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마이너리그’서 '메이저리그'로, 기대 부푼 코스닥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23 09:04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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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1일 금융위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시장 기대감 상승

 

‘만년 2부 리그’로 취급받던 코스닥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체질 개선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이번 방안에는 △세제 혜택 △지수 개발 △상장요건 완화 등 개인 및 기관, 벤처기업이 고루 눈여겨볼 만한 유인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힘입어 이미 코스닥 지수는 16년여 만에 900선 고지에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자금 유입 등 정책에 따른 실제적 효과는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성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장사 회계 투명성 제고, 증권사의 코스닥 기업 분석 역량 강화 등 시장 내외부적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1월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제 혜택·지수 개발·상장요건 완화’

 

금융위원회(금융위)가 1월11일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가 혁신·벤처 기업의 성장을 위해선 코스닥 시장부터 발전시키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방안은 당초 지난해 12월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기획재정부의 ‘2018년 경제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발표가 미뤄졌다. 코스닥 활성화 방안의 주된 내용은 △세제 혜택 △지수 개발 △상장요건 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벤처기업투자신탁(벤처펀드) 활성화를 위해 벤처펀드 운용 요건을 낮추고 이 펀드에 투자할 경우 1인당 최대 300만원 소득 공제를 해 주기로 했다. 연기금 측이 코스닥 시장에서 현물과 선물 차익거래를 하면 증권거래세를 면제해 준다. 이를 통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내 투자자금 유입 확대를 위해 코스피·코스닥을 종합한 대표 통합지수인 KRX300(가칭) 지수도 오는 2월 출시하기로 했다. 과거에도 이 같은 통합지수가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전과 달리 KRX300 지수를 연기금-수익률-성과평가 기준으로 대체되도록 해 상품성을 높이도록 했다. 나아가 중소형 주식의 성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코스피·코스닥 통합 중·소형주 지수도 올해 6월을 목표로 개발키로 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 요건도 바꾼다. 기존 계속사업이익, 자본잠식 요건을 폐지하고 세전이익, 시가총액, 자기자본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 상장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금융위 안에 따르면, 비상장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약 2800곳이 잠재적 상장 대상으로 신규 편입될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에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정부가 발표한 정책 의도대로 시행된다면 코스닥 시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며 “특히 세제 혜택, 지수 개발 등 기관의 투자 참여를 확대시키는 방안들이 꽤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기관의 투자를 유도한 대책도 눈이 띈다. 코스닥은 전통적으로 개인 중심의 시장이었다. 상대적으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저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 비중은 각각 4%, 6%다. 코스닥 시장과 유사한 미국 나스닥 시장은 기관 투자 비중이 70%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 의도대로 기관의 투자 비중이 늘게 되면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나오면서 시장 영향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삼성증권은 ‘KRX300 예상’이라는 보고서에서 “주요 연기금을 대상으로 코스피·코스닥 혼합지수를 권고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생각보다 변화는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B금융투자도 ‘코스닥 시장 활성화 주요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주요 정책방향이 코스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개선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 코스닥 지수는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을 803.63으로 시작한 지수는 1월16일 901.23까지 12.1% 상승하며 900선을 돌파했다. 지수가 9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2년 3월29일 927.30을 기록한 이후 1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1조9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7585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1조6457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연기금은 875억원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의 딜링룸 © 시사저널 고성준

 

실질적 효과 나타나려면 시간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자금 유입 등 실제적 정책 효과 정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새로운 통합지수를 사용하는 상품은 분명 코스닥 시장 수급에 긍정적 요인”이라면서 “다만 지수와 상품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고 기관들이 한꺼번에 자금 운용을 바꾸지 않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연구위원도 “정책 효과는 단기간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기금 등 기관들이 내부적인 투자 가이드라인을 바꾸고 실질적인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참여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실제 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효과가 나올 수 없다”며 “코스닥 내에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테마주·작전주 등 투기성 매매가 여전히 이슈로 남아 있다. 외부적으로는 증권사 분석 보고서 부족도 개선해야 하고, 상장사 회계 투명성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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