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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해외 입양인들’ 설 자리가 없다

친부모 찾기 사회적 시스템 부재…강제 추방자들 국제 미아 신세 전락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7(Wed) 14:0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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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1일 오전 10시50분쯤 경남 김해의 한 고시텔에서 노르웨이 국적의 입양인 채성우씨(45·얀 소르코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시텔 직원이 잠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침대에 반듯이 누운 상태였다. 방 안에는 술병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채씨는 8세 때인 1980년 국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는 2013년 친부모를 찾겠다며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에 관한 기록은 한국 이름과 ‘1974년 1월18일’이라는 여권에 적힌 생년월일뿐이었다. 입양기관에는 채씨가 6살 때인 1978년 김해에서 미아로 발견됐다는 기록만 남아 있었다.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정확한지도 알 수 없다. 이름의 경우 친부모가 지은 것인지, 아니면 입양기관에서 지은 것인지 확실치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어릴 적 김해 인근 보육원에서 지냈던 희미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는 김해에 가면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이를 위해 김해의 한 고시텔에 머물며 가족을 찾는 데 전념했다. 생활비는 매달 노르웨이에서 보내주는 연금으로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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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5년간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친부모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친부모를 찾을 길이 막막해지자 자주 술을 마셨다. 우울증까지 앓으면서 정신과 육체는 피폐해져 갔다.

 

채씨는 결국 그리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작은 방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국내에는 그의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었다. 경찰은 노르웨이 대사관을 통해 양부모를 찾았고, 어렵사리 양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채씨는 시신으로 발견된 지 20일 만인 1월11일 김해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시신은 화장 후 노르웨이에 있는 양어머니에게 보내졌다. 채씨는 평소 주변에 “죽으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죽어서도 그의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제로 해외에 보내진 입양인의 비애다.

 

지난 1953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17만여 명에 이른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전쟁과 절대빈곤이 없어진 뒤에도 해외 입양은 계속됐다. 1970~80년대에만 전체 입양의 67%인 11만2500여 명이 해외로 보내졌다. 1980년대에는 ‘아동 수출 1위’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재외동포 700만 명 중 3% 정도가 입양인이다.

 

해외 입양인들은 성인이 되면서 뿌리 찾기에 나선다. 2012년 해외 입양인의 입양정보 공개청구 건수는 250여 건인 데 비해 지난해에는 1900여 건으로 급증했다. 또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가족을 찾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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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가족 찾기 하늘의 별 따기

 

하지만 친부모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입양 당시 기록이 없거나 이름과 생년월일도 친부모가 짓고 출생 신고를 한 것인지 확실치도 않다. 그렇다 보니 친부모를 찾는 것은 현실적 한계에 부닥친다. 친부모가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연결할 방법이 없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입양원 홈페이지에는 고국에 있는 친부모를 찾으려는 해외 입양인 1200여 명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입양 정보가 부족해 가족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벨기에 입양인 양재문씨(42·팀 포티에츠)도 친부모를 찾고 있는 해외 입양인 중 한 명이다. 양씨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돼 대구의 백합보육원에 맡겨졌다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로 입양됐다. 그가 갖고 있는 자료는 ‘입양 기록’이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당시 서울시가 승인한 ‘해외 입양 이민 승낙서’를 보면 양씨는 호적이 없는 ‘무적아’로 기록돼 있다. 양씨의 친모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을 보육원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 양씨는 다행히 좋은 양부모를 만났다. 현재 병원 IT(정보기술)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지인과 약혼한 상태다. 친부모를 찾는 이유에 대해 “이제 성인으로 삶의 기반을 갖춰 나를 낳아준 친부모를 간절한 마음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 입양인 박산호씨(47)도 몇 년 전부터 친부모를 찾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무나 그리운 친엄마를 찾고 싶다. 엄마를 알지 못하고는 내 인생은 절대 완벽하거나 온전해질 수 없다”며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박씨는 1970년 1월3일생으로, 약 3년 뒤인 73년 2월17일 마산 애리원 앞에서 발견됐다. 당시 애리원은 현재의 완월동 자리가 아닌 마산합포구청 근처에 있었다. 아쉽게도 현재 박씨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옛 애리원 창고에 불이 나 관련 자료가 모두 소실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씨가 애리원에 가게 된 배경은 자세하지 않다. 친부모가 애리원 앞에 두고 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다른 장소에서 발견해 이곳으로 데려왔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이름도 친부모가 지어준 것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애리원에서 임시로 붙인 이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씨는 벨기에 현지인과 결혼해 3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직업은 사진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요리사 등이다. 한국도 몇 차례 다녀갔다.

