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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三權) 위의 권력 '우병우'…사법부 압박 정황 드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고에 개입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3(Tue) 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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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였던 걸까. 

 

우병우(51․구속)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휘둘렀던 ‘권력’이란 칼자루가 사법부의 독립성까지 훼손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1월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을 통해서다. 추가조사위 활동 결과, 특정 판사들의 성향을 정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어떻게 결탁했으며, 그 중심에 우 전 수석이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먼저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란 이름이 붙은 문건에 대해 살펴보자. 대법원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이 문건엔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 중이던 원세훈 전 원장과 관련된 사항이 포함돼있다. 작성 시점은 2015년 2월9일 원 전 원장의 대선·정치 개입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다음날이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을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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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추가조사위서 '원세훈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 공개

 

해당 파일에는 항소심 판결 시점을 전후해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 법원 내부 등의 동향 파악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법부 판단에 압박을 주며 노골적인 개입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건을 보면, 청와대는 판결 선고 전에 ‘항소 기각을 기대’한다며 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 이에 행정처는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청와대에 알렸다.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며 재판 결과에 관해서도 우회 전달했다.

 

2심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개입 유죄가 선고된 뒤 청와대의 요구는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추가조사위의 문건에 따르면, 우병우 수석은 항소심 판결 후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했다. 또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어떠한 이해관계로부터도 독립돼 움직여야 할 사법부에 대한 초법적 전횡인 셈이다. 

 

 

‘삼권 분립’ 헌법 가치 훼손 “충격적”

 

정치적 독립을 지켰어야 할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는 그러나 우 전 수석의 요구에 긴밀히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조사위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대법원 심리와 관련해 ‘항소심 판결과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신속 처리 추진. 기록 접수 중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했다. 향후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일종의 ‘가이드’를 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2심 판결 이후 당시 우병우 수석이 요구한 대로 사건을 소부를 거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13대0으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소수의견을 내는 대법관이 아예 없었다. 당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는지를 두고 사법부 내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추가준비위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법조계는 충격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사 결과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조사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결에 있어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법관의 독립성을, 나아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것 아니냐”며 “설마설마했는데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월22일 퇴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보고서 내용을 잘 검토하고 있다”며 “심사숙고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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