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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호랑이 전락 ‘국정원·검찰’ 초대형 ‘공룡 경찰’ 탄생

문재인 정부 3대 권력기관 밑그림 공개…기대와 우려 교차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2(Mon) 12:16:14 |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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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3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검찰·경찰)에 대한 개혁 밑그림이 공개됐다. 지난 1월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했다. 조 수석은 “권력기관이 그동안 국민의 반대편에 섰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혁안의 골자는 ‘권력기관의 대수술’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 관여와 권한 남용의 대표 기관으로 지목돼 온 국정원과 검찰은 손과 발이 잘려 나가는 모양새다. 반면, 경찰은 최대 수혜자가 됐다. 국정원·검찰은 울고, 경찰은 웃는 권력기관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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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집’과 ‘잔칫집’으로 희비 엇갈려

 

국정원은 창설 이래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우선 명칭부터 바뀐다. 청와대는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해 대북·해외 업무만 맡게 했다. 국내 정치 관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정보 수집을 금지시켰다. 정보기관의 기획조정 권한도 사라진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임을 내세워 다른 정보기관들에 대해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을 행사해 왔다. 정부의 정보예산을 기획하면서 사실상 국군기무사 등 다른 정보기관들의 돈줄을 틀어쥐고 있었다. 정보기관의 정보사업과 그에 따른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도 연 1회 이상 실시하는 등 정보기관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해 왔다. 앞으로는 이런 권한 행사가 어렵게 된다.

 

국정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은 경찰에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칭)’로 넘겨야 한다. 국정원의 권력은 ‘대공수사권’에서 나온다고 할 만큼 핵심 권한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숱한 ‘간첩 사건 조작’도 대공수사를 빌미로 만들어졌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좌익사범 양산’도 대공수사권이 있기에 가능했다. 때문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간첩조작 사건 등이 불거질 때마나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는 공약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조국 수석은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국민을 위해 국가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예산 등 내·외부 감시와 통제도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사용의 경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대표적 ‘묻지마 예산’ 중 하나였다. 하지만 특활비의 정치권 불법 상납 문제가 불거지면서 감시·통제가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국정원에 대한 1차 감시·통제 권한을 국회에 맡겼다. 예산안 편성과 결산 과정에서 주요 내용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2차 감시·통제는 감사원이 맡는다. 이전 정부에서 국정원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도 감사원 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정원 내부에는 ‘집행통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특수사업비 등을 심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검찰도 내상이 적지 않다. 검찰의 개혁 기조는 권한의 분리·분산 및 통제장치 도입이다. 기존 검찰은 경찰을 지휘하고 기소를 독점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가졌다고 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시절은 ‘아~ 옛날이여’가 될 판이다. 기존 검찰이 갖고 있던 권한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개혁안대로 하면 검찰의 권한은 이리 쪼개지고 저리 쪼개진다. 특수수사 일부(금융·경제 등) 기능만 남겨두고 나머지 특수수사와 일반 사건의 1차 수사권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

 

경찰과 오랜 갈등을 빚었던 ‘수사권 조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새롭게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검찰의 위세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경찰의 권한과 규모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진다. 국정원과 검찰을 ‘종이호랑이’로 만든 반면, 경찰은 ‘공룡’에 비유될 만큼 덩치가 커진다. 경찰은 국정원의 최대 권한이었던 ‘대공수사권’도 가져온다.

 

경찰청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처’에는 국정원에서 대공수사를 맡았던 요원들이 이동할 예정이다. 조 수석은 “국정원 인력의 이동 규모와 어떤 직급을 부여할지는 경찰·국정원·행안부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기존 수사, 정보, 경비, 경호 등 치안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과 함께 앞으로는 대공수사까지 독점하게 된다.