 

독일 입양인 박기순·진우 남매도 친부모를 찾고 있다. 이들은 친부모를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 SNS를 통해 공개했다. 두 사람의 생년월일은 정확하지 않지만 박기순씨는 1971년 9월, 남동생 진우씨는 74년 2월쯤 대구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도 보육원에 들어올 당시 자신들의 진술에 의한 것이어서 이 역시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들 남매는 1975년 11월 대구 시내에서 미아로 경찰에 발견됐다.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생년월일이 맞다면 기순씨는 우리 나이로 5살 때, 동생 진우씨는 2살 때라고 볼 수 있다. 남매는 곧바로 대구 백합보육원으로 보내졌고, 다음 해인 76년쯤 서울에 있는 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져 그해 여름 독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남매가 처음 입소한 대구 백합보육원은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에서 운영하던 곳이었으나 1994년 말에 폐원해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15년에 개원한 뒤 폐원할 때까지 79년 동안 1만2355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거나 시설로 보내졌다.

 

다행히 박기순씨는 희미하지만 부모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기순씨는 “아버지는 술에 취해 방 안에 있었고, 언니와 오빠도 있었다. 인근에 할머니가 사셨는데 군부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셨고, 군인들이 와서 식사를 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독일로 입양된 기순씨 남매는 교사인 양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랐다. 기순씨는 변호사인 남편과 결혼해 남매를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 입양인 김옥씨(여·43)는 친엄마가 남긴 낡은 편지 한 통을 갖고 있다. 김씨는 태어난 지 10개월 되던 1976년 2월25일 대구 중구 남산2동 남산교회 앞에서 발견됐다. 아기를 감싼 담요 안에는 친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손편지가 있었다. 여기에는 아기를 키우지 못하는 엄마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었다. 당시 아기 엄마는 25세였고, 5개월 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자신은 척추를 쓰지 못한다고 돼 있다.

 

딸을 낳았으나 남편의 사망과 아픈 몸으로 인해 돈을 벌 수 없었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살아갈 길이 아득하다”고 적었다. 아기 이름은 ‘옥같이 잘 자라라’는 뜻에서 ‘김옥’이라고 지었다. 아기 엄마는 “아이를 먼저 보신 분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아기 없는 집으로 보내 달라”고 하면서 “뭣이든지 잘 먹는다”며 아이의 식성까지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그러면서 “나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한스러워서 우리 아기를 잘 길러준다면 눈을 감고 죽겠다”며 “나는 이 길로 자살할까 한다”고 죽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기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나타냈다. 김씨는 엄마가 남긴 편지로 볼 때 친부모가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혹여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친엄마를 찾고 있다. 김씨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것을 이해한다. 나는 가족·친구·지인으로부터 가족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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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취득 못해 불법체류자로 추방되기도

 

부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구구절절하다. 하지만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와 정착을 도울 수 있는 국가적·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 입양인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해외 입양인 17만여 명 중 입양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이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2만6000여 명에 달한다. 미국 입양인이 1만8603명, 미국 외 국가 입양인이 7393명이다.

 

해외 입양인이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해 추방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국제 미아’ 신세가 된다. 모국에 돌아온다고 해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언어 장벽을 비롯해 취업 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미국 입양인인 김상필씨(43·필립 클레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14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8살 때인 1983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하지만 두 번이나 파양되면서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김씨는 양부모가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그는 2012년 불법체류자인 데다 자전거 절도, 폭행 등의 전과로 인해 한국으로 추방됐다. 한국어를 하지 못했던 김씨는 적응하지 못하다가 자신의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고국에서 버려져 해외로 입양된 입양인들 중 상당수는 현지에서도 추방 등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와도 따뜻한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다. ‘제2의 김상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강제 추방된 입양인들에게 주거나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해외 입양인들의 가족찾기와 추방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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