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안철수, ‘동지’에서 ‘적’으로 맞붙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8 11:19
  • 호수 14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13 광역단체장 격전지 8곳 집중분석-서울] 與 “후보만 10명↑”, 野 “구인난 허덕”…출마 후보자 부익부빈익빈 극심

 

때마다 별들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미니 대선’과 다름없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자리 역시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직행열차란 인식이 강하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는 전국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도 작용한다. 여야 모두 유불리(有不利)를 떠나 필사적으로 사수해야 할 최대 승부처로 꼽는다. 선거 전부터 ‘서울 승리가 전체 승리’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유다.

 

대선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고공행진 중이다. 그래선지 여권에선 무게감 있는 주자들의 출마 도전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줄을 잇고 있다. 지금으로선 야권에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여권 내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는 10명 이상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시장 출마에 적기인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까지 연령대가 유독 많다. 후보가 더 몰린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을 막을 적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야 통틀어 20명이 훌쩍 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박 시장은 굳건히 1위 독주체제를 지켜내고 있다. 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초 높은 지지율과 박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이 동시에 작용한 효과란 분석이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이 그간 시정(市政)을 이끌며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소 본전은 하면서 민심을 계속 자기 쪽으로 유지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내 지원 세(勢)가 약하기 때문에 3선 성공을 위해선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민심을 꽉 붙잡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월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시민들이 일출을 맞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3선 가도’, 누가 막을까

 

높은 지지에 힘입어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29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사실상 3선 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강산이 변하는 데도 10년이 걸리고 내 삶을 바꾸는 데도 10년이 걸린다”면서 ‘10년 혁명’을 통해 서울을 도쿄·런던 등을 뛰어넘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하면 서울시장으로 10년을 재임하게 된다.

 

박 시장이 정식으로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한 당내 후보들의 견제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선거 준비 체제에 들어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을 걷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고 있다. 박 의원과 함께 비교적 일찍 출마를 선언한 민병두 의원은 “박 시장의 서울과 내가 생각하는 서울은 다르다”고 각을 세웠다. 박 시장이 서울을 벗어나 타 지역에 도전하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청와대 지원이 누구에게 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작심하고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박 시장 독주체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청와대 인사 가운데선 임종석 비서실장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꾸준히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본격 경선이 시작되면 청와대가 우상호 의원을 물밑 지원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27〜28일 국민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서울 거주 성인 남녀 8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36.4%의 지지를 얻은 박 시장을 선두로 박영선 의원(19.9%)과 우상호 의원(4.8%), 민병두 의원(1.6%) 등이 뒤따르는 구도다. 그러나 여전히 ‘지지 후보 없음’은 28.0%, ‘모름·무응답’은 8.0%로 부동층(浮動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의 경선 승리를 마냥 장담하기엔 아직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원순-안철수, ‘동지’에서 ‘적’으로 맞붙나

 

박 시장이 불꽃 튀는 경선에서 살아남아 본선에서 야권 후보들과 붙을 경우, 현재로선 경선보다 더욱 손쉽게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최후까지 박빙 승부를 벌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3선 본선 가도는 재선보다 더욱 안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그나마 박 시장에 맞설 만한 대항마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꼽힌다. 앞서 언급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안철수와 자유한국당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한 나경원 의원 간 3자 가상대결을 실시한 결과, 큰 폭이긴 하지만 박 시장(49.2%) 다음으로 안 대표(18.2%)가 2위에 올랐다. 향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통합신당의 지지율과 함께 안 대표 개인의 지지세도 한층 넓어져 박 시장과의 격차가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둘 사이 정면승부가 벌어지면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과정에서 안 대표가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지 7년여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국민의당 내에선 손학규 전 의원도 솔솔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 관계자는 “(손 전 의원은) 새로움도 없고 임팩트가 약하다”며 “역동적인 시장 이미지와 맞지 않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정호준 의원이 정치적 무게감에선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오히려 눈길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와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여러 차례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혔을 뿐 아니라 국민의당과의 통합 후 안 대표를 통합 후보로 밀 가능성이 커 유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비교적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세울 인물이 없어 울상이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찜찜하게 물러난 후 대가 끊겨버렸다. 한국당 입장에서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아픈 곳 중 하나다. 박 시장과 맞설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강하게 영입을 밀어붙였던 홍정욱 헤럴드 회장마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은 더욱 극심한 인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민주당 후보들 못지않게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한국당엔 불모지와 다름없는 2040세대 지지를 얻기 위해선 전혀 새로운 원외 젊은 인재를 영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