 


검찰의 일반 수사권도 가져온다. 청와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이 1차 수사를, 검찰이 2차 또는 보충적 수사를 담당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면서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개혁안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1차 수사를 끝낸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면 내용을 검토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한해 검찰이 보완하거나 경찰에 보충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 관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큰 틀에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일부 민생범죄에 한해 경찰의 수사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해 오던 관행과 달리 앞으로는 경찰이 거의 모든 사건에서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 공수처가 설치되기 이전까지 경찰의 검사 비위 수사도 가능해진다. 청와대는 검사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 소관이 되지만, 공수처 설치 전까지 경찰에 맡긴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검사를 수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경찰에 이전까지와는 다른 무시무시한 힘이 주어지는 셈이다.

 

물론 청와대는 경찰의 권한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수사본부(가칭)’를 신설해 일반경찰(경찰청)과 수사경찰(국가수사본부)로 이원화하고, ‘지방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교통, 경비, 성폭력, 학교폭력 등은 시·도지사 산하에 둔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의 지휘를 받고, 일반경찰(치안·경비·정보)은 경찰청장 밑에 두게 된다. 국가수사본부는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청(본청)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편파·표적 수사 논란을 의식해 본부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부서도 두지 않도록 했다.

 

 

막강해진 경찰권 우려의 목소리 높아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정원과 검찰의 권한 축소 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경찰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은 또 다른 ‘괴물’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감시·견제 장치를 두더라도 그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삐걱거리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해방 이후 경찰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과오가 적지 않았다. ‘권력의 사냥개’를 자처하면서 무차별 정보를 수집하고, 수많은 사건을 고문·조작해 억울한 사람을 양산했다. ‘춘천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등이 잘 말해 주고 있다. 경찰이 막강한 권한을 내세워 국민을 상시 감시하고 표적수사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면 그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찰수사의 전문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대공수사가 그렇다. 현재 경찰청은 본청 및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대공 사건을 전담하는 43개 ‘보안수사대’를 운영하고 있다. ‘안보수사처’가 신설되면 현재의 보안수사대를 흡수해 확대 개편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문제는 보안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이다. 이들은 ‘이적표현물 소지’나 ‘찬양고무’ 같은 단순 사건을 주로 맡아왔고, 보직 인사 때마다 보안과, 형사과, 정보과 등을 왔다 갔다 했다. 사실상 경찰 내에는 ‘대공수사 전문인력’은 부재한 상태나 다름없다.

 

북한의 대남 공작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공수사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수사기법이 필요한데 북한 침투나 고정간첩 등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국내 정보활동은 경찰만 할 수 있게 되는데 대공수사권을 독점하면서 권한 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 강력 사건에서도 경찰수사의 전문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범인을 잡는 것은 경찰관의 수사능력보다는 촘촘히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나 과학수사기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미제로 남은 사건을 보면 경찰의 초동수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것이 상당하다.

 

경찰은 국정원과 검찰보다 권력과 비리에 취약하다. 지금까지 경찰청장 19명이 거쳐 갔지만 절반에 가까운 9명이 개인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중 6명이 구속된 전력이 있다. 또 인사철마다 인사 청탁을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경찰에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면서 이를 악용하려는 정치권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찰권을 이용하려는 정치권력과 여기에 줄을 서려는 경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정보 수집’을 내세운 불법사찰, 사건조작, 표적수사 등이 더욱 남발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경찰관들의 불법 행위, 직권 남용, 부정·비리 등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하고, 이에 대한 처벌 수위도 한층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경찰에 1차 수사를 전담시키면서도 기관별 수사 범위는 정하지 않아 수사기관 간 갈등을 초래할 소지를 남겼다. 또 경찰이 3원화(일반·수사·자치)되면서 지휘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사건에 따라 관할권을 주장하거나 서로 관할권 떠넘기기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원활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경쟁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갈등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

 

자치경찰을 시·도지사 산하에 두면 권한 남용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휘권을 내세워 온갖 비리, 부정, 부패에 나서거나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각 시·도별로 지역 규모나 특성 등에 따라 재정 여건이 다른 만큼 자치경찰 예산 확보·집행 과정에서 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추구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민주적 권력기관’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100% 만족하거나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또 다른 ‘괴물’이 탄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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