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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에 속수무책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쳐야

화재·지진·공사장 사망사고, 대책만 철저히 마련해도 피해 크게 줄어

이준영·윤민화 시사저널e. 기자 ㅣ 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22(Mon) 14:30:00 |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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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천 참사를 비롯해 공사장 크레인 전복사고, 포항 지진 등은 대형 재난사고에 대비한 우리 사회의 준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재난사고들은 충분한 준비와 대책만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최근 발생한 화재 중 가장 큰 참사였다. 평일 대낮, 제천 도심에서 불이 났는데도 29명이 희생됐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부족한 소방인력과 장비, 미흡한 소방 매뉴얼 등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천 화재 당시 최초 출동 인력 중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진압대원은 4명뿐이었다. 인원이 부족해 초동 대응이 늦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대형 화재 발생 시 소방관 40~50명이 출동하는 것과 차이가 컸다.

 

소방인력의 지역별 편차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역 소방관은 지방직 공무원 신분이다. 따라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소방공무원 숫자는 턱없이 적다. 이번에 참사가 일어난 제천의 소방인력 충원율은 법정 기준의 47%에 불과하다. 서울은 94% 수준이다. 한 충북지역 소방관은 “지역 소방관 숫자는 정원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 안에 서울처럼 대응하기 어렵다”며 “인력 충원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소방 관련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가 체계적으로 소방인력을 증원 및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평등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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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형식적 검사·관리 역량 부족

 

소방 장비 품질과 관리도 지역 편차가 크다. 소방 장비의 품질과 관리는 인명 구조와 직결된다.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에는 ‘2층 여자 사우나에 갇힌 사람들을 빨리 구해 달라’는 수십 통의 전화가 왔다. 그러나 119상황실 접수요원은 이 긴급 내용을 무전으로 현장에 전달하지 못했다. 무전 교란으로 현장과 교신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구조대원들은 사람이 없었던 지하실을 수색했고 그 사이 2층에서 20명이 사망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 소방 무전 시스템은 상황실과 현장 대원들이 하나의 채널(UHF·극초단파)을 함께 사용한다. 이 경우 현장 대원들끼리 무전을 사용하면 상황실은 무전을 이용할 수 없다. 서울과 경기도는 UHF와 TRS(주파수공용통신) 두 개 채널을 사용한다.

 

2014년 5명, 2015년 1명, 2016년 10명이었던 크레인 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0명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 건물들이 고층화, 대형화되면서 타워크레인 수요가 급증했으나 안전 규제는 미비했다.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 사고 원인 중 하나로 형식적 정기검사를 꼽았다. 지난해 정부 기준으로 ‘사용 제한’ 처리될 노후 크레인들이 버젓이 공사장에서 사용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국내 등록 타워크레인 6074대 중 20.9%(1268대)가 20년 이상 된 노후 장비였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 종사자는 “노후 크레인의 경우 부품이 짜깁기된 경우도 상당하다”며 “정기검사 시 검사원들이 크레인에 직접 탑승하지 않고 외관 검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선 타워크레인 운용주체 간 안전관리를 미루는 관행도 문제다. 원청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업체가 설치·해체 작업자와 하청 계약을 한다. 뒤엉킨 외주 관계로 타워크레인 장비 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건설사는 최저가 입찰제로 임대업체로부터 타워크레인을 조달받는다. 임대업체는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장비 안전유지 관리비 투자를 줄인다. 설치·해체 작업자는 타워크레인 장비의 이상 상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현장에 투입된다. 안전규정과 절차를 준수할 수 없는 노동 환경이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을 검사하는 민관 검사기관을 관리·감독할 국가 전문기관 설립을 대안으로 내놨다. 부실검사 적발 시 민관 검사기관 영업정지 등 강력한 조치도 요구했다. 타워크레인 운용주체 간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공사장에 전문 신호수 배치를 의무화하고 설치·해체 작업자 실습교육을 확대하면 현장인력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안전교육 강화 등은 실효성 있는 제도다. 하루빨리 현장에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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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예방·피해 관련 예산, 전년 대비 14%↓ 

 

지진 안전지대로만 여겼던 우리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은 포항 강진이 발생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포항 지진 이재민 500여 명은 아직도 체육관 등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일부는 집을 놔두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고 있다. 여진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부 지진 대책은 미흡하다. 지진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었다. 지진 관측에 필수인 활성단층 연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 등 자연재해도 관련 정보가 충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지진에 대한 연구·교육 지원은 미흡한 수준이다. 국내 지진 관련 전문가도 극소수다. 지진 관련 연구 수준도 현저히 뒤처진다. 오히려 지진 예방 및 피해 관련 올해 정부 예산은 전년보다 14% 줄었다. 지진 대비를 위해 가장 중요한 R&D(연구·개발) 예산 증액은 거의 없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활성단층 조사가 완료되기까지 10여 년 걸린다”며 “활성단층 정보가 미비한 상태에서 지진위험 지도도 작성해야 한다. 구체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정부는 예상치 못한 지진, 화재, 공사장 사고 등 각 위험 요소를 모두 도출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을 편성하고 법 개정도 해야 한다”며 “국민들도 재난 시 생존법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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