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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잃어버린 신동을 찾습니다

프로축구 계약 연령 하향 조정, 고교생 K리거 스타 다시 나오나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5(Thu) 12:00:00 |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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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는 주기적으로 ‘신동’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어린 나이에도 원숙한 기량을 뽐내며 활약하는 무서운 10대에게 붙는 별명이다. 대표적인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16번째 생일을 열흘 앞두고 자국 리그의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만 17세에 국가대표로 뽑힌 그는 이후 10년 넘게 세계 축구를 쥐락펴락했다.

 

웨인 루니,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만 16세에 프로 데뷔를 했다. 될성부른 떡잎을 최고의 무대로 끌어올려 그 잠재력을 높이는 것이 세계 축구 최정상권의 인식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AS모나코의 10대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 200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망주의 빠른 프로 데뷔는 세계 축구의 대세다. 일본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2017년에는 백승호, 이승우 등과 함께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뛴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가 만 16세5개월의 나이로 일본프로축구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K리그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어린 선수는 만 18세다. 2017년까지 리그 규정상 만 18세부터 프로 계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연령이다. 실제로는 10대 선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일찌감치 프로에 입성해 성인 무대를 소화할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프로 계약이 늦어질수록 데뷔 시기도 미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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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선수가 사라진 K리그의 속사정

 

한때 K리그에서 고교생 선수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 고종수를 필두로 이동국, 김은중 등 고졸 스타가 맹활약하면서 유망주를 조기에 프로로 데려와 키우자는 열풍이 불었다. 1999년 정창근이 안양 LG(현 FC서울) 소속으로 만 16세2개월에 K리그에 데뷔하며 테이프를 끊었다. 그리고 2002년 한동원이 만 16세1개월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현재까지도 K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끈 최고의 성과는 이청용이었다. 도봉중학교를 중퇴하고 FC서울에 입단한 이청용은 2군 경기를 중심으로 충분히 경험을 쌓고 성인 무대로 나왔다. 프로 데뷔는 만 18세인 2006년에 했지만 이듬해 도움왕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년 뒤 이청용은 K리그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며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K리그에서는 제2의 이청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06년부터 K리그가 프로 계약 규정을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또는 만 18세 이상’이라는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신인 선수 영입 방식은 드래프트제와 자유계약제를 오갔지만 연령 제한만큼은 1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지난 1월15일 K리그는 다시 고등학생 K리거를 볼 수 있는 변화의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무려 12년 만에 프로 계약 연령을 바꾼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차 이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프로 계약 가능 연령을 만 18세 이상에서 만 17세 이상으로 낮추기로 하고, 최종 통과시켰다. 만 17세면 고등학교 2학년이 기량을 갖췄을 경우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2006년 K리그가 프로 계약 연령을 만 18세에 못 박은 것은 선수 육성을 위한 유스 시스템의 보완책이었다. 각 팀들이 유스 산하에서 선수를 키울 수 있도록 조기에 성인 무대로 올리는 것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10년 사이 규정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유스 시스템은 정착됐지만 거기서 나오는 유망주들이 일찌감치 프로 계약을 하지 못하면서 유럽행을 타진한 것이다.

 

육성의 열매를 거둬야 하는 K리그 각 구단으로서는 유럽과 일본 클럽 좋은 일만 시킨 셈이 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다. 포항 스틸러스 유스인 포철중학교와 포철고등학교에서 성장한 그는 고교 졸업을 앞두고 유럽 진출로 선회했다. 포항은 자신들과의 계약이 우선이라고 주장했지만 규정상 황희찬의 유럽행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양자 간의 첨예한 갈등 끝에 황희찬은 오스트리아의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나갔다. 포항은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망주를 육성하고도 투자에 대한 이익을 보지 못했다.

 

 

키워도 해외로 빼앗겨…특급 유망주 잡는다

 

K리그 유스 시스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매해 빚어진 문제다. 유럽과 일본의 스카우트망은 한국의 16·17세 유망주를 향한다. FC바르셀로나는 12·13세의 이승우와 백승호를 주목하고 일찌감치 데려간 바 있다. 두 선수도 K리그 유스 산하 팀 소속이었다. 조기에 프로 계약을 맺지 못하는 K리그 구단은 눈 뜨고 유망주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구단 동의 없이 해외 진출 시 K리그에서 5년간 뛸 수 없다는 규정으로 으름장을 놓는 게 전부였다.

 

이러한 해외 진출은 양날의 검이 된다. 황희찬처럼 성공적으로 유럽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면 다행이지만, 많은 유망주들이 성인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면 원 소속팀과의 과거 갈등을 풀지 못하고 실업 리그나 일본 2부 리그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프랑스 디종에서 활약 중인 권창훈처럼 성인 무대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유럽으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규정 변화로 K리그 각 구단이 유스 선수의 소유권을 강화하게 됐다. 동시에 선수 역시 K리그에 안착하며 성인 무대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유망주들은 일찌감치 프로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프로 계약 연령 하향 조치와 동시에 고교 선수 3명에 한해 준프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규정도 개정했다. 재능 있는 고교생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등록될 길이 열린 것이다. 고교 2학년 혹은 3학년에 프로팀 경기 출전이 가능해졌다. 본인 가치만 올라가면 더 높은 무대를 꿈꿀 수 있다.

 

최근 한국 축구는 젊은 스타의 탄생에 목마르다. 여전히 K리그 최고의 스타는 불혹의 현역 이동국이다. 가능성이 많은 젊은 유망주는 일찌감치 해외로 떠나며 부침을 겪는다. K리그의 이번 규정 변화는 20년 전 이동국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10대 스타의 발굴을 뒷받침한다. K리그에 많은 유망주가 자리를 잡으면 각급 대표팀도 강해진다. 한국 축구 전체의 발전을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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