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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이 시대의 민낯

전성원·홍세화·김민섭 등이 같이 고민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조창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0(Sat) 15:0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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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제천의 한 목욕탕에서 29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아파트 건설현장의 크레인이 무너지면서 서너 명씩 목숨을 잃는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자살을 선택하면서 어린 자식들도 함께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의 뉴스도 끊이지 않는다. 불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대신에 불연 소재를 쓰고, 비상구를 더 확실히 만들었다면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이다. 낡은 크레인을 철거하고, 규격에 맞는 부품을 썼다면 저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울증을 앓는 부모에게 사회가 더 관심을 갖고 배려했다면 끔찍한 가족의 소멸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 바닥에는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이 시대의 민낯이 있다.

 

《파리의 택시 운전사》를 쓴 홍세화 작가를 비롯해, 계간지 《황해문화》의 전성원 편집장,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대학의 부조리를 읽어낸 김민섭씨 등이 참여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기획 출판이다. 이번 기획을 정리한 서문과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꼭지를 쓴 전성원 편집장을 인천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나, 이번 책의 출간 의미 등을 들어봤다.

 

“요즘 비트코인에 투자해 큰돈을 번 사람들 가운데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많다는대요. 왜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했는가 하는 후회 때문이라죠. 돈에 대한 가치가 우선하면서 우리 사회는 인간에 대한 존엄이나 예의를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크레인 사고만 하더라도 안전핀을 4개 해야 하는 자리에 한두 개로 대처하면서 결국 사고가 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의 문제를 점검한 책으로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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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인간’을 찾기 위한 현장 보고서

 

예상대로 이 책의 기획은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침몰과 고(故) 백남기씨 사망사고에서 비롯됐다. 생때같은 고등학생 아이들을 포함해 304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고, 한 농민이 공권력에 의해 죽임당한 사건 앞에 국가의 수장(首長)은 존재가 없었다. 이후에도 단식자를 음식으로 조롱하는 비열한 일들이 있었지만, 사회는 너무나 조용했다. 다행히 촛불의 열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기획의 필자 8명은 각자 자신의 삶에서 출발해 ‘인간’과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공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을 기록한 것이 이 책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현장의 사람들이 참여한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다. 인권 활동가 류은숙씨는 14년간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얼마간에 세 번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밥상을 차려야 하는 해프닝을 담담하게 풀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 사회》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진 김민섭씨는 지난 ‘촛불 광장’에 나가지 않은 대학원생 K를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가장 약자가 되어 버린 대학원생은 자신이 생각할 때 가장 큰 적폐라고 느끼는 지도교수가 시국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그와 같이하기에 뭔가 막혀 버린 것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민주시민이라고 하지만, 그 스스로가 적폐가 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녹색당 하승우 공동정책위원장은 그가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알아간 과정과 2017년 4월 《전두환 회고록》 출간의 비극을 통해 이 사회를 말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광주항쟁이 폭동이었고 정당한 자위권의 발동이 있었을 뿐 발포 명령은 없었다고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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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회복해야”

 

“엄청난 사건들이 있음에도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을 등한시하는 문화는 우리가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사람보다는 돈이나 물질을 우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부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민·언론 등 사회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회복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번 기획도 주제가 큰 만큼 각 참여자들이 세밀하게 개성 있는 글을 만들어주길 바랐는데, 의도가 비교적 산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결국 다시 인간을 만드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전성원 편집장은 그의 글에서 660만 년 전 가장 연약한 동물인 인류가 그 평원에서 살아남은 것은 너와 나의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죽음’을 자각한 뒤 공동체가 이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유에 도달했다고 본다. 현 정부의 탄생 과정 역시 세월호 희생자와 백남기씨의 추모 과정에 기댄 것이 많은 만큼 충분히 숙고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다. 전 편집장은 “책에서 홍세화 작가는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를 통해 사람들이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이 사회를 지배하려는 자들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경쟁사회를 이데올로기로 해서 물질적 성공을 우선하는데, 그러면 결국 인간은 소외되고 괴물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에 대한 문제는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지역·학교·가정 등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층위를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의 시작점이자 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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