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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물꼬 튼 문재인-김정은, 다음은 정상회담?

남북관계 급격한 훈풍…‘北 시간 벌기 전술’ 신중론도 제기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6(Tue) 11:3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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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혔던 남북관계의 마중물로 자리한 ‘평창’이 부산하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을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가 1월9일 판문점 남북 당국회담을 통해 합의되면서다. 북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주최 측과 지자체는 선수촌과 숙소 마련에 나섰고, 참관코스 등을 고심하고 있다. 북측의 참가 규모와 남북 간을 오갈 경로, 체류 일정 등을 논의할 후속 회담과 실무 문제 협의를 위해 양측을 잇는 직통전화 채널은 풀가동되고 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 고위 인사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고, 평창을 무대로 한 김정은의 승부수가 뭘지도 궁금증을 낳는다. 모처럼의 남북관계 해빙에 벌써부터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교감을 이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결국 최고위급 회담에 의기투합할 것이란 관망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남북관계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한 전주곡이란 평가와 함께, 넘어야 할 돌발변수가 적지 않다는 신중한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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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평창올림픽 순조로운 준비

 

일단 첫 단추는 순조롭게 꿰어졌다. 2년여 만의 남북 당국회담 자리였지만, 개최 당일 공동보도문을 도출하는 속도를 냈다. 1월9일 오전 시작한 회담은 오후 늦게 3개 항의 합의에 이르렀다.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일찌감치 의견접근을 이룬 남북한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 개최에도 합의했고, 남북 간의 모든 현안을 당사자인 남북이 대화를 통해 풀어나간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단장(북한은 수석대표를 단장으로 호칭)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공개석상에서 시종 밝은 표정을 연출했다. 우리 측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자 리선권 북측 단장이 발끈하며 “북과 미국 간의 문제며 남북 사이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긋는 등 일부 이견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지지만, 북한의 평창 참가 합의라는 메가톤급 사안에 묻혔다.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2016년 2월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서해지구 남북 간 군통신선을 복원했다는 통보를 하는 등 북한의 기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실무 문제를 다룰 후속 회담 개최 문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 선수단 참가를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준비도 순조로운 편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행이 합의된 이튿날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만났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와 남북 올림픽위원회 대표단, 남북 양측의 당국자와 체육 관계자 등이 참가하는 회의도 마련되면서 북한의 참가를 위한 기술적 문제들도 속속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 합의에 대해 바흐 위원장이 “북한의 평창 참가는 올림픽 정신의 위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는 등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사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지난해 12월말 상황에서 보면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자초한 김정은의 호전적 행보로 볼 때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게 무리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김정은 신년사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전격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두고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파격적 발언도 쏟아냈다. 정부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 드라이브에서 벗어나 호흡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2017년 말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공식석상에서 평창 카드까지 직접 꺼내들고 남북한과 한반도 정세의 키를 쥐려 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김정은의 신년사엔 문재인 정부의 대북 노선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김정은은 “남조선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나 북남 관계에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오히려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정책을 추종함으로써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켰다”며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발언도 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 대북 압박 공조에서 이탈할 것과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주장이다. 하지만 더 이상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자제했다. 일부 대목에선 현재의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북측도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도 해 관심을 끌었다. 그의 신년사는 평창 카드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이란 유화 제스처를 펼치려는 쪽에 무게가 두어진 게 분명해 보였다. 그동안 “남조선 것들 쓸어버리라”는 등의 극언을 퍼부으며 대남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김정은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를 보인 대목이라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남북한 사이에 분명 훈풍을 불게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에 북한은 대규모 대표단(650명 규모)을 파견했고, 이들 중 여성으로 구성된 ‘미녀 응원단’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의 경우엔 대표단에 포함될 고위인사의 면면을 두고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핵심 인물 외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참석이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딸 이방카를 포함한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방카-김여정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란 다소 이른 듯한 기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동생 김여정, 평창올림픽 올까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평창 이벤트만으론 해결되기 어려운 남북관계의 풀지 못한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4년 넘게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 등 우리 국민 6명의 송환 문제다. 이들 가운데 선교사 3명에겐 북한이 무기 노동교화형을 내리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상태다. 우리 회담 대표단은 북한에 이런 사안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연일 ‘서울 핵 불바다’를 위협해 우리 국민을 핵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던 김정은에 대한 여론악화도 정부로선 부담거리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바닥을 들여다본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싸늘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와 대남선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초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을 막을 기한은 3개월”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북한에 뒤통수를 맞았다가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김정은도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탄도로켓(미사일) 대량생산 및 실전배치”를 강조하는 등 도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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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진정성에 대한 분석 엇갈려

 

앞서 2017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완성 마감단계”를 주장했다. 그리고는 핵과 미사일 도발 드라이브를 줄기차게 펼쳤다. 그리고 지난해 11월29일 ICBM급 ‘화성-15형’을 끝으로 이른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올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를 토대로 대남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여기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까지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선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행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독자제재가 촘촘하게 이어지면서 김정은은 심각한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 곳곳에서 그가 “겹쌓이는 난관과 시련”이나 “유례없는 엄혹한 도전” 등을 언급한 건 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 내부 분위기는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양상이다. “어떤 제재와 압박에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데서 위기감을 호소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선전매체들은 연일 ‘미국과 제국주의 세력’의 제재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캠페인을 쏟아내고, 반미 군중집회가 이어진다. 제재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최고지도자 김정은에게 쏠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이런 국면에서 평창행을 결심해 한국과 국제사회에 ‘올리브 가지’를 던진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에 나선 것인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해 ‘핵 단추’ 운운하며 여전히 호전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핵과 탄도미사일 양산과 실전배치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제재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 정부를 ‘평창 참가’라는 지렛대로 흔들어보려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김정은의 대남 대화공세와 교류·협력 강화를 통한 유화 제스처는 상당기간 거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에겐 어떤 전략으로 북한의 평화공세에 대응하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풀어나갈지를 둘러싼 숙제가 던져졌다. 문 대통령의 로드맵은 1월10일 신년 회견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떤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건이 마련돼야 하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는 언급을 한 것이다. 하루 전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행 의지를 확인한 직후라 정상회담에 대한 더 적극적인 언급이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신년사를 통해 대남 유화 메시지를 던진 김정은에 대한 화답이라 할 수 있다. 남북 두 정상의 교감이자 간접 소통이다. 38일간의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참가 속에 성황리에 끝나고, 북한의 도발 자제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누그러지는 봄을 맞을 수 있게 된다면 남북 사상 세 번째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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