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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 번번이 밀리는 정부, 왜?

대책 비웃듯 뛰는 집값…정부의 빗나간 규제 ‘화살’

최형균 시사저널e. 기자 ㅣ ch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16(Tue) 13:0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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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전부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2년과 2017년 연달아 보유세 인상,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로드맵에 따라 취임 이후 6·19 대책, 8·2 대책, 9·5 대책,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 부동산 관련 대책을 연이어 쏟아냈다. 부동산 대책이란 이름은 붙지 않았지만 주택시장에 영향을 준 10·24 가계부채 대책, 주거복지 로드맵까지 포함하면 지난 한 해 동안 여섯 번에 걸쳐 관련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그럼에도 강남을 필두로 서울 부동산시장은 정부 대책을 비웃듯 뜀박질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올 들어서도 매주 상승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셋째 주 0.25% 오른 데 이어, 새해 1월 첫째 주에도 0.33% 상승했다. 1월 첫째 주 기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서울 재건축 단지 매매가격이 0.74%,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이 0.78% 오르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처럼 시장이 과열양상을 띠자 정부 당국도 당황해하는 눈치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연거푸 쏟아낸 대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화 기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2월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발표 당시 사전 브리핑 자리에서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안정화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서울 집값이 상승 기조를 보였지만 ‘재건축 등에서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일시적 현상’이라 보고 올해부터 시행될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양도세 중과 방안 등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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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공재로, 시장은 자산재로 인식

 

새해 들어 집값이 안정화 기조를 보이지 않자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민간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공급을 줄이는 정책이 ‘수요-공급’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학군·주거상향 수요가 여전한 만큼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현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똘똘한 한 채’ 보유 경향이다. 그다음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등으로 인한 유통물량 감소가 원인이다. 수요는 많지 않지만 공급이 너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으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경향과 맞물려, 주택공급 부족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주택을 자산재가 아닌 공공재로 보는 정부 관점도 대책의 실효성을 낮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현 정부의 관점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밝힌 ‘토지 공개념’에 기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토지는) 일반 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무현 정부는 아파트·건물 역시 공공재로 인식한 연장선상으로 12번의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개헌 논의 과정에서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과 부동산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을 공공재로 보긴 무리라는 전문가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 2015년 전국·서울의 주택보급률은 각각 102.3%와 96%를 각각 기록했다. 절대적인 수치상으로는 주택이 현저히 부족해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수요-공급 법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공적주택 10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하며 주택시장에 공공재 관점을 들이댔다. 서울 강남을 필두로 주택을 노후자금 마련, 자산증식의 수단인 자산재로 보는 시각이 주택시장을 휩쓰는 상황에서 공공재적 성격에 초점을 둔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정석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규제 효과가 다르다. 정부는 부동산을 공공재로 보는 반면, 시장 참여자는 이를 자산재로 인식한다. 일반 재화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자산수요 함수는 이에 정반대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 되레 더 늘어난다. 부동산시장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현 상황은 수요-공급 법칙에 맞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정부부처 간 엇박자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초과다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상반된 견해를 내비쳤다. 다음 달에 이르러서야 김 부총리는 “보유세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이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1월29일 보유세 강화 방침을 부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보유세 인상 방침을 논의할 청와대 직속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뒤늦게 신설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율 조정은 국회 통과가 필요해 더 시급히 이를 논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개발로 수요 분산시켜야”

 

궁극적으로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의 주택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강남은 동일 시·군·구 내 거주자의 주택소유 비율이 61.6%로 전국 시·군·구 중 3번째로 낮다. 서울 25개 구와 비교하면 용산구(56%) 다음으로 낮은 비율이다. 외지인들이 장기적 투자 목적으로 강남 지역 아파트를 쓸어 모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달 새 매매가격이 1억원 급등하는 단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대출규제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보유세율 인상 등 단기적 규제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인상은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 1년에 보유세 한 번 더 낸다고 해서 강남 주택 소유자가 매물을 내놓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세금만 올리는 게 답이 아니다”며 “(집값을 잡기 위해선) 강남에 버금가는 신도시를 만드는 등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강남으로 쏠리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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