데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전당장 최종 후보로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님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광주예총 회장인 최규철 전남대 교수 등 세 명으로 압축, 지난해 11월 문체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지난해 10월31일 서류·면접 통과자 3명에 대한 전형을 마치고 2개월여 검토 끝에 '적격자 없음'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5·18단체와의 갈등과 지역사회 내 과열양상이 유보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새로 선임될 전당장은 광주의 현안인 전당 내 민주평화 기념관 완공과 옛 전남도청 복원 문제를 5·18 단체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어 5월 단체와 원만히 소통할 수 있는가가 인선의 '잣대'가 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옛 전남도청 복원문제는 5·18 정신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여론에 맞지 않는 인물을 인선했을 경우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측에서 특정 인물을 내정했다는 설이 나돌았고 5·18단체와의 갈등 등으로 광주지역 내 여론이 좋지 않아 선임을 주저하고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문화부 "과열된 지역여론 부담 잠정보류"···지나친 정치적 고려 비판도

 

여기에다 전당장 선임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지나친 과열 양상을 보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후보군으로 거론된 몇몇 인사들의 지지자들이 성명전을 펼치면서 더욱 일이 꼬인 것으로 보인다. 5월 단체와 예술인 단체들이 특정 인사에 대한 반대성명을 내거나 지지선언을 하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지역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5월 포용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에서 전당장 선임으로 논란이 일 경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5차 공모를 무산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일찍이 제기됐었다. 문체부도 지금 상황에서 전당장을 선임할 경우 갈등과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전당 운영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불가피하게 선임 절차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전당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을 지키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2년 동안 5번이나  똑같은 사태가 반복된 것으로 정부의 전당 운영 활성화에 대한 의지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광주와 문화전당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을 문체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축소해놓은 전당운영의 밑그림을 새롭게 그리고 문화권사업 등 연관 사업들을 활기차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무대행 체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문체부는 조속히 새로운 공모 절차를 밟아 적임자를 선임, 전당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亞문화수도 조성위원장·亞문화원장 등 기관장 공석도 장기화

 

정부와 지역사회 일각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지역문화계 인사의 얘기다. "문화전당 정상화와 옛전남도청복원 등 현안을 추진하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데 새정부에서도 공모에 무산돼 안타깝다. 전당장 공모 무산의 1차적 책임은 안일하게 대응한 문체부에 있지만 지역에서 전당장 선임을 두고 특정 세력과 진영이 지나칠 정도로 관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전당장 선임에도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한편 문화전당장 공백과 함께 광주 문화수도 조성의 컨트롤 타워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 문화전당 운영을 일부 위탁받은 아시아문화원 원장 등 3대 문화 기관장의 공석도 장기화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은 지난해 3월, 아시아문화원장은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됐으나 선임되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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