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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묻지마 규제’ 아닌 합리적 규제 필요”

[인터뷰]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조급증 때문”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8(Thu) 13:0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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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정부의 조급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시사저널과 만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 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향해 강경한 행보를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정부 혼자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오히려 이 (가상화폐) 시장에 부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날 선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키를 잡아야 시장 참여자들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가상화폐 투자 1세대인 그는 2013년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에 인수된 코빗은 빗썸·업비트·코인원과 함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톱4’로 꼽힌다. 김 대표는 넥슨 인수 당시 코빗에서 나와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업무에 뛰어들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율적 규제기구로, 1월25일 설립식을 가질 예정이다.

 

시사저널은 1월10일 서울 광화문 내수동의 한 카페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을 언급하기 하루 전이었다. 그는 “건전한 가상화폐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민관이 합심해 1년 반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오던 것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기분”이라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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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거래소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나.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거래소의 잘못된 관행을 규율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테면 계속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 당국은 모든 유형의 ICO(가상화폐공개)를 막겠다고 한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실제 이런 막무가내식 규제가 이뤄지면 그 적법성 및 초법성 여부를 따져볼 것이다. 필요하다면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 제소 등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가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이후 정부에서 강경한 입장을 연이어 내보이고 있다. 정부와 사전 합의 과정은 없었나.

 

“당초 정부는 거래소의 자율규제안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거래소가 나서 자율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보안 시스템도 더 강화해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정부의 초조함에 이런 상황들이 다 깨졌다. 긴 안목으로 시장을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할 정부가 이러니,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금 당장 한탕 하자’는 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불법적 투기세력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행위 주체인 거래소 규제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신 규제를 제대로 해 달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누구 혼자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관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쪽 업계에서 먼저 자정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그게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규제 타깃은 거래소인 게 맞다. 어쨌든 지금 이 시장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건전성 규제를 해야 한다. 규제엔 부정적인 측면을 억누르는 것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을 고무시키고 발전시키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 지금은 갖은 행정력을 동원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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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방식으로 규제책을 마련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까.

 

“거래소들이 적법하게 소비자를 보호하며 운영하도록 근거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 시장을 건전하게 키워나갈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을 만들라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 발의돼 있듯 인가제로 가든, 일본처럼 등록제로 가든 말이다. 분명한 건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점이다. 그런데 이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본인 확인을 하는 단계가 거래소다. 거래소마저 본인 확인을 안 하면 이 생태계는 더 지하화될 게 뻔하다. 시장을 억누르려고 하면 당연히 풍선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정부의 대책을 묻고 싶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나갈 것인가.

 

“일단은 정부와 계속 소통할 것이다. 지금까지 들인 많은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탈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요청한다면 계속 도움을 주고 싶다. 정부와는 무관하게 자율 규제 행보는 이어갈 것이다.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자율규제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자율자동차, 스마트그리드, AI 등 정부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부분이 기존 법과 제도와 충돌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때마다 법을 새로 만들 순 없다. 때문에 이번 우리의 자율규제안이 앞으로 기본적 프레임으로 기능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산업의 자율규제 프레임이 정부가 만든 제도와 잘 조화를 이룬다면 향후 이들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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