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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마거릿 대처는 ‘여성정치인’일까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1(Sun) 13:0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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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성정치인인가?’ 이런 질문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받은 것은 마거릿 대처가 아닐까. 왕년의 박근혜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성정치인들에게 대처는 일종의 멘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 페미니스트의 마음으로 질문해 보자. 대처는 여성정치인인가?

 

박근혜의 경우와는 달리, 아니 박근혜의 경우에도, 이 질문에 답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내가 질문하는 이유다. 대처는 영국을 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처리즘이라는 정치사상을 만들어낼 만큼 강력했던 신념의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평가와는 별개로, 대처에 대한 책들은 대체로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로 시작해 ‘가장 위대한 여성정치인’으로 마무리한다. 심지어 위키백과에서는 ‘유럽에서 혈통이나 재산, 결혼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강대국의 지도자가 된 역사상 최초의 여성정치인’으로 표현했다. 유럽을 세계로 바꿔도 별 상관없어 보인다. 이때 ‘여성’이란 두 어휘는 글자는 같은데 내포하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앞의 ‘여성’은 소위 말하는바 여성 젠더, 사회가 ‘여성신체를 지닌 인간’에게 부여하는 특성의 집합체이고, 뒤의 여성은 여성신체를 지닌 존재 그 자체를 말한다. 이 둘을 섞어서 사용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갔을 때와 성폭력을 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신체가 여성인 경우를 사회가 호명하는 일은 많지 않다. 대체로 사회 안에서 ‘여성’이 맡은 역할이 ‘여성이라는 몸’ 안에 갇힌 인간을 규정하고 심지어 괴롭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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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가 죽었을 때, 런던에서는 심지어 축하집회가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동방예의지국 사람으로서 약간 거북하긴 하지만, 내가 영국의 노동자였다면 아마 나라도 춤을 췄을 것 같다. 특히 여성노동자였다면 불꽃놀이라도 하고 싶었을 것 같다. 대처는 노동조합을 탄압했고 수많은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했으며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가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노동과 여성의 입장에서 국가가 친절했던 적은 있었던가? 대처가 ‘영국병’을 치료했다고 칭송하지만,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인간공격형 자본주의를 퍼뜨림으로써 또 다른 영국병, 아니 세계병을 만들어냈다. 대처는 학교에서 우유를 주는 것을 중단시켜 아이들에게서 우유를 강탈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임대주택을 빼앗았다. 존엄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다시 무릎을 꿇고 굴종하게 만들었다. 신분귀족이 아닌 자본을 지닌 신흥귀족이 지배하는 새로운 노예제 사회로 나아갈 길을 열었다. 영국의 통계지표가 나아지는 동안 혹독하게 고통을 당한 개개인을 보고 싶다면, 기마경찰들에게 쫓기던,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광부들을 보라.

 

이 문제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여성적 원리를 실천하는 여성’이라는 뜻으로 여성정치인 대신 ‘페미니스트’라 불러보자. 대처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인가? 이렇게 물으면 답이 아주 수월하다. 대처 자신도 “페미니즘은 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처는 페미니즘을 약자들의 정치사상이라 여겼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힘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대처가 생각하는 강자였으며, 이 강자는 페미니즘 사상과 조화를 이루기 매우 어렵다. 결국 대처는, 가부장제 사회의 무서운 아버지가 실패한 자리에 회초리를 들고 달려든 무서운 어머니다. 가부장제의 완성자인 대처를 우리가 ‘여성’정치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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