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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 70주년, 제주도가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는 법

[김지나의 도시문화기행 (9) 제주시]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5(Mon)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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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제주도는 매력적이다. 삼다도란 이름에 걸맞게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그래도 서울처럼 살을 에는 추위는 아니었다. 그런 한편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눈 덮인 산봉우리는 장관이었는데, 마치 제주도 땅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가 지천에 널려있었고 식당에서 파치귤들을 공짜로 한 움큼씩 얻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게다가 유채꽃밭이 펼쳐진 풍경이 더해지니, 우리가 잘 아는 제주도의 모습은 이 계절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구나 싶었다.

 

그렇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도의 모습’이란 한라산과 귤, 유채꽃, 갖가지 형태의 오름들,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 같은 것들이다. 온갖 테마의 뮤지엄(musium)들과 트렌디한 음식점들이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많이 바꿔놓긴 했지만, 제주도 자연풍경의 전형은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2018년이 제주에 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4.3사건’이 7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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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은 해방 이후 제주도에서 벌어진 온갖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대거 학살당한 일련의 사건들을 총칭한다. 이 어처구니없는 살상행위는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년동안이나 자행됐다. 제주도 사람들을 만나면 유독 ‘육지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들과 구분하려는 것을 많이 보곤 하는데, 어떨 때는 서운하다싶을 정도로 선을 긋는 느낌이다. 이런 인상을 주는 데에는 4.3사건이 그만한 트라우마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4.3사건은 공권력의 횡포에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사건이자, 외지인들에게 제주도민들이 폭행당하고 살육됐던 일이기도 했다. 

 

제주시의 4.3평화공원 전시장에서는 이 사건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 제주도는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 그 말 그대로, 제주도는 섬 전체가 4.3사건의 현장이었다. 군경들의 명목상 타깃이 됐던 남로당 무장대가 한라산으로 후퇴하면서부터 제주도의 중산간지역은 일대가 학살터가 되고 만 것이다.

 

제주도 곳곳에는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4.3평화공원과 같은 기념비적인 공간도 있지만, 불태워졌던 마을과 이름없는 무덤 그리고 처형장으로 사용됐던 장소들이 무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슬프고 잔인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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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서귀포시의 알뜨르비행장 옆에는 폭탄창고로 사용됐던 섯알오름이 있다. 일본이 패망한 이후 미군은 이 창고를 폭파시켰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큰 구덩이는 4.3사건의 집단학살터가 됐다. 식민지배의 설움과 학살의 트라우마가 뒤엉킨 알뜨르비행장의 격납고들 사이로, 주민들은 다시 농사를 짓고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들어 세웠다. 한 가지 이야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시공간의 층위들은 평화롭게만 보이던 이곳의 풍경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경도 어지럽게 만들었다.

 

서귀포시 동광리에는 ‘잃어버린 마을’이라 불리는 무등이왓의 터가 남아 있다. 4.3사건으로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진 곳이다. 집이 있었고 학교가 있었고 시장이 있었을 자리는 텅 비어, 표석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마을터라고 해서 조금의 폐허라도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그곳은 과거를 회상하거나 앞으로의 재건을 꿈꿔볼만한 일말의 여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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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의 진상규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희생된 사람들의 수는 3만여명에 달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은 50여년이나 지난 2000년 1월에서야 시작됐다고 한다. 어느 희생자들은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들도 부지기수다. 아마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입에 담기를 꺼려했기 때문에 더욱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던 것일테다.

 

온갖 박물관과 미술관, 테마파크들이 건설되고 있는 제주도에서 4.3사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장소들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하는 제주도의 숨겨진 모습이다. 온전히 복원하지는 못하더라도, 제주도에 휘몰아치고 있는 개발의 욕구가 무분별하게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과오로 얼룩진 역사의 순간을 좀 더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을 때, 제주도가 표방하고 있는 ‘평화의 섬’이란 이름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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