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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숨 돌리기’일 뿐”

남북 고위급 회담 바라본 미국의 속내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7(Wed) 11:02:37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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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방문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강력한 미국 존재를 강화하고, 북한 정권에 대해 미국의 분명한 결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월11일, 미 백악관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미국 고위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다고 발표하면서 내놓은 성명 일부다. 놀랍게도 이 성명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이나 ‘평화’ 등의 단어는 없었다. 오히려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길에 일본에 들러 북한의 위협에 대한 동맹 방어 의지를 재확인한 뒤, 돌아오는 길에 탄도미사일 방어기지가 있는 알래스카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에는 참가하지만, 목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지는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면서 “대화를 통해 뭔가 나온다면,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라며 성공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통화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도 “나는 항상 대화를 믿는다”며 “그렇게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북 ‘투 트랙(two-track)’ 같은 미국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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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는 트럼프 제재 덕분”

 

미국의 대북 인식은 1월7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두 방송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에 어느 정도 해답이 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denuclearization)’ 정책을 분명히 하자, 공간을 찾기 위해 손을 뻗은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목이 졸리자, 숨 쉴 공기를 찾기 위해 수면 위로 나온 것(come up for air)”이라고 단언했다. 폼페오 국장은 같은 날 CBS방송에 출연해서는 “북한의 과거 역사는 이러한 것(남북대화)이 속임수(feint)라는 것을 말해 준다”며 “그것은 북한 정권의 어떠한 전략적인 변화도 이끌지 못할 것이며, 그들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핵 능력을 계속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내놓는 유화책은 ‘시간 벌기’를 위한 술수일 뿐이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폼페오 국장은 “북한은 두려움에 따라 행동한다”면서 이 모든 유화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대북 압박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폼페오 국장의 이러한 언급은 그의 개인적 시각이 아니다. 미국이 한·미 정상 전화통화 등 모든 성명에서 내놓은 문구에서 ‘양국은 최대한 압박(maximum pressure) 캠페인을 계속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을 빼지 않는 것은 이를 잘 말해 준다. 또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를 그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말하는 바로 ‘올바른 상황 아래서(under the right circumstances)’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바로 이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미국은 어떤 대북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일까. 지난 1월6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물론 집권 공화당의 중요 인사들이 다 모였다. 회동의 의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석 인사들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부터 중요 이슈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물론 북한 문제는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 그런데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는 의외의 대북 유화 발언이 나왔다.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일각에서는 매티스 장관이 대북 선제공격은 정말 실현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보고했다고도 관측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인 발언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추측에 불과하다.

 

더 현실적인 추측은 미 국방부가 북한 정밀타격과 후속 대책에 관한 보고를 거의 완벽하게 했다는 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미국 관료들이 한반도에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제한된 타격을 가하는 군사옵션이 가능한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군사옵션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 대응해 북한의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일명 ‘코피(bloody nose)’ 작전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 보도의 파급력은 역설적으로 한국 청와대가 10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보면, 상황이 악화한다면 얼마든지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북·미 합의’ 실마리도 찾기 힘들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어떤 상황으로 발전할지에 온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 보유 인정’과 ‘핵 포기 선언’으로 대비되는 북·미 간의 첨예한 갈등 구도가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북·미 대화의 매개가 될 수 있는 이른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도 핵 보유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이나 방어적인 훈련을 강조하는 미국 모두가 거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비슷한 차원에서 북한의 핵 동결(freeze) 선언도 이미 핵 능력을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 간에 ‘탐색적인 대화’는 이어질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합의는 실마리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다분히 ‘숨 돌리기’로 평가하고 있는 미국이 상황이 악화해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실험에 나선다면, 감춰둔 군사옵션 카드를 전면적으로 꺼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모멘텀’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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