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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류는 끝났다…차이나 엑소더스 본격화

변곡점 맞은 축구굴기…자국 선수 육성으로 방향 튼 中 슈퍼리그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6(Tue) 19:31: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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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중국 축구는 세계 축구의 새로운 ‘엘도라도’로 급부상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국 체육과 문화 부흥의 일환으로 ‘축구굴기(蹴球崛起·축구를 통해 일어선다)’를 내세웠다. 월드컵 출전과 유치, 2050년까지 자국 축구를 세계 최강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목표에 중국 내 국영·민간 기업에서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가 주로 향한 곳은 중국 프로축구 리그인 슈퍼리그였다.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각 팀들은 거물 외국인 선수 영입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과 남미의 현역 국가대표들이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으로 향했다. 2017년 1월 이적시장에서 슈퍼리그는 선수 영입에만 무려 4500억원을 썼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3100억원)를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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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달라진 중국, 떠나는 선수들

 

축구굴기는 한국 축구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외국인 보유 선수(4명) 외에 아시아·호주 국적 선수 1명을 추가로 쓸 수 있는 아시아쿼터 제도로 인해 한국 선수 영입 바람이 불었다. 문화적 이질감이 적어 적응이 빠르고, 기량과 정신력이 검증된 한국 선수는 큰 선호를 받았다. 수비수를 중심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중국행이 이어졌다. 2016년에는 11명의 한국 선수가 슈퍼리그에서 뛰었다. 세계 축구의 인력시장으로 통하는 브라질(28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한국 축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홍명보·최용수·박태하 등 5명의 한국 감독이 1부 리그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축구 한류(韓流)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대표팀 안팎에서는 중국으로 진출하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향해 “로또 맞았다”고 표현했다. 기존 연봉의 4~5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프리미어리그에서나 뛰어야 받을 법한 30억원 이상의 연봉을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받았다. 중국 진출 러시는 이적료 기록도 바꿔놨다. 2016년 전북 현대에서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수비수 김기희의 이적료는 74억원에 달했다. 당시 기준으로 손흥민(320억원), 기성용(94억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1년 뒤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알아흘리에서 뛰던 수비수 권경원이 톈진 취안젠으로 이적하며 이적료 133억원을 기록, 역대 2위로 올라섰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던 홍정호는 거액의 연봉을 앞세운 장쑤 쑤닝의 구애에 유럽 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향하기도 했다.

 

2018년 1월 현재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중국을 빠져나오고 있다. 2017년 여름, 수비수 장현수가 광저우 푸리에서 일본 J리그의 FC도쿄로 향했다. 최근에는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의 무회전 프리킥 골로 큰 화제를 모은 미드필더 정우영이 충칭 리판을 떠나 J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했다. 홍정호도 K리그의 전북으로 임대를 앞두고 있어, 1년6개월 만에 중국을 떠날 예정이다. 지난 1년 사이에 김형일·오범석·황석호·황일수·하태균 등도 차례로 떠났다. 중국에 남은 선수는 김영권·권경원·김기희·김주영 4명뿐이다.

 

제도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2017년 2월 중국축구협회는 외국인 선수 규정 변경을 기습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아시아쿼터를 전격 폐지했다. 출전 선수도 아시아쿼터 포함 4명으로 한정했다. 한국 선수가 슈퍼리그에서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기존 4명의 선수 외에 수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쿼터제가 폐지되고, 출전 선수 숫자도 줄어들자 한국 선수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중국 각 구단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선수 영입을 마치고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타이밍으로 인해 당시 한국과 중국 사이의 민감한 외교 사안이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의 일환이라는 루머까지 나왔다. 대표팀 주축 수비수 대다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월드컵 최종예선이 한창이던 슈틸리케호도 타격을 입었다. 수비력이 들쭉날쭉해지며 최종예선에서 위기를 맞았고, 결국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2017년 12월 중국축구협회는 외국인 선수 규정을 한층 강화했다. 기존의 ‘5명 보유 3명 출전’에서 ‘4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바꿨다. 당연히 직격탄을 맞은 것도 한국 선수다. 1명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면 당연히 한국 선수가 정리 1순위였다. 아시아쿼터가 여전히 통용되는 국제클럽대항전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빼면 보유할 가치가 사라졌다. 현재 슈퍼리그에 남은 4명의 선수 중 김영권·권경원·김기희 3명은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 소속이다.

 

 

시진핑 분노에 방향 튼 中 축구 정책

 

축구굴기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4년간 축구에 대한 투자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향했지만 중국축구협회는 이제 자국 선수 육성에 완전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에는 거듭 압박을 가하는 한편, 자국 유망주의 의무 출전 규정은 계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처음 외국인 선수 규정을 손볼 때 함께 발표한 것이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 신설이었다. 만 23세 이하의 자국 선수 1명을 반드시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2018년에는 아예 선발 명단에 들어가는 외국인 선수 숫자만큼 23세 이하 선수도 써야 한다. 강제적으로라도 젊은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4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지만 정작 국가대표팀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 중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선임했다. 독일월드컵을 제패한 감독에게 무려 300억원의 연봉을 지급하며 시진핑 주석의 꿈인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리피 감독 부임 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채 탈락했다. 홈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꺾으며 공한증에서 탈출한 게 유일한 소득이었다.

 

대표팀의 부진에 축구광인 시진핑 주석은 실망과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축구협회는 집권 2기를 맞으며 한층 위세가 공고해진 최고 권력자의 비위를 맞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거기에 맞춰 나온 정책이 유망주 발굴과 육성이다. 기업들의 투자 방향도 그쪽으로 유도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강도 높은 사치세를 물리기로 했다. 4500만 위안(약 75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경우 100%의 세금을 유소년 발전 기금으로 내야 한다.

 

슈퍼리그 최고 명문팀인 광저우 헝다는 아예 “2020년까지 선수단을 자국 선수로만 구성하겠다”는 새 계획과 목표를 발표했다. 광저우 헝다는 지난 2011년부터 슈퍼리그 7년 연속 제패의 성과를 올렸다. 2013년과 2015년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차지하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부동산을 중점으로 삼는 모기업 헝다그룹은 시진핑 주석의 총애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3년 전에는 중국 최고 기업인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가 지분 50%를 인수하며 공동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축구에 뛰어든 목적 또한 시진핑 주석을 향하고 있다.

 

변곡점을 맞은 축구굴기는 발전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하던 투자의 방향을 바꿨다는 평가도 있지만,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불만도 공존한다. 한국 선수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과 그들의 이적료로 재미를 보던 해외 구단들은 황금알을 낳던 거위를 잃었다. 중국 축구는 더 이상 세계 축구의 로또나 금맥이 되기 싫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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