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책 엇박자에 ‘헬조선’ 외치는 투자자들
  • 조문희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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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헬조선은 투자도 마음대로 못하게 한다.”

 

가상화폐 투자자 이모씨(여․23)씨가 언성을 높였다. 3개월 전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대학생 이씨는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를 도박으로 규정짓고 거래소 폐쇄 방침까지 발표하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도박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면서 “투자할 자유마저 제한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온·오프라인에선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에 뿔난 투자자들로 들썩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1000여개의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가상화폐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폐쇄 방침을 밝힌 지 6시간 20분 만에 청와대에서는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여서다.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월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법무부-청와대 엇박자에 시장 출렁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거래소 폐쇄를 공식화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며 국내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도박으로 규정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정부의 가상화폐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앞서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해 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가상화폐 범죄 집중단속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거래소 폐지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이번 발표는 특별법 제정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법무부 발표 이후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이자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은 “법무부의 고강도 규제 방침은 최종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추후 정부 조율을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사이 가상화폐 일종인 비트코인은 오전 11시 2100만원에서, 법무부 발표 이후 오후 3시 1751만원으로 떨어졌다. 청와대 발표 이후 5시 40분에는 2027만원으로 다시 올랐다. 이더리움 역시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26% 가까이 떨어져 166만원대에 거래됐다. 

 

 

거세지는 압박에 빗발치는 항의…위헌 논란도

 

법무부 발표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규제를 비판하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12일 11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는 ‘가상 화폐 규제 반대’라는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9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을 비롯해 정부 규제를 반대하는 게시글이 1000건 넘게 올라왔다.

 

가상화폐 투자자 강모씨(34.남)는 “국가가 국민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며 “성급한 대책으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지 말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에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청원 게시물에 서했다는 대학생 공모씨(22.여) 역시 “가상화폐는 서민들의 낙”이라며 “정부의 규제는 행복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특별대책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말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가상화폐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막아 교환가치를 떨어뜨렸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한 사전심리에 착수했다. 결정은 이달 말 내려질 전망이며, 결과에 따라 사건은 9인 전원 재판부로 회부하거나 각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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